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이 와인과 맥주의 나라인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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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년 전 독일을 다녀오던 중, 마트에 들려 맥주 한 캔을 구입할 일이 있었다.
당시 가격은 0.29유로. 우리 돈으로 약 390원. 맥주가 300원대인 것이다.
독일이 이렇게 맥주가 저렴한 이유에 여러 가지가 있지만 한국과 가장 큰 차이는
바로 주세가 거의 붙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들에게 맥주는 술이 아닌 생활 속의 음료로서 생각하기 때문.
이러한 세법은 독일 주변의 유럽 국가에도 적용됐다.
맥주 및 와인은 술이라고 생각을 잘 안 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그들이 생각하는 진짜 술은 무엇일까?
바로 위스키, 코냑(브랜디), 보드카, 아쿠아 비테, 등 발효주를 끓여 얻은 증류주가
진짜 술이라고 보는 경향이 많다.
그래서 18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이러한 맥주 및 와인에 알코올이 있다는 것조차도 모르고 살았다.
그저 힘이 난다고만 생각했을 뿐.
유럽인은 물을 많이 마시지 않고, 왜 맥주 및 와인으로 대체했을까?
유럽은 물에 석회질이 많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냥 마셔버리면 복통 및 설사는 물론 몸에 쌓여서 하지정맥류 등을 일으킨다.
유럽에는 석회수가 많은 이유는 지질학적 특성이다.
유럽 지역의 상당수가 쥐라기, 백악기 시대에는 땅이 아닌 바다였기 때문이다.
수천만년간 바닷속에 있다 보니 각종 생물의 부유물이 땅에 녹아든 것이다.
그래서 그들은 수분이 섞인 음식을 그다지 선호하지 않았다.
밥보다는 빵이었으며, 구이, 훈제 등을 자주 먹었다.
그리고 수분이 필요하다면 해산물에서 얻어지는 수분, 또는 아예 우유를 스튜 같은 음식을 만들었다.
맥주의 탄산 성분은 석회성분을 분리할 수 있다.
탄산과 석회성분이 만나 탄산칼슘염이 돼 가라앉는다.
이러한 것은 탄산수에도 적용할 수 있어, 유럽에 탄산수가 많은 이유도 바로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또 하나 맥주를 즐겨 마신 이유는 유럽인들은 숲 속에 흐르는 강에는 정령이 산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영화 해리포터, 헨젤과 그레텔, 백설공주 등을 보면 숲에 사는 다양한 유령 및 요정이 있는 것만 봐도
숲과 물에 대한 그들의 생각을 알 수 있다.
물이 오염되다 보니 맥주를 더욱 많이 마셨다는 최근 연구도 있다.
비교적 좋은 물이 나오는 지역으로는 체코의 플젠 지방을 들 수 있다.
이곳에서는 주로 연수가 나오는 것으로 유명하다.
1842년 발효 능력이 좋은 바이에른의 라거 효모가 플젠에 도입되고,
바이에른의 순한 홉, 미네랄 함량이 낮은 연수로 빚은 필스너(Pilsner) 맥주가 탄생하게 된다.
이러한 체코 부드바르(Budvar) 지역에서 나온 맥주는 미국으로 가서 버드와이저(Budweiser)가 되고,
한국의 카스, 하이트, 클라우드와 같은 맥주도 결국 이 필스너 공법의 맥주가 된다.
즉 현존하는 맥주 중 90%가 이러한 맥주 스타일로 만들어지고 있는 셈이다.
덕분에 부드바르(Budvar)와 버드와이저(Budweiser)는 상표권 논쟁이 계속되고 있으며,
독일과도 계속 필스너 원조로 논쟁 중이다.
기사 출처 : 세계일보 명욱기자 주류문화칼럼니스트&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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