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리아드와 오디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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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meros의 일리아드와 오디세이[Iliad-Odyssei] 명강의 모음
[네이버 지식백과] 2014.6.18. 15:51
서양의 고전을 읽는다
일리아드와 오디세이 서양 최초의 문학 작품
저자 Homeros
해설자 강대진(전 국민대학교 겸임교수)
'그 좋다는 책이 왜 이렇게 지루하지?'
기원전 8세기경에 Homeros가 지은 것으로 알려진 『Iliad』와 『Odyssei』는
기원전 13세기경의 희랍(希臘) 일대를 배경으로 한 이야기 시(서사시)이다.
『일리아드』는 트로이 전쟁 중에 있었던 일을, 『오디세이』는 그 후의 사건들을 각각 다룬다.
앞의 작품에서 중심인물은 Achilleus이고, 뒤의 작품 주인공은 Odysseus다.
서양에서 가장 먼저 문화가 꽃피었던 곳은 희랍이고, 그 땅에서도 가장 먼저 나온 것이 이 두 작품이다.
그래서 그 후 희랍과 유럽의 수많은 작가들이
이 작품들 내용을 끌어다 쓰거나 아니면 그 내용을 조금씩 바꿔서 자기 작품을 썼다.
그러니 이 작품들을 모르고는 유럽의 문학작품들을 제대로 이해할 수가 없다.
하지만 이런 말을 듣고서,
"아, 이 작품들을 직접 읽어봐야겠구나" 생각하고, 그것을 정말로 시도하는 사람은 곧 어려움에 부딪히고 만다.
읽기가 너무 힘든 것이다.
모르긴 해도 이미 많은 사람들이
"그 좋다는 작품이 왜 이렇게 지루하냐"면서 중도 포기했을 것이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사실은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요즘에는 『일리아드』와 『오디세이』를 이야기 중심으로 개작한 책들이 많이 있지만,
만약 원문에 충실한 번역본을 손에 잡은 독자들이라면
맨 먼저, '쓸데없는' 구절이 거듭해서 나오는 데 짜증이 날 것이다.
그냥 '아킬레우스'라고 하면 될 것을 꼭 '펠레우스의 아들 아킬레우스'라고 한다든지,
민첩성을 강조할 이유가 없는 대목에서도 '발이 빠른 아킬레우스'라고 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문맥에 맞지 않아 보이는 구절이 자꾸 나오는 것은
애당초 이 작품들이 문자로 창작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물론 어느 시기엔가 글자로 쓰이긴 했지만
그 이전에 상당히 오랜 동안 입에서 입으로 전해졌고, 또 공연될 때마다 즉석에서 짜 맞춰지곤 했던 것이다.
이 시들은 우리의 판소리처럼 여러 사람들 앞에서 공연되던 것인데,
공연자는 운율이 맞는 구절들을 외고 있다가 필요할 때마다 이것들을 거듭 사용했었다-
이런 시를 구송시(口誦詩)라고 한다.
독자를 어리둥절하게 하는 초반부
『일리아드』의 도입부는 보통 수준의 독자에게 약간 당혹스러울 수도 있다.
이 서사시의 주제를 트로이 전쟁으로 알고 있는 독자들은
그 서두에서 신화의 내용이 나올 것이라 기대하기 쉬운데 그게 아니기 때문이다.
즉, 아킬레우스 부모님의 결혼식에 불화의 여신 에리스가 나타나서
황금 사과를 던지고 다른 여신 셋이 등장하여 저마다 그 사과를 자신의 것이라 주장한다.
그래서 트로이의 왕자 파리스에게 판결이 맡겨지고
세 여신 가운데 사과를 얻은 아프로디테의 도움으로
파리스가 희랍 최고의 미인 헬레네를 데리고 달아나며
그것이 원인이 되어 희랍군이 트로이로 쳐들어간다는 내용 말이다.
그런데 엉뚱하게도 『일리아드』의 제1권은 어떤 여신 - 이 여신이 Mousa여신이라는 것은 한참 뒤에야 나온다-
에게 아킬레우스의 분노를 노래해 달라고 청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사실은 이것이 『일리아드』의 직접적인 주제다.
이 서사시는
아킬레우스의 분노가 어떻게 시작되고 어떻게 방향을 틀어서 어떤 식으로 해소되는지를 노래한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본다면, 트로이 전쟁을 다룬 작품이라 해도 틀린 것은 아니다.
