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상에서 영생하길'… 가장 완벽한 백제 신발 보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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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창 봉덕리 1호분 출토 금동신발. |
지금의 전라도 고창, 나주에 살았던 5세기 백제인들은 사자(死者)의 발에 정성스럽게 만든
금동신발을 신겼다.
당대 최고의 장인들이 용, 꽃, 사람 얼굴 등의 무늬를 새겨 만든 이 신발에는
하늘로 무사히 올라가 영생하기를 바라는 간절한 염원이 담겨 있었다.
2009년, 2014년 무덤이 발굴됐고, 금동신발은 1500여 년의 세월을 견뎌내고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녹이 슬고, 일부는 훼손돼 시간의 흔적은 어쩔 수 없이 남았지만
처음의 모습은 거의 온전히 간직한 채였다.
그 안에는 죽은 이의 발뼈 일부도 남아 있었다.
알려진 어떤 다른 신발보다 화려하고 정교하며,
‘완벽하게 남았다’는 말이 무색하지 않은 상태로 고창 봉덕리1호분, 나주 정촌고분에서
각각 출토된 금동신발.
16일 문화재청은 두 금동신발을 보물로 지정예고했다.
삼국시대 금동신발은 일본에 전래된 것까지 포함해 20여 점이 전하지만
국가지정문화재로 예고된 것은 처음이다.
나주 정촌고분 출토 금동신발. |
◆“가장 화려하고 완벽…백제 공예품의 대표작”
두 금동신발은 원래 모습을 거의 유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단연 돋보인다.
백제계 금동신발은 바닥면 1장, 발등을 감싸는 좌우면 각 1장을 이어붙여 만드는 게 전형적인 형식이다. 특히 두 고분의 것은 이전까지는 존재, 용도가 불분명했던 발목을 감싸는 금속판이 부착된 채로 발굴됐다. 봉덕리1호분의 금동신발 내부에는 직물을 발라놓은 흔적이 확인되기도 했다.
발굴 당시 신발 안에서 발뼈 일부가 발견됐다는 점도 흥미로운 대목이다.
봉덕리1호분의 것은 피장자의 발 부근에 살짝 겹친 게 출토됐는데,
오른쪽 신발 안에 인골이 발견돼 실제 착용한 채로 매장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정촌고분의 것은 왼쪽 뒤꿈치 부분에서 뼈가 나왔다.
국립나주문화재연구소는 인골 등을 분석해 신발의 주인공을 40대 여성으로 추정했다.
금동신발은 다른 국가에서는 찾을 수 없는 고대 한반도의 독자적인 금속공예품이다.
중국에서는 발굴 사례가 없고, 일본에서 출토되는 것은 한반도에서 만들어 전래한 것이다.
문화재청은 “두 금동신발은 가장 화려하고 완벽한 유물”이라며
“5세기 백제 미술을 대표하는 금속공예품으로 손색이 없다”고 평가했다.
◆“무사히 하늘에 올라 영생하길”, 신발에 담은 사후세계
정촌고분 금동신발 용머리 장식. |
금동신발 전체를 화려하게 수놓은 문양, 장식에는 고대인들의 사후세계관이 담겨 있다.
정촌고분 금동신발 발등의 용머리 장식은 이런 사례가 없다는 점에서 독특하다.
뿔이나 입을 벌린 모습 등이 고구려 무용총 벽화, 무령왕릉에서 나온 환두대도의 용 문양과 비슷하다.
봉덕리 금동신발에는 위치에 따라 크기, 표현이 약간씩 다른 용문양 여러 개가 새겨져 있다.
고대인들은 용을 피장자를 천상이나 선계(仙界)로 이동시켜주는 역할을 한다고 생각했다.
무사히 하늘로 오를 것을 기원하는 마음을 담은 것이다.
정촌고분 금동신발의 인면조신 문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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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에 오른 죽은 이가 그곳에서 영생하길 바라는 마음은 인면조신 문양(사람 얼굴에 새의 몸을 한 문양)에 담았다.
두 금동신발 뿐만 아니라 경주 식리총 금동신발, 무령왕릉 동탁은잔에서도 확인된다.
연꽃 문양은 하늘 세상 자체를 상징한다.
봉덕리1호분 금동신발에는 지름 2.4㎝ 정도의 크기로 18개가,
정촌고분 것에는 지름 5.7㎝의 비교적 큰 1개가 배치되어 있다.
일신쌍두(一身雙頭) 문양은 성인과 신선이 사는 신성한 세계로 해석돼 연꽃 문양과
비슷한 의미를 가진 것으로 보인다.
귀신의 수장인 치우를 형상화한 것으로 보이는 괴수상,
기(氣)을 형상화한 듯한 기하문 등도 고대인들의 사후세계관를 담고 있다.
봉덕리1호분 금동신발의 화려한 문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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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재청은
“금동신발에 새겨진 문양은 고구려 고분벽화, 백제 무령왕릉 출토품, 신라 식리총 출토품 등에서 공통적으로 발견된다”며
“피장자가 사후세계로 무사히 올라가 영생을 누리길 바라는 마음을 담고 있다”고 밝혔다.
기사출처 : 세계일보 강구열 기자 사진 : 문화재청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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