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웅비4해21-02-10 08:29 View1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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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인희 칼럼] 나 같으면 그렇게 안 산다
 황인희 객원 칼럼니스트(다상량인문학당대표·역사칼럼니스트)  2021.02.09 13:21:19

내가 대학교 3학년이던 1981년 얘기다. 
그해 봄 대학생 해외연수가 처음 허용됐다. 
젊은이들 듣는다면 이게 무슨 뚱딴지같은 얘기냐 하겠지만 
그땐 돈이 있어도 외국 여행을 마음대로 다니지 못할 때였다. 
외국으로 신혼여행을 갈 수 있게 된 것도 그로부터 다시 10년이 흐른 후였으니 말이다.

암튼 난 그때 학보사 편집장이었다. 
우린 1학기 내내 대학생 해외연수가 시기상조임에 대해 수많은 기사를 썼다. 
있는 집 자식들과 없는 집 자식들 사이에 위화감이 생길 것이니 허용해서는 안 된다는 논지였다. 
우리 신문뿐만 아니라 거의 모든 대학신문이 대학생 해외연수에 반대하는 논조를 폈다.

그런데 여름방학으로 들어갈 무렵 학보사 주간 교수님으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대한민국 대학생들을 뽑아 유럽 등 선진국 몇 나라를 돌아볼 대표단을 구성하는데 
우리 학교 대표로 나를 보내기로 했다는 것이다. 
일단 나는 못 간다고 했다. 
우리 신문에서 1학기 내내 해외연수 허용을 반대하는 기사를 써댔는데 
어떻게 내가 앞장서서 해외 연수를 가겠느냐는 이유였다. 
교수님은 다른 학교에서도 반대했기는 다 마찬가지이고 세상사 다 그렇고 그런 거니 괜찮다고 하셨다. 
그래도 나는 양심상 갈 수 없다고 버티다가 
‘영어회화 가능자’라는 자격요건을 핑계로 다른 학생에게 그 기회를 양보했다. 
물론 나도 ‘영어회화 가능자’이긴 했다. 
하지만 ‘영어회화 능통자’여야만 대한민국 대학생 대표가 될 자격이 있다고도 생각했다.

젊은이라면 정의감 넘치고 양심 충만한 행동을 펼친 경험을 트로피처럼 가지고 있어야 하는 것 아닐까?
나 대신 가슴에 태극기를 달고 20여일 동안 서유럽을 ‘순방’하고 온 다른 학생의 사진을 보니 참 부럽긴 했다. 
그냥 ‘내가 갈 걸, 괜히 양보했다’라고 후회도 잠깐 했다. 
하지만 나는 젊은 내가 참 정의롭고 양심적이었다고 자부한다. 
당시 내 부모님께 자초지종을 얘기했다면 “너 미쳤니?”하고 나무라셨을 수도 있다. 
지금 내 딸이 당시의 나와 같은 결정을 했다면 나도 “너 바보니?”하고 나무랄 것이다. 
하지만 젊은이라면 자신의 이익을 크게 돌아보지 않는, 
정의감 넘치고 양심 충만한 행동을 펼친 경험을 하나씩은 트로피처럼 가지고 있어야 하는 것 아닐까?

나이가 들고 세상사에 닳고 닳다 보니 정의감이니 호승심이니 하는 열정은 거의 사라진 것 같다. 
하지만 아직도 세상 사람들 하는 행태를 보며 ‘나 같으면 저렇게 안 살 것 같은데’하는 생각을 자주 한다. 
‘그 사람들’ 속에는 기성세대와는 다른 삶을 살아야 할 젊은이도 많이 끼어 있다. 
나도 그 시절을 살아왔지만 그렇게 살지 않아야 되는 이상한 행태들을 흔히 보게 되어 안타깝기도 하다.

나 같으면 엄마가 가짜 증명서를 만들어 스펙을 채워준다고 할 때 절대로 그런 짓 하지 말라고 뜯어말렸을 것 같다. 
아버지의 지위가 높으면 높을수록 그 지위를 ‘활용’하려 하지 않고 더 강하게 거부했을 것 같다. 
어떻게 올라간 자리인데, 아버지의 명예(?)에 조금이라도 흠집을 내게 되면 어쩔 거냐고 말렸을 것 같다. 
아버지의 논문이 표절시비에 휘말리고 있다지만 
그래도 아버지가 그 자리까지 가기까지 얼마나 많은 ‘노력’을 했겠는가. 
또 얼마나 더러운 꼴을 많이 보고 얼마나 손바닥을 비벼댔겠는가. 
그렇게 힘들게 차지한 고위 공직자 자리를 온전히 유지할 수 있도록 가족이 도와주지 않으면 누가 돕겠는가. 
나 같으면, 내 아버지가 그 정도로 고위 공직자라면, 
아버지를 사랑하든 안 하든 살얼음판을 걷듯 조심조심 살았을 것 같다. 아버지는 아버지니까.

나 같으면, 내 아버지가 고위 공직자라면 살얼음판 걷듯 조심조심 살았을 것 같다.
나 같으면 내 아버지가, 혹은 아버지 차 기사가 
면접장 정문 앞까지 데려다줬어도 면접장 안에는 안 들어갈 것 같다.
거기까지는 어떻게 부모에게 등 떠밀려 갔다 해도 
내 발걸음은 가까이 있는 북한산이나 도봉산으로 향했을 것 같다.
그만큼 ‘쪽’이 팔렸으면 그쯤에서 그만뒀을 것 같다. 성가셔서라도 그만뒀을 것 같다. 
직업에 대한 소명감이 투철하다면 어디 오지에 가서 봉사라도 하고 왔을 것 같다. 
부모에게서 세상 시선이 거둬질 무렵 돌아와 그때 내가 하고 싶은 일을 다시 시작했을 것 같다.