옛 서사시들은 모두가 사건의 중간에서 시작하되, 사건의 시작과 끝을 그 안에 담고 있기 때문이다.
『일리아드』 역시 트로이 전쟁이 일어난 지 10년째 되던 해의 며칠만을 다루고 있으나
그 안에 전쟁의 원인과 결말을 모두 담고 있다.
어쨌든 이렇게 예상을 뛰어 넘어 '소박하지 않게' 구성되어 있다는 점이 독자를 당황하게 하는 것이다.
작품의 줄거리는 아주 간단하다.
희랍군의 용사 아킬레우스는 자신을 무시하는 총사령관 아가멤논에게 화가 나서 전투를 거부하고,
여신인 자기 어머니에게 부탁해서 자기편이 지도록 일을 꾸민다.
희랍군은 아킬레우스 없이도 한동안 잘 싸우지만 결국 엄청난 위기에 처하게 되고,
그것을 보다 못해 아킬레우스의 절친한 친구 파트로클로스가 전투에 참가한다.
그는 적을 격퇴하여 큰 공을 세우지만 헥토르에게 죽고 만다.
거기서 아킬레우스는 친구를 죽인 헥토르에게 분노한다.
그는 신이 만든 새로운 무장을 걸치고-
『일리아드』에 나오는 무장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라 할 수 있는 방패는,
엄청난 크기의 것으로 어깨끈을 대어 몸에 걸치는 것이다 - 나가 친구의 원수를 죽인다.
그는 친구의 장례를 치르고도 화가 풀리지 않아 날마다 헥토르의 시신을 학대하지만,
신들의 중재로 결국 그 시신을 돌려보내게 된다.
전투 장면들
이렇게 간단한 줄거리지만 실제로 『일리아드』을 읽자면 좀 어지럽다.
그 이유는 전투장면이 너무 많아서다.
작품의 맨 앞과 맨 뒤의 몇 권을 제외하고는, 중간 어디를 펼쳐도 전투가 벌어지고 있어서,
도대체 어디까지 읽었는지 위치 파악이 안 되는 것이다.
전투 장면들을 어지럽지 않게 보는 방법은 날짜별로 나누는 것이다.
전투를 묘사한 분량은 많지만 날짜로 따지면 모두 나흘뿐이다.
다른 날들은 그것을 준비하고 정리하는 기간이다.
전투 첫 날(제3권~제7권)은 양쪽 군대가 매우 대등하게 싸우는 날이고,
전체 서술도 맵시있게 균형 잡혀 있다.
우선 맨 앞에 헬레네를 납치한 파리스와 헬레네의 원래 남편인 메넬라오스의 단독대결이 자리 잡고 있다.
중간은 희랍군의 전사 디오메데스가 대활약을 펼치는 내용이고,
마지막에는 트로이군의 전사 헥토르와 희랍군의 다른 영웅 아이아스의 단독대결이 놓여 있다.
그러니까 맨 앞에 대결, 중간에 희랍군 전사의 대활약, 마지막에 또 하나의 대결이 놓인 것이다.
첫째 날에 이어서 나머지 사흘은 하루씩 양쪽이 번갈아 가며 승리하는 내용으로 되어 있다.
즉 전투가 시작된 둘째 날은 희랍군이 대패하는 내용이고
그 다음날은 전체적으로 희랍군이 몰리는 가운데서도 양측이 서로 세번씩 우세한 국면을 맞게 되며,
마지막 날은 아킬레우스의 출전으로 희랍군이 대승을 거두는 내용이다.
전투에 대한 묘사는,
누가 누구의 어느 부위를 어떤 무기로 가격하였고
그래서 상대자가 어떻게 쓰러졌는지를 순차적으로 나열하는 식이다.
오늘날의 독자가 보자면 좀 지루할 수도 있겠지만,
옛 청중들은 거기서 자신이 아는 이름들을 확인하고 희열을 느꼈을 것이다.
그 외에 직유(直喩)와 인물소개(biography)가 덧붙여져 있다.
『일리아드』는 전쟁터에서 며칠간 벌어진 사건을 다루었기 때문에 일상에 대한 묘사가 매우 적다.
즉, 독자들은 『일리아드』를 읽으면서
트로이 전쟁터 주변이 도대체 어떻게 생겼는지, 날씨는 어땠는지 전혀 알 수가 없는데,
그 이유는 시인이 거기서 일어나는 일들의 배경을 전혀 묘사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약점을 보완해주는 것이 바로 직유들이다.
