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웅비4해21-06-09 07:51 View9,3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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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읽기] 지금 무엇이 끝나고 있는 걸까
[중앙일보] 장강명 소설가 2021.06.09 00:29

문예지 이번 호에 단편소설을 한편 실었는데, 마감을 왕창 어겼다. 
구차한 변명이지만, 정부의 부동산정책 실패가 거기에 영향을 미쳤다. 
원고를 쓰던 중 집 주인으로부터 전셋집을 비워 달라는 연락을 받았다. 
지금 살고 있는 집에 이사 온 지 2년이 안 됐기 때문에 2년은 더 살 수 있을 줄 알았다. 
그런데 주인 본인이 집에 들어오겠다고 한다.
 
그 역시 법으로 정해진 정당한 권리를 행사하는 것이다. 아쉽지만 원망할 수는 없다. 
계약이 끝나는 것은 5개월 뒤이지만 요즘 전세난이 극심하다고 하니 
어느 동네에 살 수 있을지 알아봐야 할 것 같았다.
 
근처에서 전세를 구할 수는 없었다. 
아파트 같은 동, 세층 위, 우리 집보다 7평이나 작은 집의 전세 매물이 나와 있다. 
우리 집의 1년7개월 전 전세 가격보다 2억5천만원 더 높은 값에. 
우리 집은 전세로 내놓으면 가격이 그보다 높겠지. 한달에 1315만원 이상씩 오른 셈이다.
 
이사 갈 동네를 알아보러 이곳저곳 다녔다. 주로 서울 끝자락이었다. 
서울 중심부 아파트단지에 한번 가기는 했다. 
버스를 타고 갈 때까지만 해도 ‘이 가격에 이 동네를?’ 하고 횡재한 기분이었다. 
가서는 ‘서울에 이런 곳이 다 있구나’ 하고 놀랐다. 거의 슬럼이었다. 
나를 위로하기 위해서인지 아내는 “이 동네 참 재미있지 않아?”하고 애써 밝게 말했다.
 
나는 속으로 ‘공각기동대’ 실사 영화를 다시 찍는다면 
세트를 만들 필요 없이 그냥 여기서 촬영하면 될 거 같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우리 부부는 사이버펑크 전사가 아니므로 그 단지에 살면 틀림없이 불행해질 거라고 느꼈다. 
초여름 뙤약볕을 피해 들어간 카페에서 우리는 낮술을 많이 마셨다.
 
그렇게 이사 갈 집을 찾으러 다닌 시간 자체가 길지는 않았다. 
돌아와서, 마음이 싱숭생숭해서 글이 안 써진 게 문제였다. 
붙들고 있던 단편소설 원고를 다 쓰면 80만원을 받을 예정이었다. 
내가 수돗물만 먹고 이틀에 한편씩 단편을 발표해도 다른 수입이 없다면 
고료만으로는 1년7개월 동안 2억5천만원 못 번다. 에라이…….
 
부동산 가격폭등을 지켜보는 봉급생활자들 상당수가 나와 같은 마음이지 않을까. 
내가 이 일을 해서 뭐하나, 싶은 심정. 내 노동의 가치가 통째로 부정당하는 기분. 
아내는 올해 완전히 반정부 세력이 되었다. 
아내는 “현 정부 최대의 업적은 아파트의 고귀한 가치를 서민들로부터 지켜낸 것”이라고 냉소한다.

이것은 유례없는 거품인가, 아니면 뉴 노멀인가. 전문가들도 모른단다. 
그런데 어느 쪽이든 무슨 상관이랴 싶은 생각도 든다. 
부동산 시장이 붕괴하든, 급격한 인플레이션이 오든, 아니면 이 ‘불안한 파티’가 계속되든, 
프리랜서와 봉급생활자의 앞날은 암담하다. 
사실 모두 피부로 느끼고 있지 않은가? 한번도 본 적 없는 엄청난 무언가가 다가오는 중이라고.
 
그게 뭘까? 지금 무엇이 끝나고 있는 걸까? 
그토록 돈을 풀었는데 왜 실물경제는 살아나지 않고 자산가격만 오르는 걸까? 
여러 나라에서 같은 현상이 벌어지는 밑바닥에 어떤 근원적인 원인이 있을까?
 
나는 그게 부의 원천이 바뀌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이제 돈은 평범한 사람의 노동이 아니라 몇몇 천재들의 창의성, 혹은 땅이나 원자재처럼 한정된 자산에서 나온다. 
그러므로 고용에 투자하지 않는 것이 현명하다. 지금 끝나고 있는 것은 노동의 가치다. 
기실 미숙련 서비스업 상당수는 노동이 아니라 자존심을 파는 직업으로 변하는 중인 듯하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아파트에 대한 환상을 버리면” 따위 발언이 얼마나 한심한 인식에서 나왔는지 절감하게 된다. 
다들 알고, 여권정치인들만 모른다. 세상이 둘로 쪼개지고 있음을. 
어마어마한 창의성이나 자산을 보유한 이들과 시장에 내다 팔 수 있는 게 자기 노동밖에 없는 계층으로.
 
후자에 속하지 않으려는 발버둥은 노비나 소작농 신세를 피하려던 200년 전 민초들의 그것과 다르지 않아 뵌다. 
이 격동의 시간에 집권세력의 시야가 좁고 과거지향적, 교조적이라는 점도 200년 전과 닮았다. 
이후로는 일론 머스크 같은 방자한 천재들의 세도정치 비스름한 시대가 오려나. 다음 수순은 민란인가?

뒤숭숭한 상상에 잠겨 며칠을 보냈다. 
나는 이사 갈 동네를 고민해 볼 테니 
여당은 노무현-문재인 정부에서 똑같이 부동산정책이 실패한 이유를 고민해보기 바란다. 
나나 당신들이나 경제에 대한 이해도가 옛 선비 수준이어서 이 꼴이 된 것 아닌지.

댓글목록

웅비4해님의 댓글

웅비4해 아이피 115.♡.168.73 작성일

1961년, 60년 전 박정희는
5.16혁명공약에서 '민생고를 조속히 해결한다'로 기치를 들었다
그외 기타 사항들은 일반국민 생활과는 별 상관없는 것들이였다
지금은 '국민소득 3만$'라는 게 별 상관없는 것이 되는 시대가 됐다
아파트 신축공사를 그리 많이 한다고 해도 일반국민과는 거리가 멀고
청년들이 결혼 피하고 애 낳기를 두려워 하는 것과는 거리가 가깝다?
열씸히 공부하고 성실하고 절약하면 돈 된다? 아니올씨다가 답이다!
그들과 그들의 부모들이 선택한 정부가 그들을 얼반 지긴다?
열씸히 공부하고 성실히 일 해란 소리도 헛소리가 되고 있다
청년에게 '노동의 가치'가 별 볼일 없다는 말인가? 시대인가?
청년들에겐 살 집을 마련한다는 게 엄두가 안 난다는 게 문제다
우선 아파트 말고, 일반 빈 주택은 있을까? 인구가 늘지 않는다는데?
답이 없는 혼란의 시대다.. 미래가 안 보이는 시대다.. 노안이 심해저서..
3500원 커피는 예사로 사 먹는데 그 만생고가 그때와 지금은 어찌 다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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