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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관리자24-11-29 23:10 View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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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2024 MAGAZINE

조갑제의 시각

‘의료보험 산파’ 金鍾大 인터뷰

“정치는 51%로 성공할 수 있지만 정책은 1%만 잘못해도 실패한다”

글 : 조갑제  조갑제TV/닷컴 대표  


1977년 보건사회부 과장으로 의료보험을 설계, 출범시키고 

그 12년 뒤 담당 국장으로 세계에서 가장 빠른 全 국민 의료보험 확대를 지휘하였으며, 

건강보험공단 이사장으로서 기존의 재산보유 중심 보험료 징수를 소득중심으로 개선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하여 

‘미스터 의료보험’으로 불리는 김종대(金鍾大·77세)씨가 

오랜 침묵을 깨고 윤석열식 의료개혁을 ‘전도몽상(顚倒夢想)’이라고 정면 비판했다.


金鍾大

보건사회부 의료보험국장, 청와대 경제비서관, 보건복지부 기획관리실장, 한국복지문제연구소 소장, 

대구가톨릭대 의과대 교수,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 등 역임


의사는 사람 생명이 태어날 때, 아플 때, 죽을 때 곁에 있는 사람이다. 

그런 체험에서 습관적으로도 인간을 사랑하게 되어 있다. 

인간애(人間愛)는 도덕의 출발점이다. 

의사는 개개 생명의 존엄성을 체감한 사람들이므로 자유민주주의자일 수밖에 없다. 

한국에서 가장 잘 조직된 보수세력은 군인, 기업인, 기독교인, 의사들일 것이다.

 

의사는 칼을 들고, 군인은 총을 들고 사람들 생명을 지킨다. 그래서 대체(代替) 불가능 職種이다. 

전쟁을 하든지 의료정책을 펴든지 우선적으로 군인과 의사들의 의견을 존중할 수밖에 없다. 

군인이 모두 반대하는 전략으로 이길 수 없듯이 의사들 전부가 반대하는 정책으론 성공할 수 없다.

정치인과 관료들이 의사들에게 명령하는 제도는 민간인이 군인들에게 명령하는 것과 같다. 

전문가의 자존심을 약화시켜 프로정신을 해체하면 생명보호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군인과 의사들을 무시한 결과는 人命손실로 돌아온다.

 

전공의 수련과 의대교육이 중단된 것은 전쟁 중에 장교양성기관이 문을 닫은 것과 같다. 

의료전선의 최전방인 응급실과 수술실의 파행으로 超過사망이 진행되고 있다. 

민주당 김윤 의원(의사)은 지난 2월과 3월의 초과사망자를 1700명으로 추산했다(주로 중증·응급환자).

변호사가 없어도, 기자가 없어도, 관료가 없어도, 정치인이 없어도, 심지어 군인이 없어도 

생명유지엔 당장 지장이 없다. 

농민도, 노예도, 상공업자도, 군인도, 종교인도, 지식인도 작당하여 반란, 혁명, 쿠데타, 政變을 일으켰지만 

의사들이 그렇게 한 적은 인류 역사상 한번도 없었다. 

人命을 최고의 가치로 여기는 이들이기 때문일 것이다.

 

의사는 첨단 과학기술자이다. 의료에 과학의 정수(精粹)가 모인다. 

의사 敵對視는 과학붕괴나 두뇌유출로 간다. 

역사상 의사들을 조직적으로 탄압한 대표적 독재자는 스탈린이다. 

그는 죽을 때 의사들의 치료를 제대로 받지 못했고, 러시아인의 평균수명은 낮다.

 

국민이 의사들을 미워하는 것은 자살행위이고, 

정권이 의사와 국민(환자)을 이간질하는 것은 天倫을 어기는 짓이다. 

敵軍도 병원과 의사들은 공격하지 않는다. 그들도 포로가 될 경우 의사의 치료를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갑신정변의 피바다 속에서 출범한 근대의료

호러스 알렌(1858~1932년).

히포크라테스는 “인생은 짧지만 의술(醫術)은 영원하다”고 했다. 

생명을 다루는 의술은 최고 수준의 예술이다. 

종교인이 성직자라면 의사도 성직자이다. 