거기는 『일리아드』에 그려진 사건들의 배경에는 나오지 않던 자연과 일상이 그려지고 있다.
한편, 인물 소개는 전장에서 쓰러지는 수많은 인물들을 특징있는 사람으로 만들어주고 있다.
보통 큰 영웅에 의해 쓰러지는 사람은 그 순간에 한번 등장하고 그것으로 끝이기 때문에
아무 특징도 없는 이름뿐인 인물이 되기 쉬운데,
인물 소개가 그런 사태를 막아준다는 것이다.
가령,
누구는 좋은 집에 예쁜 아내를 데려다 놓았지만 즐거움도 누려보지 못하고 이국땅에서 먼지를 물고 쓰러졌다든지,
누구는 재산이 많지만 그의 아버지는 상속자를 잃고 쓸쓸히 늙어가게 되었다든지 하는 식이다.
작품 첫 부분과 마지막 부분들
전투의 앞뒤에 일어난 일들을 한 눈에 파악하자면 '되돌이 구성법(ring composition)에 주목하는 것이 좋다.
우리는 이 구성법으로 『일리아드』의 맨 앞 세권과 맨 뒤의 세권을 연결해 볼 수 있다.
우선 첫째 권과 마지막 권을 보자.
제1권에서 우리는 아킬레우스가 자신의 어머니 테티스에게 희랍군이 지게 해 달라고 부탁하고,
테티스가 제우스를 찾아가서 허락을 구하는 장면을 본다.
반면에 마지막 제24권에서는
제우스가 이리스를 파견하여 테티스를 불러다가,
신들이 헥토르의 시신을 돌려주기로 결정하였으니 거기 따르도록 아들을 달래라고 말한다.
즉, 지상의 인간에서부터 하늘의 최고신에게 의사가 전달되는 경로와,
신들의 뜻이 하늘에서 땅으로 전해지는 경로가 드러나 있는데,
그것이 서로 대칭적으로 놓여 있는 것이다.
또한 제1권 앞부분에서
우리는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선물을 가지고 딸(크리세이스)을 찾아오는 아버지(크리세스)를 보는데,
마지막 제24권에서 또다시 그러한 아버지를 보게 된다.
헥토르의 시신을 찾아 나선 아버지 프리아모스다.
제2권과 제23권도 짝지어 볼 수 있는 근거가 있다.
제2권에는 '배들의 목록'이라는 부분이 있는데, 거기에는 희랍군의 전체 구성원들이 나와 있다.
그리고 제23권에는 파트로클로스의 장례를 치른 후 경기대회를 거행하는 장면이 나오며,
거기에는 그동안 『일리아드』에 등장했던 주요 영웅들이 다시 한번 나오고
전투 장면에서는 언급되지 않았던 다른 전사들도 나온다.
그러니까 제2권과 제23권은 트로이 전쟁에 참가한 영웅들을 두루 살펴보는 의미가 있는 것이다.
다음으로 제3권과 제22권을 짝짓는 근거는
그 두 군데에 유명한 대결 장면이 있고, 또 성벽에서 내려다보는 사람들이 있다는 점이다.
제3권에는 이 전쟁의 원인제공자라고 할 수 있는 두 사람,
즉 메넬라오스와 파리스 사이의 대결이 나오며,
이 장면을 트로이의 성벽에서 내려다보는 부분에는 아예 '성벽에서 바라보기'라는 이름이 붙어 있다.
제22권에는 아킬레우스와 헥토르 사이의 대결이 나오며, 성벽에서 내려다보는 사람들은 헥토르의 가족들이다.
물론 이런 대칭적 구성이 계속되지는 않는다.
만약 그렇게 되었다면 전체 구성이 너무 단순하고 예측 가능한 것이 되었을 것이다.
유명한 장면들
제6권에는 두개의 유명한 장면이 들어 있는데, 그 중 하나는 '갑옷교환' 장면이다.
엄청난 공을 세워 나가다가 마침내는 전쟁의 신 아레스까지 부상시킨 희랍군 영웅 디오메데스가
글라우코스라는 트로이 쪽 영웅을 만나고,
서로 얘기를 주고받은 끝에 자신들의 집안이 조상 때부터 서로 친구인 것을 알고는 서로 무장을 교환하는 것이다.
하지만 디오메데스가 내놓은 무장은 청동으로 된 것이고,
상대의 것은 황금으로 된 것이어서 디오메데스가 100 대 9로 이득을 보게 된다.
다른 하나는 제6권의 후반부에 나온다.
