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웅비4해21-05-01 23:48 View9,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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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영옥의 말과 글] [198] 그녀의 화양연화
조선일보 백영옥 소설가  2021.05.01 00:00

얼마 전 벚꽃이 지던 공원을 친구와 걸었다. 
그녀는 요즘 자신의 삶이 ‘花樣年華’의 시간이라고 말했다. 
좋은 일 있었냐는 내 말에 그녀는 “아무 일도 없어”라고 답했다. 
“어느 날 불행이 확 덮치니까 행복도 그렇게 일어나나 싶었는데 안 그렇더라. 행복은 별일 없이 소소하더라.”

지난 몇년간 그녀의 삶은 평탄치 않았다. 
마흔이 넘자마자 발병한 암으로 여러번 항암치료를 했고, 쌓아온 경력도 투병생활과 함께 날아갔다. 
통증과 불면이 기본 값이었던 시절을 견뎌온 사람들은 끝내 깨닫는다. 
세상에 당연한 건 없다는 걸, 그래서 별일 없는 지금 이 순간이 소중하다는 걸 말이다.

과거 때문에 불행한 사람이 있고, 과거 때문에 행복한 사람도 있다. 
전자는 화려했던 과거의 기억 때문에 현재가 초라해 불행하고, 
후자는 과거의 형편에 비해 현재가 편안해 행복해한다. 
삶이 결코 공정하거나 공평하다 말할 수 없다. 
하지만 내 편에서 생각과 해석은 달리할 수 있다. 
과거의 큰 불행도 내 입에서 가볍게 나오면 듣는 사람도 그리 받아들인다. 
내가 어찌할 수 없는 시간은 지나갔으므로 이제 내 탓인 시간이 남은 것이다.

트라우마라는 말이 일상적이다. 
그러나 인생을 살며 겪는 사소한 불행까지 상처로 인식하면 행복해지기 어렵다. 
어디에선가 날아온 화살에 팔을 맞았는데, 
화살이 날아온 곳과 이유 등을 분석하느라 화살을 뽑지 못한 채 산다면 어찌 되겠는가. 
중요한 건 화살부터 뽑아내는 것이다. 

삶을 항해에 비유하면 인생에서 부는 바람과 파도를 피할 수는 없다. 
그러므로 ‘어떻게 내게!’가 아니라 ‘나에게도!’ 이런 일이 닥칠 수 있다고 
준비하는 사람에겐 평범한 이 순간이 소중한 것이다. 
중요한 건 상처 받지 않는 게 아니라 상처의 시간을 다독여 잘 보내는 것이다.

벤치에 앉아 바라보니 양지바른 곳의 벚꽃은 지고 없었다. 
하지만 그늘 속의 벚나무는 아직 한창 개화 중이었다. 
일찍 피니 일찍 질 뿐, 그저 때가 다를 뿐이다. 
악착같이 좋은 점을 발견해내는 그 마음이 화양연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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웅비4해님의 댓글

웅비4해 아이피 115.♡.168.73 작성일

화양연화(花樣年華)
인생에서 아름답고 행복한 순간
花: 꽃화, 樣: 모양양, 年: 해연, 華: 빛날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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