‘기자 선생님’ ‘과장 선생님’은 어색하지만 ‘의사 선생님’은 자연스럽다.


한국인들의 삶에서 가장 극적인 문명개화는 

갑신정변 직후 미국 개신교 선교사들이 서양식 병원을 열고, 성경을 한글로 번역하고, 

교회에서 처음으로 투표로 장로를 선출하는 한편 여자학교를 만들면서 시작되었다. 

의사와 의술은 새 문명건설의 선봉이었다. 


《한국인 만들기》의 저자 함재봉(咸在鳳) 박사는 이렇게 썼다.

급진개화를 꿈꾸며 정변을 일으켰다가 실패하면서 주살된 ‘역적’ 우정국 총판 홍영식의 집이

미국 개신교의 본거지이자 조선 최초의 근대병원(廣惠院)이 된다. 

광혜원은 1885년4월9일 20명의 외래환자와 3명의 외과수술 환자를 받으면서 개원한다. 

갑신정변이 일어난 지 불과 4개월 만의 일이었다.〉

 

갑신정변 때 칼을 맞은 정권 실력자 민영익을 호러스 알렌 선교사(의사)가 치료해 준 것이 계기가 되어 

병원·학교·교회를 매개로 하는 친미 기독교파의 서양식 근대화가 시작된 것을 

함재봉 박사는 ‘신의 한 수’라고 표현했다. 

고종이 병원으로 쓰라고 준 집을 알렌이 인수하러 갔더니 바닥은 유혈이 낭자하고 약탈된 상태였다.


139년 전 피바다 속에서 시작된 한국의 근대의료는 친미 기독교 세력이 주도한 근대화의 길을 열었으며,

기원전 5세기 그리스 사람 히포크라테스 이후 2500년간 축적된 서양 의술을 따라잡고 

세계에서 가장 편리한(저비용·고효율) 의료제도를 만드는 데 성공했으며, 한국은 덕분에 ‘세계 최장수국’이 되었다.

 

작금의 의사들에 대한 윤석열 정권의 적대적 정책은 

사실 과학과 헌법, 그리고 개인의 자유를 무시하고 진행되고 있다는 점에서 역사발전의 측면에서는 수구반동적이고, 

이에 대한 전공의와 의대생들의 저항은 민주화 투쟁의 측면이 있다.

 

한 외과의사의 우울

이런 내용을 조갑제TV로 방송했더니 외과의사가 긴 댓글을 달았다.

〈낙수의삽니다. 외과 전문의입니다. 전공의 아닙니다. 그동안 사람 살리는 수술 하고 살았습니다. 

운 좋게 적당히 유복한 가정에서 태어나 학창 시절에는 공부만 하면 됐고, 

공부만 했더니 어쩌다 보니 의대를 진학했고 

의대에서도 그냥 열심히 공부하고 쫓아다니다가 

실습 때 외과의사들이 너무 멋있어서 쭉 외과의사로 살아왔습니다.


학창 시절에도 의대 시절에도 저는 소위 말하는 범생이였고 성적도 상위권이었는데, 

그냥 내 손에 삼도천(三途川·이승과 저승의 경계에 있다는 강) 건너는 사람 

멱살 잡아 끌어올리고 살려내고 걸어서 퇴원하게 하고 

그냥 그게 뿌듯하고 재밌어서 스스로 이 길을 선택한 것이지 

경쟁에 밀려서 도태되어서 어쩔 수 없이 이 길로 들어온 적이 없는데, 

어느 순간 보니까 저는 낙수의사, 낙오된 인간이 되어 있더군요. 

2020년 무렵부터 이 말이 나오면서 환멸감을 느끼고 있던 차에 

소위 보수라는 사람들이 이러고 있는 걸 보니 그냥 헛웃음만 나옵니다.

 

아직 자식들이 너무 어린 암환자들, 면회 오는 미성년자 자식들 보면서 

‘아, 저 환자는 앞으로 얼마 못 살 텐데, 저 어린애들은 어떡해야 되나’ 하면서 느끼는 무력감, 

수술만 하면 살릴 자신 있는데 경제적 이유로 혹은 父子관계가 안 좋다는 이유로 

복막염 수술을 거부하는 자식 보호자들 보면서 느끼는 분노와 허탈감, 

교통사고로 복강내 다발성장기파열로 어떻게든 살려보려고 수술방 데려갔지만 

이미 산산조각 난 소장(小腸) 보며 수술을 해도 살 수 없음을 보고 

다시 나와서 설명하면 울부짖는 엄마들, 환자는 고작 일곱살이었는데…….