잠시 성 안을 방문한 헥토르와 그의 아내 안드로마케가 만나는 장면이 그것이다.
이제 곧 영영 이별하게 될 가족이 마지막 행복을 누리는 모습이 따뜻하고도 애잔하게 그려져 있다.
제14권에 나오는, 헤라가 제우스를 유혹하는 장면도 유명하다.
헤라는 파리스의 판정 때문에 당연히 희랍군의 편인데,
자신이 응원하는 희랍군이 제우스의 계획에 따라 지고 있는 것을 보자
꾀를 내어 제우스를 유혹하고 잠들게 만든다.
그 틈을 타서 희랍군이 다시 반격에 나설 수 있었다.
이렇게 전체적으로는 전투의 흐름을 바꾸는 데 사용되고 있지만,
사실 이 장면은 태초의 하늘과 땅의 결합을 재현하는 '성스러운 결혼'의 한 예이다.
그 외에 아킬레우스가 출전하기 직전에 방패를 제작하는 유명한 장면도 있는데, 이것은 제18권에 나온다.
온 세계의 축도가 들어 있는 이 방패는,
나중에 헤시오도스의 작품이라고 알려진 『헤라클레스의 방패』와
베르길리우스의 『아이네이스』에 나오는 아이네아스의 방패의 모범이 되었다고 한다.
『오디세이』의 세 가지 주제
『오디세이』의 주제는 보통 세 가지로 알려져 있다.
젊은이의 성장담, 뱃사람의 모험, 실종자의 귀향이 그것이다.
이 작품 역시 처음부터 재미있는 바다의 모험이 나오기를 기대하는 독자에게는 실망을 줄지도 모른다.
물론 모험이야기가 나오기는 하지만 그것은 몇권을 참고 읽어 나간 뒤에서야 알 수 있다.
아가멤논의 전령을 맞는 아킬레우스.
『오디세이』의 서두에는 제1권에서 제4권에 이르는 이른바 '텔레마키아'라고 불리는 부분이 있다.
이제 막 성인이 되려는 오디세우스의 아들 텔레마코스가
아버지의 행방을 찾아 육지로 떠나서 아버지의 옛 동료들을 만나는 내용이다.
그는 두 궁정에 머물게 되는데,
우선 퓔로스에서는 트로이 전쟁에 갔었던 늙은 왕 네스토르의 집에서 종교적 의례를 배우고,
스파르타에 있는 메넬라오스의 궁정에서는 호화롭고 세련된 생활방식을 목격한다.
두 영웅에게서 듣는 이야기도 성격이 조금 다른데,
네스토르에게서 듣는 것은 사실적인 귀환의 보고와 아가멤논 집안의 사건이다.
그리고 메넬라오스에게서 듣는 것은 조금 기이한 바다에서의 모험담이다.
이 여행을 통해 텔레마코스는 어른이 된다.
우리는 작품 후반에서 그가 아버지의 당당한 조력자로 등장하는 것을 보게 된다.
모험 이야기
『오디세이』에서 뭐니뭐니해도 역시 가장 재미있는 부분은 모험 이야기다.
하지만 그 중에서 가장 극적인 부분은 '텔레마키아'에 바로 이어 나오지 않는다.
우선은 그보다 약간 심심한 부분들이 나오고,
가장 신기한 모험담은 오디세우스 자신이 직접 들려주는 것으로 되어 있다.
하지만 여기서는 그냥 시간적 순서에 따라 정리해보자.
오디세우스 일행이 트로이아를 떠나 제일 먼저 했던 일은 해적질이다-
이는 오늘날의 독자에게는 비도덕적인 행위로 보이겠지만 당시에는 정상적인 경제활동에 속했다.
이 사건에서 특히 주목할 점은 여기서 특별한 포도주를 얻었다는 대목이다.
오디세우스는 그 지역, 이스마로스의 제사장 집안을 잘 보호해 주었는데,
그 제사장이 고맙다고 내어준 포도주가
나중에 외눈박이 거인 폴뤼페모스를 취하게 하여 주인공 일행을 구해주기 때문이다.
그 해적질 이후에 오디세우스 일행은 바다에서 심한 폭풍을 만나 아흐레나 떠밀려 간다.
그렇게 해서 들어간 곳은 현실공간이 아닌 환상의 세계였다.
거기서 처음 만난 사람들은 로토스라는 열매를 먹는 이들이다.
이 열매는 그것을 먹는 사람으로 하여금 집도 동료도 다 잊고 그냥 거기 계속 머물고 싶도록 만드는 것이다.
