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은 갔지만 코끝엔 모란 향기…유물에도 꽃이 활짝 피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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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란도 병풍
[국립고궁박물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박상현 기자 =
꽃송이가 탐스러운 모란은 봄에 개화한다.
따스한 봄날 창덕궁이나 덕수궁을 방문하면 짙은 모란 향기가 코끝을 간질인다.
한여름인데 경복궁 한편 국립고궁박물관에는 모란 향이 진동한다.
창덕궁 낙선재 화계(花階, 계단식 화단)에서 모은 향기가 은은하게 퍼졌다.
마음을 차분하게 하는 빗소리와 새소리도 들린다. 봄
기운 가득한 날, 툇마루에 앉아 모란을 감상하는 기분이 든다.
국립고궁박물관은 조선왕실 문화에 스며든 모란꽃을 소개하는 특별전 '안녕, 모란'을 7일 개막한다.
박물관이 6일 배포한 자료에 따르면 모란도 병풍을 비롯해
모란을 디자인 요소로 삼은 그릇, 가구, 의복 등 다양한 유물 120여 점이 나왔다.
국립중앙박물관 소장품. [국립고궁박물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전시 시작은 모란꽃이 만발한 정원 같은 공간이다.
19세기에 활동한 화가인 허련, 남계우가 그린 모란 그림도 걸렸다.
이어 조선왕실 생활공간에서 활용한 물품에 모란이 어떻게 장식됐는지 살핀다.
화려한 모란은 부귀영화의 상징이기도 했다.
나전 가구, 화각함, 청화백자, 자수 물품에 들어간 모란은
왕실에 풍요와 영화가 가득하기를 바라는 의미가 담겼다.
모란 무늬를 수놓은 여성 혼례복 2점도 눈길을 끈다.
그중 하나는 순조 둘째 딸인 복온공주(1818∼1832)가 혼인할 때 입었다.
전통 혼례 때 여성이 입은 활옷 중 착용자와 제작 시기가 명확하게 알려진 유일한 유물이라고 전한다.
다른 혼례복은 창덕궁에서 전해 오는 의복으로, 이번 전시에서 최초로 공개된다.
보존처리 과정에서 겉감과 안감 사이에 넣은 종이심이 발견됐는데,
1880년 과거 시험 답안지를 재활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국립고궁박물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전시실 일부에서는 창덕궁 낙선재 문살 장식을 벽면에 연출하고 천장에서 나오는 빛 아래에 유물을 배치했다.
혼례복 꽃무늬를 활용한 미디어 아트도 선보였다.
전시 마지막 공간은 왕실 흉례(凶禮, 상례)와 조상을 모시는 의례에 사용된 모란을 조명한다.
궁중 기록화인 의궤, 제사 지낼 때 쓰는 의자인 교의(交椅), 제례에 사용하는 가마인 신여(神輿), 향로 등으로 꾸몄다.
흉례에서 빼놓을 수 없는 물품은 왕실 번영과 안녕을 기원한 모란도 병풍이다.
관람객은 삼면에 놓인 모란도 병풍을 가까이에서 들여다볼 수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입장 인원은 시간당 100명, 하루 1천 명으로 제한한다.
관람 예약은 국립고궁박물관 누리집(gogung.go.kr)에서 하면 된다. 전시는 10월 31일까지.
psh5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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