 

많은 환자들을 살려내기도 했고 살려내지 못하기도 했습니다. 

살려낸 환자들은 사실 잘 기억이 안 납니다. 

근데 놓친 환자들은 10년이 지나도 얼굴과 이름 모든 게 뇌리에 박혀서 안 지워집니다. 

최근에는 워낙 소송이 많아 아예 병원 차원에서 위험한 환자는 받지 말라는 지침 때문에 

점점 멀어져 가고 있었지만 

그 와중에 내 인생이 낙오자라고 이 나라에서 제일 높은 사람들이 낙인찍으니 허탈하네요.

 

주변을 돌아보니 제 나이면 본인 전공에서 한창 전성기를 구가(謳歌)할 나이인데, 

지금까지의 전공을 버리고 다들 미국으로 넘어가고 있네요. 

쓸데없는 글이 길었네요. 

제가 예전에 병원 실습 돌 때, 그리고 한창 청춘을 병원에서 불태우던 전공의 시절 갖던 생각들을 

이런 유튜브 채널에서 다른 사람의 입을 통해 들으니 이런저런 생각이 많아졌습니다. 

건강하시고 아프지 마시길 바랍니다. 

의료붕괴는 일어날지도 모른다가 아니라 이미 비가역적(非可逆的)으로 벌어졌습니다. 

이미 회복은 불가능합니다. 

다들 건강하시길 바랍니다.〉

 

‘대통령처럼 생각하고 행동한’ 영혼 있는 공무원

이미 가처분(假處分) 재판과 국회 청문회를 통하여 과학적 근거가 없는 것으로 확인된 

윤석열 대통령의 ‘2000명 증원’에 대하여 “이건 안 됩니다”라고 말린 공직자가 한 사람도 없고, 

“4000명으로 할걸 그랬다”는 막말을 서슴지 않는(언론을 우호세력으로 보니) 참모를 보면서 

나는 종주국의 권력을 무조건 추종하는 ‘식민지 관료’가 생각났다.

 

‘식민지 관료’의 반대말은 ‘영혼 있는 공무원’일 것이다. 

세 사람이 자동적으로 떠오른다. 

중화학공업 건설의 실무 지휘자 故 오원철 수석, 

KT 회장 시절 국내 기업들의 반대를 누르고 스마트폰 시대를 연 이석채 전 정보통신부장관, 

그리고 한국 의료보험을 설계하고 키운 김종대 당시 보사부 과장

(나중에 보사부 기획관리실장, 건보공단 이사장). 


이분들을 만나 대화를 나누면 그들의 열정에 감염되어 나도 가슴이 뜨거워지곤 했었다. 

그들은 대통령처럼 생각하고 행동했다. 

과장이 장관처럼, 국장은 총리처럼 보였다. 

‘영혼 있는 공무원들’과 나라의 진로를 놓고 흉금 터놓고 이야기를 주고받는 것은 

기자만이 누릴 수 있는 행복이기도 했다.

 

의료개혁이 의료대란(大亂), 교육대란을 거쳐 국가적 위기로 진행되고 있을 때 

내 머릿속에 가장 먼저 떠오른 이도 김종대 전 이사장이었다. 

자신이 산파 역할을 하고 심혈을 기울여 키운 세계 최고의 한국 의료보험 시스템이 

난도질을 당하고 있는 것을 지켜보는 심정은 직업적 구경꾼인 나와는 다를 것이라고 짐작만 하고 있는데,

그가 먼저 연락을 해왔다. 

서울에서 만나보니 영월에서 은퇴생활을 하면서도 사태를 예리하게 관찰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그래서 장시간의 인터뷰가 성사되었다.

 

1. 지방의료는 왜 붕괴되었나?

김대중 정권 때부터 지방의료가 붕괴하기 시작했다. 사진=조선DB

“정부가 발표한 내용은 의과대학 정원을 현재 3058명에서 2000명 늘려 5058명으로 하겠다는 것인데,

증원의 이유를 보면 크게 두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지방의료가 붕괴되고 있다는 것. 