일행 중에 두 사람이 그것을 먹고 취했는데 오디세우스가 억지로 끌고 나온다.
이 열매의 의미는 아마도 무책임의 유혹이라고 해석해야 할 것이다.
그 다음 모험은 폴뤼페모스라는 외눈박이 괴물을 만난 것이다.
오디세우스 일행이 그 괴물의 동굴에 갇혀 여섯명이나 잡아먹힌 끝에,
괴물에게 포도주를 먹여 정신을 잃게 한 다음 그곳을 탈출한다는 이야기다.
오디세우스의 모험들을 설명하는 이론 중 하나가 '성장소설(Bildungsroman)'론이다.
즉 주인공이 여러 모험을 겪으면서 점차 성숙한 인간으로 변해가는 과정을 그린 것이란 말이다.
이 해석에 가장 잘 맞는 것이 바로 이 폴뤼페모스 사건이다.
그 사건 전에 오디세우스는 매우 호기심이 많고 무모한 사람이었다.
하지만 그 이후로 그는 점차 조심성 있는 사람으로 변해 가고,
이런 '성장'은 적들로 가득한 자기 집에 돌아가서 그들을 처치하고 승리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그 다음에는 바람들의 왕 아이올로스,
사람을 잡아먹는 라이스트뤼고네스의 거인들,
사람을 돼지로 만드는 마녀 키르케와의 만남이 이어진다.
이 중에 라이스트뤼고네스 사건에서는 배 12척 가운데 한척만 남고 모두 파선되는데,
사실 이것은 그 동안 '쓸데없이' 따라다니던 짐을 없애는 과정이기도 하다.
오디세우스의 모험에는 그렇게까지 많은 배가 필요하지 않다.
그런데 민담이 서사시로 바뀌는 과정에서
그 주인공으로 트로이 전쟁의 영웅 오디세우스를 '영입'하다보니 그의 부하들까지 같이 딸려들어왔던 것이다.
그리고 키르케와 만나는 내용에서는,
키르케는 처음에 오디세우스의 부하들을 모두 돼지로 만들지만, 나중에는 그들을 잘 대접하는 여성으로 나온다.
이 서사시에 등장하는 여성들의 특징,
즉 해를 끼칠 수도 있지만 일단 제압되면 도움이 되는 존재라는 점을 잘 보여준 부분이라 하겠다.
하지만, 어떤 학자는 그녀의 모습에서 고대의 『길가메시 서사시』 등에 등장하는 무서운 여신의 모습을 보기도 한다.
이 키르케는 오디세우스를 저승에 다녀오게 할 뿐만 아니라, 앞으로 갈 길에 놓인 위험들을 미리 가르쳐준다.
그것은, 노래로 사람들을 홀리는 세이렌들,
바닷가 절벽 동굴에 잠복해 있다가 튀어나와 여섯개의 입으로 여섯명을 동시에 물어가는 스퀼라,
하루에 세번씩 물을 빨아들이고 내뱉는 무서운 소용돌이 카륍디스
그리고 가장 중요한, 태양신의 섬 트리나키아 등이다.
다른 위험들은 모두 빠져나왔지만
마지막 섬에서 태양신의 소들을 잡아먹는 바람에 배가 파선되고
오디세우스를 제외한 나머지 사람들은 모두 희생된다.
홀로 남은 오디세우스는 부서진 배의 용골과 돛대를 묶어 타고 표류하다,
외딴 섬 아이아이아에 홀로 사는 바다의 요정 칼립소에게 가 닿는다.
바로 이 대목이 독자가 『오디세이』의 첫 페이지를 펼칠 때 나오는 장면이다.
그 때 오디세우스는 이미 7년이나 칼립소에게 잡혀 있는 상태였다.
즉, 죽은 것으로 간주되었던 그를 여신 아테네가 돌연히 기억해내면서 이 서사시가 시작되는 것이다.
지혜로운 인물 오디세우스를 사랑하는 지혜의 여신 아테네는,
그러나 오디세우스가 바다에서 온갖 위험을 겪는 동안에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
학자들은 이러한 점을 들어,
『오디세이』는 원래 민담의 형태였기 때문에 여신 아테네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었다고 설명한다.
신들의 뜻에 의해 칼립소에게서 벗어난 오디세우스는 항해를 계속하면서 여러 가지 새로운 모험을 하게 된다.
