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웅비4해21-06-06 17:41 View9,6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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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목(碑木)이야기

 
 
비목의 작가 한명희는
1939년 충북 청원에서 태어나.
서울대 음대를 졸업하고 
ROTC 2기로 임관하여 6.25전투가 치열했든 강원도 화천에서 8연대 GP 소대장으로 군 복무,
 
한명희 교수(1939년생)  
경력:
2005 ~ 한국문화예술위원회위원
1997 ~ 1999  제11대 국악원장
1985 ~ 서울시립대학교 음악학과 교수
학력: 성균관 대학원 철학박사.
 
한국문화 예술위원은 사회적으로 장관급 우대를 받으며.
정부로부터 매월 예술위원 품위 유지비를 지급 받고있음.

40년 전 막사 주변의 빈터에 호박이나 야채를 심을 양으로 조금만 삽질을 하면 
여기 저기서 뼈가 나오고 해골이 나왔으며 
땔감을 위해서 톱질을 하면 간간히 톱날이 망가지며 파편이 나왔다.

그런가 하면 순찰삼아 돌아보는 계곡이며 능선에는 
군데군데 썩어빠진 화이버며 탄띠 조각이며 녹슬은 철모 등이 나딩굴고 있었다. 
실로 몇개 사단의 하고 많은 젊음이 죽어갔다는 
기막힌 전투의 현장을 똑똑히 목도한 셈이었다. 

그후 어느날 나는 그 격전의 능선에서 
개머리판은 거의 썩어가고 총열만 생생한 카빈총 한자루를 주워왔다. 
그러고는 깨끗이 손질하여 옆에 두곤 
곧잘 그 주인공에 대해서 가없는 공상을 이어가기도 했다.
 

전쟁 당시 M1 소총이 아닌 카빈의 주인공이면 
물론 소대장에 계급은 소위렸다.
그렇다면 영락없이 나같은 20대 한창 나이의 초급 장교로 산화한 것이다.
일체가 뜬 구름이요, 일체가 무상이다.

처음 비목을 발표할 때는 
가사의 생경성과 그 사춘기적 무드의 치기가 부끄러워서 "한일무"라는 가명을 썼었는데 
여기 一無라는 이름은 바로 이때 응결된 심상이었다.

이렇게 왕년의 격전지에서 젊은 비애를 
앓아가던 어느날, 
초가을의 따스한 석양이 산록의 빠알간 단풍의 물결에 부서지고 
찌르르르 산간의 정적이 고막에 환청을 일으키던 어느 한적한 해질녘, 
나는 어느 잡초 우거진 산모퉁이를 돌아 양지바른 산모퉁이를 지나며
문득 흙에 깔린 돌무더기 하나를 만날 수 있었다.

필경 사람의 손길이 간 듯한 흔적으로 보나 
푸르칙칙한 이끼로 세월의 녹이 쌓이고 
팻말인 듯 나딩구는 썩은 나무등걸 등으로 보아 
그것은 결코 예사로운 돌들이 아니었다

그렇다.
그것은 결코 절로 쌓인 돌이 아니라 
뜨거운 전우애가 감싸준 무명용사의 유택이었음에 틀림없다. 
어쩌면 그 카빈총의 주인공, 
자랑스런 육군소위의 계급장이 번쩍이던 
그 꿈많던 젊은 장교의 마지막 증언장이었음에 틀림없다. 

이제 이야기가 여기쯤 다다르고 
그때 그 시절의 비장했던 정감이 이쯤 설명되고 보면 
비목 같은 간단한 노래가사 하나쯤은 절로 엮어질 수밖에 없었다는 
감성적 개연성을 십분 수긍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詩情이 남달라서도 아니요, 
오직 순수하고 티없는 정서의 소유자였다면
누구나가 그같은 가사 하나쯤은 절로 빚어내고 절로 읊어냈음에 틀림없었을 것이 
그때 그곳의 숨김없는 정황이었다.
 