둘째, 정부가 ‘필수의료’라고 부르는 분야, 즉 내과·외과·산부인과·소아과 등 분야를 전공하는 의사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그러면 과연 2000명을 늘리면 이 문제가 해결되는가? 

결론적으로, 그럴 수 없다고 본다. 

옛 성인(聖人)들이 ‘전도몽상(顚倒夢想)’이라고 했다. 

앞뒤가 뒤바뀌고, 바르게 보지 못하고 거꾸로 보고 있다는 뜻이다. 

꿈같은 몽상을 현실로 생각하는 발상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어떤 사태든지 진단이 정확해야 바른 처방이 나온다. 

그것이 사회적 현상이든 人體에 대한 것이든. 

이 문제를 정확하게 진단하려면, 우리나라 의료공급 체계, 진료 체계를 알아야 한다. 

1977년 의료보험이 도입되고 1989년 전 국민 의료보험이 된 지 35년이 되었다. 

현재 모든 의료기관의 모든 의사들은 이 건강보험의 진료와 급여 체계에 따라서 진료하게 되어 있다. 

이게 대전제다. 

이 진료체계의 관점에서, 

의사를 2천명 늘렸을 때 지방의료와 필수의료 분야로 의사가 충분히 갈 것인가를 봐야 한다.

 

지방의료가 붕괴된 이유를 보면 1977년부터 90년대 말까지는 지방의료가 붕괴된다는 말은 없었다. 

필수의료 분야의 의사부족 문제도 없었다. 

이 문제는 2000년대부터 시작, 점점 심화되어 오늘에 이르게 된 것이다.

 

과거 전 국민 의료보험에는 ‘진료권(診療圈)’ 체계가 있었다. 

생활권 단위로 소위 중진료권, 다음 시·도 단위로 대진료권, 전국단위로 전국진료권, 3대 진료권이 있었다. 

진료권을 벗어날 때는 ‘진료의뢰’ 제도가 있었다. 

의료에 대한 판단은 의사만 할 수 있으므로 

‘이건 우리 생활권 단위에서는 치료가 불가능하니 서울로 보내야 한다’는 등의 결정을 의사가 했다.

 

이런 진료권 제도는 선진국도 다 있었다. 이걸 2000년대 들어 다 없앴다. 

진료권 제도를 없애고 환자의뢰 제도도 무력화시켰다. 

이후 KTX까지 생겨버리니 전국에서 환자들이 서울로 몰려들었다. 

지방 병원들은 의사 구하기 어려워졌고, 점점 붕괴되어 갔다. 

이를 더 가속화한 것은 빅5 병원들이 수도권 인근에 分院을 만든 것이다. 

이들이 전국의 환자들을 다 빨아들였다. 지방의료는 붕괴될 수밖에 없었다.”

 

2. 필수의료는 왜 무너졌나?

“ ‘필수의료’라는 말은 적절치 않다. 의료행위가 1만개가 넘는데 필수가 아닌 것이 어디 있나. 作名 오류고 갈라치기다.

2000년대 들어 비급여 제도를 공식화, 제도화했다. 

전 국민 의료보험이 되어 모든 의료행위는 의료보험 체계에서 규정하는 진료방식에 따라 진료를 하게 되어 있는데, 

이걸 급여·비급여로 갈라놨다. 

비급여의 의료수가(酬價)는 의료기관이 자율적으로 정하도록 했다. 

많은 의사들이 비급여로 몰려갈 수밖에 없게 만들었다. 

돈이 되니까. 성형·피부미용·비만 등으로 다른 분야 전문의들도 몰려들었다.

 

어느 나라든지 비급여를 할 때는 심사를 해서 ‘급여’로 돌리고, 

부득이 의료기관 자율에 맡겨야 할 때는 전액 본인부담으로 해야 한다. 이것이 常例인데, 

급여는 건강보험에서 받고 비급여는 ‘마음대로 받아라’ 하니 병원이 비급여에 치중할 수밖에 없다. 

의료비도 폭증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그런데 생명과 직결된 소위 필수의료 분야는 ‘비급여’를 창출할 여력이 없다. 