스케리아 섬에 당도하여 나뭇잎 속에 묻혀 잠들기도 하고
바닷가로 빨래 나온 나우시카아와 만나기도 하며,
나우시카아의 집에 당도하여 접대를 받기도 한다.
거기서 접대를 받으며 오디세우스가 들려주는 얘기가 바로 앞서 살펴본 그의 모험담이다.
이 네 권의 배경이 되는 섬은 환상계와 현실계를 이어주는 일종의 중간 지대로서,
너무나 평화롭고 행복한 생활을 영위하는 곳으로 묘사되어 있다.
그 때문에 어떤 학자는 이곳을, 바다에서 가족을 잃은 사람들의 염원을 담은 곳,
즉 실종된 자기 가족이 거기 살았으면 하고 바라는 '좋은 저승'이라고 설명하기도 한다.
오디세우스의 복수
나우시카아와 결혼하여 이 낙원 같은 섬에 정착하라는 은근한 유혹을 물리친 오디세우스는
귀향길에 올라 고향 이타케 섬에 도착한다.
여기서부터 『오디세이』의 후반부가 시작되는데,
이 부분은 이야기가 매우 느리게 진행돼서 조금 지루한 느낌을 주기도 한다.
사실 이 부분은 너무 빨리 결말에 이르는 것을 막는 장치이다-
『일리아드』에서는 전투 장면들이 그런 역할을 한다.
하지만 오디세우스가 어떤 이야기를 꾸며내어 자신을 숨기는지,
다른 사람들은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
전원에서는 어떤 생활이 이뤄지고 있는지를 살피면서 읽어나가면 나름대로 잔잔한 맛을 느낄 수 있다.
오디세우스는 아테네 여신의 힘에 의해 늙은 거지, 그것도 완전히 머리가 벗겨진 대머리로 변하여,
우선 충직한 돼지치기 에우마이오스를 찾아간다.
그의 오두막에서 일어난 가장 큰 사건은 여행에서 돌아온 아들 텔레마코스를 만나 서로 알아보게 된 것이다.
이 작품은 오디세우스가 공간적으로 멀리서부터 자기 집으로 조금씩 다가가면서 이야기가 전개되는데
그가 집에 점점 다가갈수록 자기 신분도 주변 사람들에게 조금씩 드러나게 된다.
처음에는 아들이, 그 다음으로 유모 그리고 충직한 돼지치기와 소치기가 그의 신분을 알게 되며,
맨 마지막으로 그의 아내 페넬로페가 그를 알아보게 된다.
그 다음에는 오디세우스가 활쏘기 시합에서 108명이나 되는 구혼자들을 모두 처치하는,
가장 유명한 장면이 이어지며 그들을 모두 처치한 후에는 아내와의 상봉이 있다.
하지만 영웅이 목욕을 마치고 멋진 모습을 되찾아도 아내는 가까이 다가올 생각을 않는다.
늙은 거지꼴이어서 남편인지 몰랐던 간밤에는 훨씬 따뜻한 분위기에서 이야기를 나누었건만,
제 모습을 되찾은 이 시점에는 오히려 분위기가 냉랭하다.
하지만 이것 역시 하나의 시험으로, 오디세우스가 통과해야 하는 마지막 관문이었다.
그의 집에는 부부만이 아는 비밀이 있었다.
움직일 수 없는 침대가 그것이다.
땅에서 자라난 올리브 나무를 베지 않은 채 대충 자르고 다듬어 하나의 기둥으로 삼고
거기에 다른 기둥들을 연결하여 침대를 꾸몄던 것이다.
그러니까 말하자면 집 이전에 침대가 있었고, 침대 이전에 나무가 있었던 셈이다.
아내는 시치미를 뚝 떼고는 그 침대를 내오라 하고,
영웅은 누가 자신의 침대다리를 베어냈느냐고 화를 냄으로써 답을 말한다.
아직도 땅에 굳게 뿌리박힌 그 나무는 세월이 가도 변치 않는 이 부부의 결속을 상징하는 것이라 하겠다.
『오디세이』의 결말 부분에 대해서는 아직도 논란이 있다.
부부가 잠자리에 드는 장면이 원래의 결말이라는 주장이 오래 전부터 제기되어 왔던 것이다.
현재 우리에게 전해지는 필사본들에는
그 잠자리 장면 다음에 구혼자들의 영혼이 저승으로 가는 장면과,
오디세우스가 과수원에서 아버지를 만나는 장면이 들어 있다.
