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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 하이브리드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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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우크라이나 사이버공격해 세금 병력 자료 이미 해킹설-공포의 하이브리드 전쟁

중앙일보 채인택 기자 국제전문기자 2022.01.19 00:40


2022년이 되면서 러시아가 국제사회에서 단연 주목을 받고 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의 NATO 가입 문제를 놓고 지난해 말부터 서방과 격렬한 대립을 계속 중이다.


러시아는 1974㎞의 긴 국경을 맞대고, 과거 함께 소련의 일부였던 우크라이나가 

서방 군사동맹인 NATO에 가입하면 자국에 결정적인 안보위협이 된다며 

'우크라이나의 NATO 가입금지'를 법적 문서로 내놓으라고 요구한다. 

NATO와 NATO를 주도하는 미국과 다른 회원국들은 

주권국가인 우크라이나의 NATO 가입을 제3자가 금지하거나 막을 수 없다며 이를 거부한다. 

이에 대해 러시아는 10만명이 넘는 병력으로 우크라이나를 북·동·남에서 포위하면서 서구를 압박하고 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가 역사적으로 자국과 한 나라였다며 미디어와 인터넷 등을 동원해 선전전도 벌이고 있다.  

옛 소련에서 우크라이나를 러시아와 별도로 분리해 하나의 사회주의공화국으로 자치를 하게 하는 바람에 

소련 붕괴 뒤 러시아와 별도국가로 독립했다는 주장도 편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의 선전이 양국의 차이점, 특히 서구식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지향하는 현대 우크라이나 국민의 열망을 

무시하는 것이라고 비판한다. 

러시아 민족주의자들이 옛소련에 대한 향수를 앞세워 우크라이나를 속국으로 두려는 의도로 보는 경향이다.


그런 사이 러시아는 지난 2일 대규모 시위가 벌어진 중앙아시아 자원 대국 카자흐스탄에 

6일 2500명의 공수부대를 신속 투입해 닷새만에 사태를 진압하면서 다시 한번 주목을 받았다. 

러시아는 미국과 중국을 상대로 중앙아시아의 ‘맹주’가 어느 나라인지를 확실히 보여줬다. 

우크라이나를 포위한 러시아의 10만 엘리트 군대의 위력을 짐작하게 하는 작전이다.


하지만, 현대 러시아는 과거의 소련과는 국력에서 차이가 있다.  

유라시아에 걸쳐 한반도의 77배인 1708만㎢의 광활한 영토에 1억4400만 명의 인구를 가진 대국이지만 

경제 성적표는 초라하다. 

IMF 2021년 통계기준 GDP는 1조6495억$로 한국(1조8325억 달러)에 이어 세계 11위다.

1인당 GDP는 1만1273달러로 중국(1만1891$)과 말레이시아(1만1899$) 수준이다. 

핵(탄두 6255개 보유, 1625개 실전배치)을 보유한 UN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에 

우주로켓‧ICBM을 발사하고 초음속 폭격기‧전투기, 핵잠수함을 생산하는 과학기술‧군사 강국이지만 

주요 수출품이 석유‧석유제품‧가스‧목재‧화학제품과 무기 정도다. 

국제경제에서 러시아의 위상은 

"러시아가 아닌 나라에서 러시아제 차량을 본 적이 있는가? 러시아제 전자제품은?"이라는 

간단한 질문 하나로 파악할 수 있다.


하지만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서방과의 대립과 카자흐스탄 신속 개입은  

러시아가 여전히 미국중심의 서방세력에 맞서 독자세력을 구축하면서 

다극체제의 한축을 형성하는 막강한 군사‧외교 대국임을 확인시켜준다.

 

카를 폰 클라우제비츠가 『전쟁론』에서 설파한 대로 전쟁은 정치의 연장이다. 

한 나라나 지도자의 의지와 신념을 실현하기 위한 수단이다. 

그리고 총력전 시대에는 경제력이라는 제약 속에서 승리를 위한 전술을 개발할 수밖에 없다.

 

경제적으로 밀리는 러시아와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국제사회에 자국의 의지를 실현하기 위해 선택한 것이 하이브리드 전쟁이다. 

재래식 전력에다 사이버전·정보전‧선전전‧심리전‧기만전‧대리전 등 소프트 전술을 총체적으로 결합한 형태다. 

러시아는 이 방식으로 사실상 서방과 전쟁 상태에 들어갔다.