그러니 필수의료 분야는 기피하게 되는 것이다.

 

위 두 가지가 주요인인데, 의사를 2000명 늘린다고 해서 해결이 되나? 

그들이 지방·필수의료로 가겠는가? 아니다. 

의료에서 수요는 건강보험 쪽이고 공급은 의료기관인데, 이 수요와 공급이 균형을 이뤄야 한다. 

그런데 수요가 공급을 창출한 격이다. 

수요가 왜곡되어 공급이 왜곡된 것이 현재의 상태다. 

수요는 그대로 두고 공급만 가지고 지금 반쪽짜리 의료개혁을 하겠다고 하니 잘못된 것이다.”

 

3. 의사는 책임이 없다

“의사들은 열심히 진료만 했을 뿐이다. 

나는 진료권 제도를 만들 때 실무 과장이었다. 

일본은 1966년 전 국민 의료보험이 시작됐다. 

우리나라는 1989년. 일본은 20여년 앞선 경험이 있었기 때문에, 

당시 일본 사람들이 우리에게 충고하기를 ‘반드시 진료권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고 했었다. 

일본은 진료권 제도와 본인부담제를 하지 않아 건강보험 재정이 펑크 났었다. 


일본의 3대 재정적자가 쌀·철도·건강보험이었다. 

진료권 제도와 본인부담제를 하지 않아 일본이 어려움을 겪는 것을 보면서 우리나라 의료보험 제도에 참고했고, 

1977년에 시작해 1999년까지 잘 정착이 돼가고 있었는데 없애버린 것이다. 

정책 잘못으로 지방의료가 무너지고 있는 것이지 의사 때문이 아니다.

 

의사들은 최선을 다해 진료를 열심히 해서 환자 병을 고쳐주면 되는 것이다. 

그 체계를 만드는 것은 정부 몫. 행정의 실패를 두고 사람들은 의사 탓을 하고 있다. 

의사는 열심히 진료하고 환자 병을 고치는 것이 본연의 임무다. 

진료를 잘할 수 있도록 체계를 만들어주는 것은 정책 전문가들 몫이다.

 

1977년 의료보험을 만들 때 의사들은 처음에 반대하다가 나중에 참여했다. 

그 시절엔 사고 나도 병원을 전전하다가 돈이 없어서 사망하는 사례, 

일식집에서 복어알 먹고 사망한 사례, 

연탄가스 중독으로 사망한 사례가 많았다. 

처음엔 반대하던 의사들이 대의적(大義的) 차원에서 동의하고 참여했다. 

기업들도 직장의료보험 시작할 당시 보험료의 50%를 부담해야 하는 주체로서 상당한 부담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처음엔 반대하다가 나중에 전경련(全經聯)이 앞장서서 설득하고 참여했다. 

어려운 시절에 이런 결정을 내려준 의사협회와 전경련 측에 고마운 마음을 갖고 있다. 

우리 국민도 이런 역사 정도는 알아야 한다.”

 

4. 현재 한국은 의사가 부족한가?

“적정 의사 숫자를 가늠할 수 있는 8개의 OECD 지표를 종합하여 분석하면 판단이 가능하다.

OECD가 발표하는 헬스데이터 중, 우리나라 사람들의 연간 외래진료 횟수가 18회로 1위다. 

OECD 평균은 6회인데 우리나라 사람들은 너무 쉽게, 자주 병원을 찾는다. 

인구 1천명당 병상 수는 한국이 13병상, OECD 평균은 4병상. 

입원(재원)일수, 즉 한 사람이 병원에 입원해 며칠 있느냐를 보면 

우리나라는 20일이다. OECD 평균은 8일. ‘의료천국’이라는 말이 여기서 나온다. 

반면 1인당 의료비는 年 4640$다. OECD 평균은 5310$다. 미국은 12,740$로 어마어마하다.

 

의사 숫자를 따질 때 참고해야 할 통계가 첨단 의료장비 보유율이다. 

인구 100만명당 MRI 보유대수는 우리나라가 38대, OECD 평균이 19대다. 거의 두배 가까이 많다.

CT 보유대수는 우리나라가 45대, OECD 평균은 30대. 역시 우리나라가 훨씬 많다. 

