자체 핵 보유
페이지 정보
관련링크
본문
오피니언 사설
[사설] 한국 대통령의 사상 첫 ‘자체 핵 보유’ 언급이 갖는 의미
조선일보 2023.01.13 03:16
윤석열 대통령은
“(북한 핵) 문제가 더 심각해지면
한국에 전술핵을 배치한다든지 우리가 자체 핵을 보유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북핵 위협이 더 심각해질 경우’라는 전제를 달았지만
한국 대통령이 ‘자체 핵무장’을 공개언급한 것은 사상 처음이다.
북이 대남 핵 선제공격을 언급한 데 이어 대남용 전술핵 실전배치가 임박한 상황에서
안보를 지키기 위해 성역 없이 모든 방안을 다 검토하겠다는 뜻이다.
미국의 핵우산은 한국 안보의 기초가 돼왔다.
앞으로도 그럴 것이고 그래야 한다.
그러나 미국 핵우산에만 우리 운명 전체를 맡기고 있기에는 북핵위협이 너무나 심각한 것 또한 사실이다.
북한은 지금 미국 대도시 2~3곳을 동시에 핵 타격할 다탄두 ICBM 완성을 목전에 두고 있다.
이러면 미국은 자국 국민 수백만명이 희생될 위험을 감수하고
한국에 핵우산을 제공하는 것이 쉽지 않게 된다.
그런 결심을 할 미국 대통령이 있겠느냐는 것은 합리적인 의문이다.
북한이 미국을 핵공격할 ICBM에 이토록 매달리는 것도 바로 이 효과를 노린 것이다.
유럽의 나토회원국들도 미국 핵우산 아래에 있지만
오래전부터 자체 핵무장을 하거나 미국과의 핵공유 체제를 마련해 뒀다.
나토 국가들은 핵 사용 결정에 참여하고 핵 투하도 자국 전투기로 한다.
하지만 미국은 우리에게는 핵을 성역으로 만들고 어떤 접근도 하지 못하게 한다.
한미동맹은 세계에서 가장 성공적인 동맹으로 평가되지만
언제 어떤 상황이 전개될지 알 수 없는 것이 국제정치의 현실이다.
북이 대규모 도발을 벌이면서 핵공격 협박을 함께 한다면 그 피해와 부담은 고스란히 한국만 지게 된다.
미국은 휴전 이후 북의 도발에 우리와 함께 싸운 적이 없다.
미국 브루킹스연구소 등의 북핵 대응 콘퍼런스에서도
‘미국의 핵우산이 펴지지 않을 때를 대비해 한국도 핵 잠재력을 갖춰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정부가 곧바로 핵개발 계획에 착수하는 것은 물론 아닐 것이다.
윤 대통령은 미국의 핵자산 운영과정에 우리가 참여하는 방안이 현실적이라고 했다.
윤 대통령 발언은 미국에 보다 확실한 북핵 억지수단을 찾을 것을 촉구하는 의미가 더 클 것이다.
미국의 전술핵 무기를 공동으로 기획·실행하는 방안부터 논의해야 한다.
시뮬레이션과 도상연습, 전투기에 핵무기를 실어 투하하는 연습도 필요하다.
앞으로 나토식 핵공유 등의 방안도 논의해야 한다.
우리가 자체 핵무장을 해야 하는 상황은 오지 않는 것이 최선이다.
북핵 위협만 없다면 우리가 핵을 가져야 할 이유는 아무것도 없다.
그러나 북핵 위협이 노골화하고 중국은 이를 방조하는데 미국마저 미온적이면 어떻게 해야 하나.
5100만 국민의 생명과 국가의 존립이 걸린 문제다.
최악의 상황에 대비해 단기간에 핵을 개발할 수 있는 능력을 점검하고 준비할 필요가 있다.
북한과 중국에도 뚜렷한 메시지가 될 것이다.
핵은 핵으로만 막을 수 있다.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