 

특히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에서 이미 오래 전부터 사이버 공격으로 국가와 사회의 신경망을 뒤흔들어왔다. 

과거 2014년 우크라이나는 대규모 사이버 공격을 받아 중요한 보안자료인 과세·병력 자료를 해킹당했다. 

러시아가 크림반도를 합병하고, 

러시아계가 많이 거주하는 우크라이나 동부에서 정체불명의 반군이 준동하며 내전인 돈바스 전쟁을 시작한 시기였다.


러시아는 미디어도 하이브리드전 수단으로 동원했다.  

당시 모스크바가 통제하는 미디어는 우크라이나에 불리한 '가짜뉴스'를 양산했다. 

대표적인 것이 그해 7월 말레이시아 항공의 MH17편이 

우크라이나 동부에서 추락해 탑승객 298명 전원이 숨졌을 당시 

우크라이나 미사일에 격추됐다는 허위정보를 퍼뜨린 것이다.


러시아가 2005년12월 개국한 24시간 글로벌 외국어 뉴스 채널인 RT도 이에 기여한 혐의를 받는다. 

러시아 관영매체 스푸트니크에 따르면 

RT는 “서방언론이 모스크바 당국을 부정적으로 묘사하는 것”에 대응하는 것이 주요 설립 이유다.

RT는 미국·영국·독일·프랑스에 자회사를 설치해 여론전을 전개하며 외연을 확장해왔다. 

2007년5월 아랍어 채널인 러시아 알야움, 

2009년12월 스페인어 채널인 RT 악투알리다드를 추가했다. 

2010년 RT 아메리카를 워싱턴에, 

2014년 영국·아일랜드 대상의 RT UK를 런던에 각각 설치했다. 

2014년 베를린에 독일어 채널을 개설해 웹사이트로 송출 중이며 

2017년 파리에 프랑스어 채널을 세웠다. 

모스크바 셰레메티예보 국제공항 대기실에선 기둥 4개 면을 빙 둘러가면서 

여러 대의 텔레비전에서 다양한 언어의 RT가 동시에 방영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러시아가 선전전에 얼마나 공을 들이는지를 알 수 있다.


선전전에는 공식매체 외에도 은밀한 공작기관이 암약한다. 

러시아는 2013년 상트페테르부르크에 설립된 ‘인터넷 리서치 에이전시(IRA)’를 중심으로 

가짜뉴스 전파와 사이버 댓글 공작을 진행해왔다는 게 미국 사법당국의 판단이다. 

민간조직으로 위장한 크렘린의 정보전 지국이라는 이야기다.

 

러시아는 이런 위장조직을 앞세워 새로운 냉전을 물밑에서 벌여왔다. 

제1‧2차 세계대전으로 상징되는 열전과 미국과 소련의 냉전에 이어 

총 한방 쏘지 않고 전개되는 21세기형 하이브리드형 전쟁이다. 

러시아는 관영 글로벌미디어를 동원한 선전‧선동에 

주체가 드러나지 않는 사이버공격과 사이버개입 등의 방식을 동원해왔다.


실제로 미하원 정보위원회는 IRA가 2018년 미국 페이스북 이용자 중 1억2600만명에게 접근했으며, 

이 조직이 의도적으로 퍼뜨린 광고를 본 미국인이 1140만명에 이르렀다고 밝혔다. 

IRA가 운영한 다양한 트위터 계정은 2억8800만명의 미국인 이용자에게 접근했다고도 했다.


당시 애덤 쉬프 정보위원장은 

러시아인은 미국인 사이에서 불화를 유발하고 미국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리겠다는 크렘린의 목적을 위해 

소셜미디어를 운영했다고 지적했다. 

가짜계정으로 퍼뜨린 정보는 정치적으로 분노를 유발하는 콘텐트와 

미국인들을 시위와 행진에 참여하게 자극하는 내용이 주를 이뤘다는 이야기다.


IRA 등은 2016년6월 영국의 브렉시트 찬반투표와 

그해 11월의 미국대선에 개입하고 서방에서의 극우파 준동을 지원한 혐의를 받는다. 

하지만 러시아정부는 이에 개입한 혐의를 부인한다. 

정부가 아닌 민간기업이나 단테, 조직이 한 행동일 뿐이며, 

러시아정부도 수사에 협조하겠다는 식으로 진실을 호도하려고 해왔다. 

실제로 러시아는 전통적으로 민간인으로 위장한 단체나 조직을 전위대로 활용해왔으며, 

정부는 관련이 없다는 주장으로 일관해왔다.