『일리아드』와 『오디세이』를 둘러싼 논쟁들
두 서사시의 작자에 대해서도 몇가지 논란이 있어 왔는데,
가장 중요한 것은 이 두 작품이 한 사람의 것인지, 아니면 여러 사람의 손을 거친 것인지 하는 점이다.
하지만 이 논쟁은 앞서 말한 구송시 이론이 자리를 잡으면서 좀 수그러들었다.
누군가가 큰 틀을 잡아놓았지만, 그 재료는 예부터 전해온 것이었다는 주장이 대세가 된 것이다.
다른 중요한 논쟁은 두 작품의 작가가 동일한 인물인지 하는 것이다.
두 작품을 자세히 보면
이상하게도 내용상의 중복이 없고 또 신들이나 영웅들의 모습도 상당히 다르게 되어 있다.
그 때문에 두 서사시는 서로 다른 사람이 지었다는 주장이 나왔다.
해결 가능성이 없어 보이는 이 논쟁과 관련하여 가장 흔한 믿음은,
『일리아드』는 호메로스가 좀 더 젊었을 때 지은 것이고, 『오디세이』는 그의 만년 작품이라는 것이다.
두 서사시를 비교할 때, 흔히 『일리아드』는 비극적이고 『오디세이』는 낭만적이라고 한다.
또 어떤 사람은 『일리아드』가, 인간은 궁극적으로 죽을 수밖에 없다는 사실에 대해 분노를 표하는 것인 반면에
『오디세이』는, 인간으로 태어났다는 사실 그 자체에 괴로워하는 내용을 담았다고 말한다.
한편 『일리아드』가 인간의 조건(human condition)을 보여주는 반면에
『오디세이』는 인간의 삶이 어떻게 펼쳐지는지를 보여준다는 이도 있다.
이런 대조적인 성격이
한 시인의 젊은 시절과 나이 든 시기의 차이를 보여주는 것인지,
아니면 서로 다른 성향을 가진 두 거장의 솜씨를 보여주는 것인지 독자께서도 한 번 생각해보시기 바란다.
더 생각해볼 문제들
1. 전통적으로 『일리아드』가 한 사람의 창작물인지, 아니면 여러 사람의 손을 거친 것인지 하는 문제가 있으며,
『오디세이』에 대해서도 같은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여러 사람의 손을 거쳤다는 주장의 근거는 작품 여기저기 모순들이 보인다는 점이다.
하지만 이 작품들을 한 사람이 만들었다고 믿는 학자들은
그런 모순들은 대부분 어떤 방식으로든 설명이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독자들은 작품 내에서 어떤 모순을 찾아냈는지, 그것은 어떻게 설명할 수 있는지 생각해보자.
가장 극단적인 모순점을 찾자면,
이미 전투 중에 죽은 사람이 뒤에 멀쩡하게 살아서 등장하는 장면을 들 수 있겠다.
가령 퓔라이메데스라는 사람은 이미 5권 576행 이하에서 죽은 것으로 되어 있으나,
13권 644행 이하에서는 여전히 살아서 다시 등장하고 있다.
하지만 더러 이런 모순이 있다는 것을 인정하더라도,
우리가 본 것 같이 전체가 어떤 계획에 의해 구성된 것으로 보이는 한,
적어도 어떤 큰 시인이 마지막 손질을 했으리라고 볼 수 있겠다.
하지만 이 논쟁은 구송시 이론이 자리를 잡은 이후로는 좀 뜸한 편이다.
2. 『일리아드』에서 아킬레우스가 분노한 것은 우리의 관점에서는 지나친 것으로 보인다.
아킬레우스의 행태를 보고, 옛 사람들이 생각했던 영웅이란 어떤 것인지 정리해 보자.
『일리아드』에 등장하는 영웅은
자신의 명예를 최고의 가치로 놓고 그것을 위해서는 심지어 목숨까지도 내어놓는 사람들이다.
그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현재이며, 과거나 미래에는 큰 관심이 없다.
이들이 가장 중시하는 능력은 군사적인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영웅상이 시대에 따라 변화해 가는 것을 이후의 다른 서사시들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가령 『오디세이』에서는 꾀를 사용하며 과거로 돌아가려는 영웅,
헬레니즘 기의 서사시 『아르고 호 이야기』에서는
민주적이고 외교적이며 때로는 여성의 도움도 마다하지 않는 영웅,
로마의 서사시 『아이네이스』에서는 미래와 역사를 생각하며
자신의 개인적 소망을 포기하고 희생하는 영웅을 발견하게 되는 것이다.