이 첨단장비가 많다는 것은 

의사의 생산성을 높일 뿐 아니라 의료의 질도 높이고 시간도 단축시켜 준다는 것을 의미한다.

AI도 많이 도입됐는데, 의사가 영상 판독을 할 때 AI가 70%는 걸러준다. 

30% 정도, 판독이 어려운 부분만 의사가 직접 담당한다. 

기술발전에 따라 필요 의사 수도 달라질 수 있다.

 

다른 중요한 지표는 ‘GDP 대비 經常의료비’다. 

의료비는 주로 건강에 쓰이기 때문에 소모적, 소비적이다. 

그러면 생산적인 분야로의 투자가 줄어든다. 

최근 역사상 처음으로 GDP 대비 경상의료비가 9.4%(2022년 기준)로 OECD 평균(9.2%)을 넘어섰다.

2005년엔 OECD 평균이 7.8%였는데, 우리나라는 4.5%였다. 엄청난 증가세다. 

2021년만 해도 OECD 평균이 9.7%였고 우리나라는 9.3%였다. 급격한 속도로 역전된 것이다. 

의사 수가 늘면 의료비 지출도 늘게 되어 있다.

 

의사 수가 많다, 적다를 따질 때는 이런 여러 가지 지표를 가지고 판단해야 하는 것이다. 

정부가 ‘의사 수가 적다’는 근거로 내세우는 인구 1천명당 의사 숫자를 보면 

우리나라는 2.6명으로 OECD 평균 3.7명보다 적다. 

그런데 2012년에도 우리나라 2.1명, OECD 평균 3.2명이었다. 

지금의 의료문제가 의사 수가 적어서 생긴 것이 아니라는 이야기가 된다.

 

의사 수가 적은지 많은지에 대한 정답은 없다. 나라마다 각자의 실정에 맞는 해답이 있을 뿐이다. 

경제력, 인구, 인구증가율, 국민소득 수준 등 여러 요소를 봐서 많다 적다를 판단해야지, 

‘인구 1000명당 의사 수’만 가지고 단순하게 산술적으로 적다고 판단할 문제는 아니다.”

 

5. 한국 의사가 우수한 이유는?

“앞에서 언급한 OECD 8개 지표를 참고하면 한국의사들의 노동강도가 높다. 

예를 들어 연간 외래진료 횟수가 우리나라는 18회(OECD 평균 6회)로 압도적으로 많다. 

한국의사들이 일을 더 많이 하는 거다. 

전공의는 24시간 일하는 것과 마찬가지인데 그 공을 인정해야 한다. 

노동강도가 센 만큼 봉급이 높은 것도 당연한 이치다. 

노동강도가 높다는 것은 곧 생산성이 높다는 것이고 그에 비해 우리나라 의료비는 싸다.

 

우리나라 의료기술이 세계최상의 수준을 유지할 수 있었던 건 임상사례가 많고 그에 바탕을 둔 임상연구 덕분이다. 

외래진료 횟수가 OECD 국가 중 최고로 많다는 건, 의학측면에선 그만큼 임상사례가 많다는 뜻이다. 

다양한 환자, 각종 질병을 다 본다. 최고의 의료기술은 바로 여기서 나온다. 

의료기술이 축적되어 온 것이다. 

그 덕분에 세계적 다국적기업들이 신약개발을 할 때 

우리나라 대형병원에 임상실험과 연구를 가장 많이 맡긴다. 최고급 외화벌이다. 

많은 사례를 바탕으로 빨리 결과치가 나와야 하는데 우리나라가 이 부분에선 최고다.

 

임상연구는 교수 혼자선 절대 못 한다.

전공의가 뒷받침해 줘야 가능한데, 지금은 (의료공백 사태로) 거의 끊겼을 것이다. 

의료사태 이후 빅5에 다국적기업이 맡기는 임상연구 용역은 앞으로 들어오지 않을 것이다.

 

암 치료를 위한 세계적 기술도 이런 데서 나오는 거다. 

임상실험이 많고, 노동강도가 세고, 생산성이 높다는 데 우리나라 의료의 장점이 있는 것이고, 

여기에 더해 첨단 의료장비도 많아서 1인당 의료비용이 싸게 유지돼 온 것이다.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한다. 의사의 숫자에 대한 판단은 매우 신중해야 한다.”


