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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함과 능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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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관리자24-05-06 02:20 View2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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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태평로

[태평로] 착함을 조롱하는 사회

이한수 기자 2024.05.06. 00:26


건전한 시민의 덕성이 무능과 동일시되는 시대

“너나 깨끗해라” 조롱과 막말·범법이 능력인 사회


얼마 전 ‘착한 어린이’ 온라인 영상이 화제였다. 

일고여덟살쯤으로 보이는 남자아이가 신호등 없는 횡단보도에 서있다가 얼른 뛰어 길을 건넌다. 

맞은편으로 건너간 아이는 뒤로 돌더니 배에 두 손을 올리고 90도 가까이 허리 굽혀 인사한다. 

차를 세워 길을 건너게 해준 운전자에게 감사 인사를 전한 것이다. 

“누구 집 아이인지 잘 컸다” 같은 댓글이 달렸다. 

그런데 아이는 서른되고 마흔되고 쉰살되어서도 ‘착한 심성’을 지킬 수 있을까.


최근 식사를 함께 한 정부관료 A는 부하직원 얘기를 하다가 “나는 착한 게 싫다”고 했다. 

일 못하는 직원이 주로 착하다고 했다. 

착함과 능력은 카테고리(범주)가 다른데도 ‘착함=무능’이라는 범주오류를 확고히 믿고 있었다. 

놀라운 일은 아니다. 우리 사회에 널리 퍼져 있는 신화(神話)다. 

사소하고 궂은 일은 떠넘기고 주목받는 일 좇으며 성과 내는 게 능력이다. 

아랫사람 윽박지르고 핍박해서 퍼포먼스 보이는 게 능력이다. 

남들이 기피하는 일, 돋보이지 않는 일 묵묵히 하는 이들이 무능한 것이다.


건전한 시민의 덕성이 무능과 동일시되는 시대다. 

이번 총선에서도 드러났다. 

욕설과 막말과 범법이 능력이다. 

대학생 딸에게 11억 대출받게 해 강남아파트 사는 게 능력이다. 

잘못 인정한다면서도 “너나 깨끗해라” 조롱하는 게 능력이다. 

표창장 위조해 딸 의전원 보내는 게 능력이다. 

범죄혐의에도 정치에 나서 제3당 만드는 게 능력이다. 

자식 위한 일에 그깟 사소한 범법이 무슨 잘못이냐 여기는 게 능력이다. 

공직도 마찬가지다. 

선관위 경력직에 자식 꽂아넣는 게 능력이다. 

위조문서 만들 여건이 되지 못한 이들, 할 수 있어도 차마 하지 못한 이들이야말로 무능한 것이다.


물론 평범한 시민인 필부(匹夫)의 도덕과 나라 구해야 할 정치인·공직자의 도덕은 때로 다를 수 있다. 

2300년 전 맹자는 ‘형수의 비유’로 이 차이를 간명하게 설명했다. 

형수가 물에 빠지면 손을 잡아서만 아니라 머리채를 당겨서라도 끌어올려야 한다. 

위급한 상황을 구제해야 할 때 사소한 도덕에 얽매여선 안 된다. 

그러나 이 말이 평소 형수한테 함부로 해도 된다는 말은 아니다.


착각하는 이가 적지 않다. 

입으로는 정의(正義)를 외치면서 시민의 도덕은 아무렇지 않게 여긴다. 

임진왜란 발발 전인 450년 전 사회에도 이런 자가 많았던 모양이다. 

‘칼을 찬 유학자’ 남명 조식(1501~1572)이 일갈했다. 

“요즘 배웠다는 사람들은 손으로는 물 뿌리고 비질하는 법도 모르면서 

입으로는 하늘의 이치를 말하며 이름을 도둑질하고 남을 속인다.” 

왜 비질하기 전 물을 뿌리는가. 

먼지를 최소화해 남에게 피해 주지 않으려는 ‘착한 마음’이다. 

유교 경전인 ‘대학(大學·큰 배움)’을 배우기 앞서 아이들 배우는 ‘소학(小學·작은 배움)’에 나오는 내용이다. 

작은 배움도 모르면서 큰 배움을 안다고 하는 이들이 지금도 목소리를 높인다.


타인에 대한 배려와 관용, 희생과 존중같은 가치가 조롱받는 사회는 

건강하지도 않고 어느 수준 이상으로 발전할 수도 없다. 

스타 플레이어가 제 몫 다 하고, 돋보이지 않더라도 

팀원들이 제자리에서 서로 존중하며 단단한 팀워크를 짤 때 ‘수퍼A급’ 팀이 될 수 있는 것과 같다. 

욕설·막말·범법하는 이들이 스타가 되는 팀은 잠깐 반짝할 수 있을 뿐이다.


다시 모두(冒頭)의 횡단보도 아이를 생각한다. 

아이는 서른·마흔·쉰 살 되어도 착한 심성을 지켜갈 수 있을까. 

건전한 시민의 덕성이 

무능과 동일시되는 시대에 상처받거나 조롱당하지 않고 세상을 온전히 건너갈 수 있을까. 

눈물이 난다.

댓글목록

최고관리자님의 댓글

최고관리자 아이피 115.♡.168.73 작성일

장인장모 보기에 "웬쑤같은 사위는 착하고 무능할 때"란 말이 있다
처자식을 위해선 무슨 짓이라도 해야 한다는 절박한 심정의 표현이다
착함은 타고난 성품자질에 교육교양을 더한 결과라고 생각한다
그 성품지키는 건 '항산이 항심이다'란 말로 대변한다
일정한 재력재능이 일정한 마음을 갖게 한다는 말이다
열등의식은 매사만사를 왜곡되게 해석하기도 한다
지금은 "있는 놈이 더 한다"란 말이 너무 무성하다
사리사욕에 공사시비 분별을 못하는 자들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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