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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규나의 소설 같은 세상] [257] 누가 병든 의료 체계에 구멍을 내는가?
김규나 소설가 2024.04.30. 23:54
레마르크 ‘개선문’
“천공이 생겼소.” 뒤랑이 말했다.
“퀴레트(수술기구)로 말이죠?”
“물론이오.” 뒤랑이 잠시 뜸을 들였다가 말했다.
“그밖에 뭘로 한단 말이오?”
라비크는 검진을 계속했다. 그러고는 몸을 일으켰다.
“당신은 천공을 만들었고, 그걸 몰랐어요. 구멍을 통해 둥글게 휜 장의 일부가 끌려 나왔지요.
당신은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몰랐던 겁니다. 아마도 태아막 일부가 아닌가, 생각했겠지요.
그걸 긁어낸 겁니다. 그래서 상처가 생겼고요. 맞지요?”
뒤랑의 이마는 땀으로 뒤범벅이 되었다.
- 레마르크 ‘개선문’ 중에서
환자용 영양음료를 사다 달라는 지인의 부탁을 받고 인근 병원에 갔다.
A등급 병원이었는데 평소와 달리 주차장 입구부터 혼잡했다.
대형병원, 대학병원으로 가지 못한 환자와 보호자들의 절박한 행렬이었다.
정부의 의대증원 추진정책이 의대생 집단휴학, 전공의 이탈, 의대교수의 휴진과 사직,
대형병원들의 경영위기로 번지고 있다.
일각에선 환자를 버렸다고 의료계를 비난하지만
사전에 충분히 검토, 조율하지 않고 강행하는 정부의 책임이 크다.
우리나라 의사는 국비로 키운 인재가 아니다. 공무원도 아니다.
개인이 비싼 학비를 부담하고 스스로 밤새워 공부해서 의대 6년, 인턴 1년, 레지던트 4년,
남성은 군의관 3년2개월을 포함, 최소 10년에서 15년간 노력한 전문직업인이다.
그런데도 정부는 ‘나만 옳다. 무조건 나를 따르라’며 채찍을 휘두른다.
베를린 종합병원의 외과과장 루드비히는 정치적인 이유로 체포되었다가 탈출,
프랑스에 왔지만 불법체류자 신세를 면할 길이 없다.
'라비크' 라는 가명으로 불법 대리수술을 하며 생계를 이어가던 그는
무능한 의사의 실수를 만회해서 환자 목숨은 구할 수 있었지만,
생명을 잉태할 수 없는 몸이 된 것까지 복구할 수는 없었다.
한번 궤도를 벗어난 그의 삶은 끝내 제자리로 돌아오지 않는다.
제2차 세계대전이 발발하자 수용소로 끌려간다.
정부는 뛰어난 의료개혁 전문가인가?
국민건강을 담보로 의사를 '공공의 적'으로 만들고,
전 정권이 병들게 한 의료체계에 결정적인 천공을 낸 것은 아닐까?
행복하지 않은 의사가 의무적으로 돌보는 환자는 행복할까?
의사가 고래라면 정부는 더 큰 고래다.
그 틈에서 고생하는 건 이권이나 선택권이 없는 국민이다.
댓글목록
최고관리자님의 댓글
최고관리자 아이피 115.♡.168.73 작성일
위중증환자는 용~한 의사/병원을 찾는다
서울 지역에 집중된 '용'한 대형/대학 병원은
해당환자가 많아 임상경험이 많고 최신식 의료설비를 갖춘 곳이다
지방 대형/대학 병원에서 주당 몇건 할 수술을 하루에 몇건씩 한다
숙련도, 수술시간(마취시간), 회복기간, 휴유증이 다를 수밖에 없다
13여년간 병원 출입을 많이 한 내 경험(전신마취 11회)에 의하면
수도권 대형/대학 병원에선 아침8시부터 밤10시까지 수술을 한다
이른 아침 회진을 못 할 경우 야간11시 넘어서 회진을 올 때도 있다
일반 경증환자는 상담/처방용 대기시간이 짧은 병/의원이 제1이고
갈림길에 선 중증환자는 치료/수술 경험/시설이 많은 병원이 최고다
특히 치료방향, 적출/접목 수술일 경우 더 신중한 선택이 필요하다
전문과목을 내건 개업의는 모두 졸업 후 '일반의사면허'를 갖고도
간호사보다 못한 처우로 5여년간 수련의(전공의) 진료를 한다
공무원처럼 구미식 고정급여가 아닌, 우리나라 의료숫가 체계에선
전문의로 빛을 보겠다는 의사를 숫자로 제압하겠다는 의료개혁은
특수성/전문성을 무시한 무식한 무차별 야만적 개혁이라 본다
중증으로 병원 출입을 별로 많이 하지 않은 일반 국민은
경험능력 무시하고 의사가 흔할수록 환자에게 유리할 것이라 생각한다
고급대우를 받겠다고 5여년간 고생한 의사를 원망하는 국민의식수준은
상대적 댓가를 무시하는 일종의 공짜정신에 찌들은 노비기질이 아닌가?
처우 때문에 운행중지하는 버쓰/택시/운송 운전기사들에게
자동차운전면허 취소하라는 말 여태까지 들어보지 못 했다
배 안 타겠다는 해기사에게 해기사면허 취소하란 말 들으면 좋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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