6. 의료는 통계다

대한의사협회는 5월30일 서울 덕수궁 대한문 앞에서 

‘대한민국정부 한국의료 사망선고 촛불집회’를 열고 윤석열 정부의 의대증원 정책을 규탄했다. /사진=조선DB

  

“의학교육 측면도 고려해야 한다. 

판사, 검사, 회계사, 행정관료 만드는 교육과정과 의사를 양성하는 교육과정은 근본적으로 다르다. 

의대교육은 실험이 전제된다. 

인체를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의대 실험실은 어떤 공학 실험실보다도 정교하다. 그래서 돈이 많이 든다.

의대 교육은 집합교육으로 될 수 없는 도제식(徒弟式) 교육이다. 

시신(屍身)을 뜯어봐야 하는데 50명, 100명이 어떻게 들여다보나? 

10~15명을 두고 교수가 하나하나 설명하면서 가르쳐야지, 학생들이 뒤에 앉아서 보기만 하면 교육이 되겠는가? 

의대증원은 이런 교육과정 특성을 감안해야 하고, 신중해야 한다.

 

(의료통계를 다 외우고 있는 이유에 대하여) 관심이라고 하겠다. 

보건사회부 공무원 시절 신현확 장관, 나중에 총리도 됐지만, 이 양반이 숫자·통계에 밝았다. 

그때 ‘의료는 통계다’ ‘건강보험은 통계다’라고 느꼈다. 

그때부터 관심을 가지고 통계를 10년, 20년 들여다봤는데, 흐름이 느껴진다. 

최하 200~300개 정도의 보건의료 지표는 거의 외운다. 책 보면 늦다. 

의사들도 마찬가지다. 언제 책 들여다보나. 

영국 철학자 프랜시스 베이컨도 ‘경험 이상 확실한 지식은 없다’고 했다.”

 

7. 국가적 재앙

“사마천이 《史記》에서 ‘백성에게 죄를 지으면 대신 사(赦)할 데가 없다’고 했다. 

공자도 ‘악한 일을 해서 하늘에 죄를 지으면 빌 곳이 없다’고 했다. 

그만큼 백성의 목숨 가지고 죄짓지 말라는 것이다.

 

지금의 사태를 종합해서 보도하는 걸 보면 ‘의료대란’이라고 얘기하는데, 

나는 의료대란을 넘어 의료파국(破局)으로 가게 되면 어떻게 하나 싶다. 

이 의료파국에는 건강보험 파국까지 포함된다. 

공급이 파괴되면 수요도 파괴되기 마련이다. 그건 시간문제다. 

그랬을 때 국민 생활은 어떻게 될 것이냐, 가늠하기 어렵다.

 

당장 내년에 의사가 안 나오고, 전공의들 안 돌아오고, 의과대학 졸업생들이 국가시험 안 보고 하면 

내년에 공중보건의와 군의관 확보문제 등 다양한 변수가 일어난다. 

아마 생각지도 못한 여러가지 변수, 우리가 상상하지 못한 어떤 현상이 일어날지 모른다고 생각한다.

의료보험 제도를 도입하는 데 참여하고 40년 이상을 직·간접적으로 관계하면서 보는데, 

우리 세대는 잘 지내왔지만 이것이 지속가능하지 않으면 어떻게 되겠나, 

빨리 해법을 찾아야만 된다는 걱정이 앞선다. 


‘잘못된 건 잘못됐다’고 인정하면 답이 나올 것이다. 

결국 양심의 문제인데, 옛말에도 ‘양심이 없으면 부끄러움이 없다, 수치심이 없으면 두려움이 없다’고 하질 않나.

겁나는 게 없는 거다. 

그런데 이 문제는 국민의 생존과 관련된 문제이고, 오늘만의 문제가 아니고 영원히 후속될 문제이기 때문에

매듭지은 자가 풀어줘야만 미래가 있을 수 있다.”

 

8. 결론: 현실을 직시할 용기가 있어야 문제가 해결된다

김종대 전 이사장은 건보재정에서 2조원을 가져가 의료사태 수습에 쓴 것은 불법적이라고 했다. 