그후 세월의 밀물은 2년 가까이 정들었던 그 능선, 
그 계곡에서 나를 밀어내고 
속절없이 도회적인 세속에 부평초처럼 표류하게 했지만 
나의 뇌리, 나의 정서의 텃밭에는 늘 그곳의 정감, 그곳의 환영이 걷힐 날이 없었다.

그러던 어느날 
내가 TBC 음악부 PD로 근무하면서 우리 가곡에 의도적으로 관심을 쏟던 의분의 시절, 
그 때 나는 방송일로 자주 만나는 작곡가 장일남으로부터 
신작 가곡을 위한 가사 몇편을 의뢰받았다.
 
바로 그때 제일 먼저 내 머리속에 스치고간 영상이
다름아닌 그 첩첩산골의 이끼 덮인 돌무덤과 그옆을 지켜섰던 새하얀 산목련이었다.

나는 이내 화약 냄새가 쓸고간 그 깊은 계곡 양지녘의 이름모를 돌무덤을 
포연에 산화한 무명 용사로,
그리고 비바람 긴세월 동안 한결같이 그 무덤가를 지켜주고 있는 그 새하얀 산목련을 
주인공 따라 순절한 연인으로 상정하고 
사실적인 어휘들을 문맥대로 엮어갔다.
 
당시의 단편적인 정감들을 내 본연의 감수성으로 꿰어보는 작업이기에 
아주 수월하게 엮어갔다.

 
 
         --------------------#----------------#-------------------
초연이 쓸고간 깊은 계곡 깊은 계곡 양지녘에 
비바람 긴세월로 이름모를 이름모를 비목이여 
먼 고향 초동친구 두고온 하늘가 
그리워 마디마디 이끼되어 맺혔네 

궁노루 산울림 달빛 타고 달빛 타고 흐르는 밤 
홀로선 적막감에 울어지친 울어지친 비목이여 
그 옛날 천진스런 추억은 애달퍼 
서러움 알알이 돌이되어 쌓였네
----------#--------#------------------------------------

이렇게 해서 비목은 탄생되고 널리 회자되기에 이르렀다.
오묘한 조화인양 유독 그곳 격전지에 널리 자생하여 
고적한 무덤가를 지켜주던 그 소복한 연인 산목련의 사연은 잊혀진 채 
용사의 무덤을 그려본 비목만은 그야말로 공전의 히트를 한 셈이며 
지금도 꾸준히 불려지고 있다.

비목에 얽힌 일화도 한두 가지가 아닌데,
가사의 첫 단어어인 "초연"은 화약연기를 뜻하는 초연(硝煙)인데,
"초연하다" 즉 관심을 두지 않는다는 오불관언의 뜻으로 해석하는 경우도 있었다.

또 한 때는 비목(碑木)이라는 말 자체가 
사전에 없는 말이고 해서 
패목(牌木)의 잘못일 것이라는 어느 국어학자의 토막글도 있었고, 
비목을 노래하던 원로급 소프라노가 
"궁노루산"이 어디 있느냐고 묻기도 한 일이 있었다.

궁노루에 대해서 언급하면, 
비무장지대 인근은 그야말로 날짐승, 길짐승들의 낙원이다.
한번은 대원들과 함께 순찰길에서 궁노루 즉, 사향노루 한마리를 잡아왔다
정말 향기가 대단하여 새끼 염소만한 궁노루 한마리를 잡았는데 
온통 내무반 전체가 향기로 진동을 했다. 

그런데 문제는 그것이 아니고 
그날부터 홀로 남은 짝인 암놈이 매일 밤을 울어대는 것이었다.
덩치나 좀 큰 짐승이 울면 또 모르되 
이것은 꼭 발바리 애완용같은 가녀로운 체구에 
목멘듯 캥캥거리며 그토록 애타게 울어대니 
정말 며칠 밤을 그 잔인했던 살상의 회한에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더구나 수정처럼 맑은 산간계곡에 소복한 내 누님
같은 새하얀 달빛이 쏟아지는 밤이면 
그놈도 울고 나도 울고 온 산천이 오열했다.
"궁노루 산울림 달빛타고 흐르는 밤"이란 
가사의 뒤안 길에는 이같은 단장의 비감이 서려 있는 것이다.

-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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