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15분, 지친 뇌에 휴식을 주세요 [이진호의 영화 속 건강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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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새 6월이다.
한해의 절반을 향해 가는 시점에서 몸도 마음도 왠지 지친 기분이다.
이럴 때는 머릿속을 비우고 멍하니 휴식을 취하고 싶어진다.
칼럼을 읽고 있을 많은 독자들도 아마 필자와 같은 생각일 것이다.
우리 뇌는 24시간 쉬지 않고 수많은 정보를 처리하기 때문에 적당한 휴식은 필수다.
휴식 없이 지속적으로 뇌에 부담이 쌓일 경우 스트레스가 축적되고
신체·정신 건강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
실제로 아무 생각 없이 휴식을 취하는 게
정상적인 뇌 활동에 있어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사실이 연구를 통해 밝혀진 바 있다.
한의에서도 신체·심리적 요인으로 인해 신진대사가 원활하지 않을 경우
오장육부의 기능이 저하되면서 기력이 쇠하고 피로가 나타난다고 본다.
하지만 현대인들은 바쁜 일상으로 인해 뇌에 충분한 휴식 시간을 주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처럼 일상에서 벗어나 온전히 생각을 비우고 싶은 사람들을 위해
한 멀티플렉스 영화관에서는 ‘불멍’을 대안으로 마련했다.
불멍은 활활 타오르는 장작을 보면서 아무 생각 없이 멍하니 있는 것을 의미하는 신조어다.
최근 개봉한 ‘메가릴렉스-불멍’은 30분의 상영시간 동안 오롯이 타오르는 장작불만 보여준다.
영화라고 부르기 모호할 정도로 단순한 내용이지만
도시 한가운데에서 교외의 캠핑장을 즐길 수 있다는 것에 호기심이 생겼다.
주말 아침, 영화관에서 불멍을 즐기는 사람은 필자 한 명뿐이었다.
깜깜한 상영관으로 들어서자 아무도 없는 텅 빈 객석이 맞이해줬다.
마치 상영관을 통째로 빌린 듯 편안히 호사를 누렸다.
이내 영화가 시작됐고 내용은 역시나 단순했다.
어두운 밤 타닥타닥 타들어 가는 장작불을 고정으로 보여주는 장면뿐이었다.
사실 처음에는 이게 다인가 싶어 적잖게 당황했다.
하지만 당황스러움도 잠시, 장작불을 멍하니 보며 이런저런 생각이 떠올랐다.
다양한 질환으로 필자를 찾아온 환자들의 치료부터,
필자가 하나하나 챙겨야 할 병원 업무까지 수많은 생각들이 장작불과 함께 일렁거렸다.
몇 분이 지났을까. 필자의 머릿속을 채우던 생각들은 마치 날아가는 불씨처럼 희미해졌다.
지금 고민해봐야 해결되지 않을 것임을 필자 자신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불멍을 온전히 즐기며 머릿속 생각을 비우자 절로 마음이 편안해졌다.
짧은 명상이 끝나고 상영관을 나서니 거리엔 바삐 움직이는 사람들로 가득했다.
근심과 걱정을 장작불과 함께 태우니 필자는 상쾌한 기분으로 일상에 돌아갈 수 있었다.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우울감과 스트레스로 인한 ‘코로나 블루’를 호소하는 사람이 많다.
이를 예방하기 위해 하루 15분 정도라도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며
아무 생각 없이 온전히 뇌를 쉬게 해주자.
하지만 습관처럼 반복적으로 멍한 상태가 되는 것은 뇌 건강에 오히려 해가 될 수 있다.
이는 뇌세포의 노화가 진행돼 치매와 우울증의 원인이 될 수 있으니 주의하도록 하자.
쉽고 빠르게 얻을 수 있는 과도한 정보 때문에 뇌가 쉽게 지치는 시대에 살고 있다.
자신만의 뇌 휴식 시간을 가져 슬기롭게 건강을 지키도록 하자.
이진호 자생한방병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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