국민건강보험법 제1조의 목적(국민건강 증진)에 위배되고, 

제13조가 정한 ‘보험자인 공단의 권한’ 밖의 일이라는 것이다. 

이 법 제38조가 ‘준비금은 진료비 부족시에만 사용할 수 있도록’ 엄격히 규정하고 있음을 지적한 것이다.


그는 의사과잉이 과잉진료와 의료비 증가를 부른다는 것은 의료보험 47년의 역사를 통해 확인된 원리라고 강조했다. 

의사는 고객인 환자에 비교해 정보보유의 비대칭적 특징이 있어 의료비를 스스로 창출하기 때문이다. 

의료비 지출의 증대는 국가적 생산성의 위축으로 직진한다고 했다. 

그는 윤석열식 의료개혁은 “진단도 처방도 틀렸다”고 했다. 

“정치는 51%로 성공하지만 정책은 1%만 틀려도 실패한다”는 경고였다.

 

“의사들이 해외로 나가는 것은 국가적 재앙이다. 

세계 곳곳이 우리나라 의료를 받아들이려고 굉장히 애쓴다. 아마 호객행위도 할 것이다. 

각국의 세계 유수의 의료기관에서 눈독을 들이면서 사태의 진행과정을 들여다보고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게 걱정스럽다.”

 

조갑제: 

대책은 결국 윤석열 대통령이 양심을 되찾고 

실사구시(實事求是), 즉 사실과 현실에 따라서 정책을 수정하는 것밖에 없고, 

그것은 시간 끌어서도 안 되고 또 사람을 아끼는 마음이 있어야 된다고 본다. 

의료보험이 이렇게 성공했다고 하지만 

근본은 의료보험 도입에 관여했던 박정희 대통령이나 신현확 당시 보사부장관이나, 

좋은 뜻에 동의를 해주었던 의사 그리고 기업인들의 마음속에 있었던 것이 

다 사람 생명을 아끼는 마음 아니었겠나.

치료받지 못하고 병원에 가지도 못하고 죽어 나가는 그 비참한 현실을 보고, 

당시 경제력으론 무리한 일이었지만 결단을 내렸던 그 초심으로 돌아가야 한다. 

무리한 정책집행을 하고 있는 복지부 공무원들, 아마 후배가 많을 것 같은데, 하시고 싶은 말씀은?


김종대: 

“모든 문제엔 해답이 있지만, 진실을 말할 수 있는 용기가 있어야 풀린다. 

결국 모든 것의 마지막은 공직자의 용기라고 생각한다.”

 

김종대 전 이사장의 결론은 간단했다. 

진실과 마주할 수 있는 용기를 윤석열 대통령이 갖고 있는가 여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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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관리자님의 댓글

최고관리자 아이피 104.♡.203.145 작성일

의대입학정원을 3050명에서 2천명을 갑자기 증대시켜 5050명이 된다 하니
전국민 3/4이 찬성했지만 나는 반대했고 우리 홈피에서도 소식을 많이 전했다
전국민 3/4이 더 싸게, 빨리, 좋은 치료를 원한 것은 병상경험이 없는 공짜정신, 
나는 전신마취 11번 수술로 의사가 생명을 좌우한다는 걸 실감했기 때문이다

이번 의료사태로 당장 2024년도 1년 동안 의과대학생 1~6학년생이 수업을 거부했다
그 결과, 2025년도 1학년생은 6100명 + 1500명, 7600명이 되고 역시 수업이 안된다
최소 5년간의 수업파행, 신규의사 배출중단, 전공의 불참으로 전문의는 줄고
그 파행은 5년 이상 가고 의료비는 세배 이상, 치료대기 기간도 세배 길어진다
군의관이 없는 군대, 군사기와 그에 따른 국가안보에도 치명적 영향을 끼친다

동서고금 정치시장에서 국익, 국민편익보다 우선하는 게 선거전략이다
국민의 공짜정신에다 생명을 이용해서 선거전략을 짜면 용서 못 받는다
의사는 자본주의 시장경제에서 한 전문직업인일 뿐 자선사업가가 아니다
국가정책은 전문가들의 검토로 짜야지 우중의 여론을 이용하면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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