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병대원 사건' 4대 쟁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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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이 이첩보류 지시했다면… "정당한 지휘권 행사" "직권남용"
방극렬 기자 2024.05.30. 05:47
해병대원 사건' 4대 쟁점
이종섭 전 국방부장관이 ‘해병대원 사망사고’ 조사기록을 경찰에 이첩했다가 회수하는 과정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통화한 기록이 공개되자,
이 전 장관 측은 29일 “외압의혹은 사실무근”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대통령과 국방부장관의 내밀한 통화기록이 공개되면서
두 사람 사이에 어떤 대화가 오고갔는지 의혹은 더 커지는 모양새다.
이 사건은 작년 7월 수해현장에서 순직한 해병대원의 사고조사에서 시작됐다.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이
‘임성근 당시 해병대1사단장 등 8명에게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를 적용해야 한다’는 조사결과를
경찰에 이첩하려다가 상부로부터 보류지시를 받았고, 이를 어기고
이첩한 자료를 국방부가 경찰에서 되찾아 왔다.
이후 국방부는 박 전 단장을 항명 등의 혐의로 보직해임하고 수사하는 한편,
사단장 등을 빼고 대대장 2명의 혐의만 인정한 기록을 경찰에 다시 넘겼다.
이런 시기에 이 전 장관이 윤 대통령과 최소 4차례 통화를 한 사실이 최근 공개된 것이다.
여기까지는 이 전 장관과 박 전 단장 양측 모두 인정하는 사실이다.
그러나 이 전 장관의 이첩보류지시 및 자료회수가 부당한 수사개입인지,
수사권이 없는 조사에서 혐의를 특정하는 것이 적법한지,
윤 대통령이 격노하며 재조사를 지시했다면 직권남용이 되는지 등은 쟁점으로 남아 있다.
그래픽=송윤혜
◇장관의 보류지시·기록회수, 부당한가
박 전 단장 측은 “수사단이 적법하게 이첩한 조사기록을 국방부가 불법적으로 회수했다”고 주장한다.
박 전 단장은 작년 7월30일, 김계환 해병대 사령관과 이 전 장관에게
‘임 사단장 등 8명에게 과실치사 혐의를 적용한 조사결과를 경찰에 이첩하겠다’고 보고했다.
이를 이 전 장관이 결재했고, 장관 승인에 따라 8월2일 이첩했다는 것이다.
박 전 단장 측은 승인 후 보류지시와 자료회수는 군사경찰의 독립성을 침해했다는 입장이다.
이들은 군사경찰직무법 시행령의 ‘수사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직무수행의 독립성을 보장해야 한다’는 조항을
근거로 들고 있다.
반면 이 전 장관은 “장관이 이첩결재를 했다면 보류, 취소(회수)할 권한도 있다”는 입장이다.
박 전 단장의 수사 및 이첩 활동은 모두 장관의 지휘범위에 포함된다는 것이다.
이 전 장관 측은
“이 사건지시 및 조치는 장관의 권한과 책임에 따라 정당하게 결정한 것으로 어떤 위법 소지도 없다”고 했다.
앞서 국가인권위원회도
“장관은 군사경찰에 대해 구체적 지휘·감독할 권한이 있고, 이에 따른 보류지시는 정당하다”며
박 전 단장 측이 제기한 진정을 기각했다.
시행령보다 상위인 군사경찰직무법에 장관을 ‘군사경찰의 최고 지휘‧감독자’로 규정한 점 등이 근거였다.
◇과실치사 혐의 8명에서 2명 된 이유는
이 전 장관은 작년 8월9일 국방부 조사본부에 박 전 대령이 조사한 결과를 재검토하라고 지시했다.
당시 사단장이나 초급 간부에게까지 사고책임을 묻는 것은 과도하다는 취지였다.
이후 조사본부는 과실치사 혐의 대상을 8명에서 2명으로 줄여 경찰에 재이첩했다.
임 전 사단장 등 4명은 수사의뢰 의견으로 넘겼다.
이 전 장관 측은 수사단 결론이 법리적으로 무리해 수정했을 뿐이라는 입장이다.
해병대원 사망과 지휘부 책임 사이에 인과관계가 불명확해서 재조사를 했다는 것이다.
2022년7월 군사법원법이 개정되면서
군인 사망사건의 수사권은 민간수사기관으로 이관돼
수사단이 임 전 사단장의 혐의를 적시한 것 자체가 월권이라는 말도 나온다.
이에 대해 박 전 단장 측은 “불법지시 등 범죄혐의가 있으면 수사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유재은 국방부 법무관리관 등에게 ‘임 전 사단장의 과실치사 혐의를 빼라’는 지시를 들었다”고 주장했다.
혐의 적시가 월권이라면 국방부 조사본부가 재조사 후 2명의 혐의를 특정한 것도 문제라는 지적도 있다.
군은 이 사건 이전에 민간에 이첩한 사건 6건 중 5건에서 혐의를 적었다고 한다.
◇대통령 격노에 사단장 빠졌나
이 사건 논란이 커진 것은 ‘VIP 격노설’ 때문이다.
윤 대통령이 수사단의 조사결과를 보고받은 뒤 화를 내며 이 전 장관을 질책했다는 의혹이다.
박 전 단장이
“김 사령관에게 ‘VIP가 격노하면서 (국방)장관과 통화한 후 이렇게 됐다’는 말을 들었다”고
폭로하면서 시작됐다.
김 사령관과 이 전 장관 등은 모두 VIP 격노설을 부인해왔다.
김 사령관은 “(박 전 단장에게) 격노설을 말한 사실이 없다”고 했고,
이 전 장관은 “대통령의 격노를 접한 사실이 없다”고 했다.
그러나 최근 공수처가 김 사령관이 해병대 한 간부와 통화하면서
“대통령이 화를 냈다”는 취지로 말하는 내용이 담긴 녹음파일을 확보하면서 분위기가 전환됐다.
이 파일은 김 사령관의 휴대전화에서 발견됐다고 한다.
여기에 당시 대통령과 장관이 실제 통화한 사실까지 공개된 것이다.
◇대통령이 지시했다면 직권남용인가
윤 대통령이 이 전 장관에게 이 사건조사와 관련해 이첩보류 등 지시를 했다면
직권남용 등 범죄가 되는지에 대해 법조계에서는 신중한 의견을 내놓고 있다.
직권남용은 공직자가 자기권한을 남용해 다른 사람에게 의무에 없는 일을 하게 하거나 방해하는 것이다.
한 부장판사 출신 변호사는
“윤 대통령의 지시가 얼마나 구체적이었는지가 관건”이라며
“만약 대통령이 ‘특정인을 빼라’라는 식으로 조사결과를 뒤집고 이첩을 중단시켰다면
직권남용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검사장 출신 한 변호사는
“이 사건은 외압이라는 말 자체가 잘못된 것”이라며
“군법에는 대통령과 장관 모두 군사경찰을 지휘할 수 있게 돼 있다.
직권남용과는 관련이 없는 사안”이라고 말했다.
이 전 장관 측은
“대통령에게서 ‘사단장을 빼라’는 말을 듣거나, 부하들에게 지시한 적 없다”며
“국군 통수권자인 대통령이
자신을 보좌하는 국방부 장관을 통해 군에 대한 지휘권을 행사한 것이 외압이 될 수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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