러시아는 근대 이래 스파이·비밀공작·선전전으로 악명을 떨쳤다. 

옛 소련 시절에는 서구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마비시키고 신뢰를 떨어뜨리기 위한 

‘적극 대응전술’의 전술을 구사해왔다.

소련은 군사적‧정치적으로 상대의 의식‧사기‧태도‧감정‧행동에 영향을 주기 위해 

조작‧선전‧선동‧유도‧감시 등 다양한 방법을 동원해 

선전전‧정보전‧신경전‧사상전을 펼치는 심리전이나 심리작전에 능했다. 

상대의 오판이나 그릇된 행동을 유도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유포하는 거짓내용이나 부정확한 정보인 역정보도 활용했다. 

소련 정보당국은 인간의 인식‧상상‧판단‧분석 능력의 불완전성과 한계를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타인에게 영향을 주기 위해 심리나 감정의 조종이 시도하기도 했다. 

사기를 떨어뜨린다든지, 오해를 통한 분노와 악감정을 유발하기도 한다. 

사람의 의지박약이나 속기 쉬운 속성을 이용하는 방식이다.


사람들을 세뇌해 가치관과 신념, 행동을 바꾸려고 시도했다 

이를 통해 비판적이거나 주체적인 사고 판단력을 감소시킨다. 

새빨간 거짓말로 기만하기도 한다. 

뻔한 거짓말도 너무도 뻔뻔하게, 반복적으로 제공하면 믿을 수밖에 없다. 

소련은 상대의 사기‧인식‧의식‧여론‧신념‧사상‧행동을 원하는 대로 유도하려는 의지를 지닌 행동인 

프로파간다에도 익숙했다.

 

현대 러시아도 이 전통을 고스란히 이어받았다는 평가다. 

러시아는 정보전‧심리전‧기만전‧사이버전으로 이미 서방과 전쟁을 벌이고 있다. 

우크라이나에서 아직 총성은 들리지 않지만 이미 전쟁이 시작된 것이나 마찬가지인 이유다.


인터넷 전쟁에서 주목할 인물이 

러시아 민간군사기업인 '그루파 바그네르'의 재정 지원자인 예브게니 프리고진이다. 

그는 미국당국의 2016년 대선개입 수사결과 혐의가 드러나 미재무부의 제재대상 명단에 올랐다. 

러시아군 정보총국의 임무를 민간의 이름으로 수행하는 것으로 평가받는다.

 

미국 CNBC 보도에 따르면 

미국 대배심은 2018년2월16일 IRA를 포함한 세군데의 러시아 법인‧기관과 13명의 러시아 국적자에 대해 

미국의 선거와 정치 절차에 관여하려고 미국법을 위반한 혐의로 기소를 결정했다. 

이를 바탕으로 미국의 해외경제제재를 담당하는 재무부의 해외자산통제국(OFAC)은 

2019년10월 프리고진을 특별지정 제재대상(SDN)으로 홈페이지에 게시했다.


미국의 팩트체크 매체인 ‘폴리그래프인포’에 따르면 

OFAC은 프리고진 관련 인사 7명과 그의 개인재산인 3대의 항공기, 1척의 요트를 제재대상으로 지정했다.

폴리그래프인포는 

미국행정부가 재정을 돕는 미국의 소리(VOA)와 

의회가 지원하는 자유유럽방송/라디오리버티(RFE/RL)가 2016년 공동설립한 조직이다. 

러시아 정보기관과 IRA 등이 온라인에 올리는 역정보‧가짜뉴스에 대응하는 팩트체크를 수행한다.

 

이런 식으로 서방도 물밑 전쟁에 대응할 수단을 강구해왔다. 

가장 적극적인 전술이 

가짜뉴스·거짓뉴스·정보오도를 검증하고 거르며 차단하는 팩트체크(검증행위‧사실확인) 활동이다. 

EU의 외교를 담당하는 유럽대외행동국은 

2015년 산하기관으로 동방전략소통 태스크포스를 두고 이 임무를 맡아왔다. 


미국 국가정보국(DNI)은 2005년11월 오신트를 수집‧분석하는 오픈소스센터를 설립해 운영하고 있다. 

거짓보도의 실체를 밝히는 것이 정보전·심리전을 수행하는 강력한 무기라는 판단에서다.

가짜뉴스는 정치적‧재정적 이유로 대중의 흥미와 말초적인 흥미를 자극하기 위해 

뉴스를 의도적으로 오도하거나 과장한 허위정보를 가리킨다. 