3. 오디세우스는 집에 돌아와,
그동안 자기 아내를 괴롭히고 집안의 재산을 마음대로 소비해온 구혼자들을 모두 죽였다.
이런 보복 행위가 정당한 것인지 혹시 지나친 것은 아니었는지 생각해보자.
현실적으로 말하자면,
108명이나 되는 사람이 오디세우스와 텔레마코스를 죽이려 음모를 꾸미고 있으므로,
계략으로 이들을 모두 처단하는 것 이외에 다른 방법이 없었다.
더구나 이 보복은 일종의 제의로 해석될 수도 있다.
구혼자들은 봄맞이 축제의 희생물로 바쳐진 것이고,
부부는 새로운 결혼으로 새로운 시대를 열어간 것이다.
추천할 만한 텍스트
『일리아스』, 호메로스 지음, 천병희 역, 단국대학교출판부, 2001
『오디세이』, 호메로스 지음, 천병희 역, 단국대학교출판부, 1996
희랍은 유럽의 제일 동쪽에 있는, 보통 '그리스'라고 부르는 나라다.
하지만 '그리스'라는 말은 영어식 표기이고
그 나라 사람들은 '헬라스'라 부르며 그것을 한자로 옮긴 것이 '희랍'이다.
따라서 되도록이면 '희랍'이라고 하거나 아니면 '헬라스'라 부르는 것이 옳을 것이다.
그것들을 버리고 '그리스'만을 고집한다면,
'도이칠란트' 또는 '독일'을 '저머니'로 부르자고 주장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Achilleus는 트로이 전쟁에 참가한 영웅 중 가장 탁월한 전사다.
트로이 함락 이전에 파리스의 화살을 맞고 죽는다.
오디세우스는 트로이 전쟁의 영웅들 중 가장 지혜로운 전사다.
전쟁이 끝난 후 10년의 방랑 끝에 겨우 고향으로 돌아간다.
트로이 전쟁의 원인은 당시의 모든 독자/청중이 알고 있었으므로 다시 언급하지 않고,
그것의 원인이 된 두 사람의 대결이라는 형태로 재현된다.
전쟁 결과 역시 모든 청중이 알고 있으므로 시인이 직접 전하지 않고,
주로 트로이 쪽 사람들의 말 속에 앞일에 대한 예상이라는 형태로 드러난다.
되돌이 구성법, 이것은 시인이 직유를 쓸 때나, 등장인물의 말을 직접 전달할 때 주로 사용하는 방법으로,
말을 시작할 때 얘기한 요소가 말을 마칠 때 다시 나오는 것이다.
가령 포이닉스라는 노인이 아킬레우스에게, 동료들이 선물을 준다고 할 때
그냥 전투에 나가라고 권고하는 부분을 보자.
처음에는 선물을 받으라고 권하며 다음으로 옛날에 있었던 비슷한 사례를 자세히 얘기하고 마지막에 다시
"그러니 너도 선물을 받고 전투에 나가라"면서 끝을 맺는 것이다.
이런 기법을 아주 복잡하게 사용하자면 ABCDE-F-EDCBA하는 식으로
앞뒤에 짝지을 수 있는 요소를 아주 많이 늘어놓을 수도 있겠지만,
아주 간단하게 하자면 A-B-A의 꼴이 된다.
'성스러운 결혼'은
흔히 신년축제에서 태초의 상태를 재현하고 세계를 새롭게 하기 위해 치러지는 결혼의식이다.
이 결혼의식은 보통 왕과 여사제 사이에 이루어진다.
그녀의 지시에 따라 다녀온 저승여행은 호메로스 이후의 거의 모든 서사시에 등장하는 요소가 되었다.
한가지 예를 들자면,
오디세우스는 맨 마지막에 활로써 적들을 제압하는데,
『일리아드』에서는 그가 활을 잘 쏜다는 점이 전혀 언급도 되지 않는다.
[네이버 지식백과] 일리아드와 오디세이 [Iliad-Odyssei]
- 서양 최초의 문학 작품 (서양의 고전을 읽는다, 2006.5.22, 휴머니스트)
댓글목록
최고관리자님의 댓글
최고관리자 아이피 115.♡.168.73 작성일
대서사시의 명해설도 너무 긴 탓에
지루하고 요점이 불분명하고 힘이 없다
일리아드는 무엇이며 오디세이는 무엇인가?
일리아드는 희랍과 트로이 전쟁에 관한 얘기,
참전용사 오디세이의 귀환을 그린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