이는 선전전‧심리전에서 전쟁 무기로 동원된다.


민간도 나서고 있다.  

2014년 네덜란드에 설립된 민간 탐사보도 단체인 벨링캣(bell¿ngcat)도 

훈련받은 기자와 시민이 함께 일하며 공개출처정보를 바탕으로 팩트체크 작업을 수행하고 있다. 

이 단체는 시리아 내전, 돈바스전쟁에서 친러반군이 말레이시아항공 17편을 격추했다는 보도, 

예멘내전의 참상, 영국에 망명한 전직 러시아정보요원 겸 이중스파이 세르게이 스크리팔의 독살시도 등을 보도했다. 

영어와 러시아어로 운영하는 이 사이트는 

이렇게 진실보도를 수단으로 러시아가 은밀하게 진행해온 가짜뉴스 살포를 비롯한 정보작전의 실체를 공개해왔다.

 

우크라이나는 스톱페이크라는 웹사이트가 자국 내 보도기사 중 의도된 가짜뉴스를 찾아서 밝히는 활동을 해왔다.

인터넷 시대에는 대대적인 해킹으로 정보를 빼가고 정보 네크워크를 마비시키는 것도 주요 전쟁수단의 하나다. 

지난 14일에도 우크라이나 외교부는 해킹을 당했다고 발표했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해킹당한 외교부 홈페이지에는 

'우크라이나인의 개인정보가 해킹됐다' '두려워하고, 최악을 대비하라'는 협박성 문구가 올랐다. 

누가 봐도 우크라이나 국민과 정부, 그리고 군의 사기를 떨어뜨리는 공작이다. 

러시아는 총 한방안 쏘고, 책잡히지도 않은 채 

미‧유럽‧우크라이나의 여론을 들었다 놨다 하면서 고강도로 압박하고 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다면 흔히 재래식 전쟁을 생각하기 쉽다. 

가장 먼저 지대지 미사일과 함대지 미사일이 우크라이나의 레이더와 방공망을 파괴해 눈과 귀를 못 쓰게 한 다음, 

이어 초음속 전투기와 폭격기가 기지와 핵심 시설·인프라를 폭격해 파괴한 뒤 

보병·전차·포병이 합동작전으로 주요 지상목표물을 점령하는 시나리오 말이다.

 

실제로 러시아군은 1990년대 말부터 2000년대 초까지 여러차례 군개혁으로 

가볍고‧빠르고‧강력하고‧기술복합적인 초기동부대로 진화했다. 

보전포와 육해공 합동작전은 기본이다. 

그런데도 재래식 전쟁은 낡은 시나리오일 수 있다.


21세기 전쟁은 인터넷 공간에서 승부가 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핵을 가진 러시아가 핵을 가진 미국과 서방을 상대로 그렇게 무모한 전쟁을 벌인다는 것은 

합리적인 선택이 아니기 때문이다. 

막대한 전비도 부담이다.

 

이미 인터넷 공간은 전쟁터다. 

개전 전부터 적을 무기력화‧무력화‧혼란화시키는 하이브리드 전쟁으로 벌어질 가능성이 크다. 

재래식 전투가 아예 개전도 하기 전에 전쟁이 끝날 수도 있다. 

러시아를 비롯한 각국은 군사작전이나 외교를 위해 

직‧간접적으로 전자전‧컴퓨터 네트워크 작전, 심리전, 군사적 기만, 그리고 통제‧기만‧방법 활동을 통해 

아군의 활동과 의도를 적이 탐지‧인지하지 못하게 하는 작전보안 등 

다양한 방법을 통합적으로 동원하면서 인터넷 공간에서 치열한 전쟁을 벌이고 있다. 

화력을 보유한 재래식 군대가 아니라 손가락을 동원하는 도깨비부대가 전쟁결과를 좌우할 수 있는 시대인 것이다.


한국도 새로운 전쟁양상에 대비한 억제전술을 더욱 적극적으로 개발해야 한다. 

겉으론 평화로울지 몰라도 물밑에선 치열한 사이버전·선전선동전·기만전·협박전이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인터넷, 특히 SNS에 오른 글과 댓글이 전쟁도구로 이용돼 우리의 안보를 위협하는 상황을 보고만 있을 순 없다.


채인택 중앙일보 국제전문기자

중앙일보 국제전문기자입니다. 국제뉴스와 과학기술, 혁신, 국방에 관심이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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