나 같으면, 내 부모가 고위공직자나 정치인이라면 남보다 열심히 군복무했을 것이다. 
혹시 휴가 나왔다가 정말 몸에 병이 나고 아파서 견딜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어도, 
부모 차에 실려서라도 일단 정해진 시간에 귀대하여 신고를 마칠 것 같다. 
그리고 그 자리에서 다시 절차를 밟아 병원으로 갔을 것 같다. 
어머니가 상관에게 전화를 걸어준다고 해도 군대는 그런 곳이 아니라고, 
나는 더 이상 어린애가 아니니 내가 알아서 하겠다고 말렸을 것 같다.

“엄마나 아빠처럼은 살지 않겠어요” 
“더 이상 내 삶에 참견하지 마세요”라고 말은 잘 하면서 
부모세대의 부정한 행태는 
왜 그냥 답습하고 왜 그리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부모 찬스’를 쓰려고 하는 걸까? 
나 같으면 부모로부터 완전한 독립을 하기 위해서라도 ‘부모 찬스’를 포기할 것 같은데…….

기성세대가 저지르는 이해 못 할 행태는 이루 말할 수 없이 많다.
나나 내 남편은 여간해서는 교통위반을 안 한다. 주차도 반드시 안전한 곳에 한다. 
그래도 행여 도로교통 관련 범칙금이 부과되면 고지된 그 다음 날로 범칙금을 납부한다. 
제한속도 30km 도로에서 40km로 ‘달렸다’고 벌금을 내라 해도 버티지 않는다. 
멀쩡한 도로에서 30km로 벌벌 기어가라는 건 부당하지만 법을 어긴 건 어긴 거니까. 
또 그걸 안 내고 버티고 있다고 안 낼 수 있는 것도 아니니까.

그런데 공직자 청문회에 나온 후보자들은 왜 그리 주차위반, 속도위반이 많고 범칙금은 왜 그리 밀려 있는지. 
나 같으면 그런 사소한 문제로 내 경력과 지위에 흠집 내지 않는다. 
그들이 공개한 재산 규모를 보면 거의 다 나보다는 돈이 많은 사람들이다. 
그런데 왜 그렇게 추접하게 사는 걸까?

일생을 거짓 없이 사셨던 도산 안창호 선생
내가 청문회나 국정감사에 질의하러 나가거나 혹은 장관이 되었다면 
그 분야에 대해 벼락치기라도 열심히 공부할 것 같다. 
무식하다는 소리 듣지 않으려고 밤을 새워서라도 공부할 것 같다. 
나 같으면, 국제교류에 직접 나서는 높은 자리에 앉았다면 
매일 같이 원어민 선생 데려다 영어공부부터 할 것 같다. 
그래서 국제무대에서 폼나게 외국 사람들과 농담도 나누며 당당하게 설 것 같다.

나 같으면, 가족여행 때 관용여권 들고 가지 않는다. 
그 여권으로 얻는 혜택보다 들켰을 때 받을 수모와 굴욕이 더 클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나 같으면, 공항에서 줄을 서서 사람 구경하는 것도 여행의 일부라 생각하고 그마저도 즐길 것 같다. 
관용여권 전용창구로 가족들 줄줄이 이끌고 들어가며 있는 폼 없는 폼 다 잡을 때 그 자녀들은 뭐라고 할까? 
“와, 역시 우리 아빠가 최고야!”라고 얘기했을까? 그랬을 것 같다. 그 부모에 그 자식일 테니까.

나 같으면 다음 날이면 뻔히 드러날 거짓말은 하지 않는다. 
뭔가 숨겨야 할 것이 있으면 보다 치밀하게 숨길 것 같다. 
완전히 숨길 수 없는 일을 저질렀다면 그냥 털어놓고 말 것 같다. 
세상에는 비밀도, 완전범죄도 없다는 진리를 가슴에 새기고 또 새기며 조심 또 조심할 것 같다. 
만에 하나 거짓말한 게 드러났다면 초반에 ‘깨갱’하고 용서를 구할 것 같다. 
리처드 닉슨을 대통령직에서 밀려나게 한 것은 
‘도청’이 아니라 ‘거짓말’이었다는 사실을 잊지 않고 교훈으로 삼을 것이다. 
그 자리를 명예롭게 지키고 싶다면 말이다.

그런데, 어쩌면 ‘저들’은 그렇게 천연덕스럽게 거짓말을 일삼을까? 
그리고 거짓말이 탄로 나도 어쩌면 그렇게 뻔뻔하게 아무 일도 없었던 듯 살아갈 수 있을까? 
거짓말하면 코가 길게 늘어나는 ‘피노키오’ 얘기를 ‘저들’은 이해나 할까? 
나 같으면, 나나 내 가족의 이익을 구하기 위해 
많은 사람이 손가락질하는 그런, 양심에 어긋나거나 정의롭지 못한 일은 일단 저지르지 않을 것이다. 
어쩌다 그런 일을 저지르게 되더라도 사람들에게 들켜서 질타를 받게 되면 반성하고 근신하는 ‘척’이라도 할 것 같다.

어쨌든 나는 ‘저들’처럼 비양심적이고 몰염치하게는 못 산다. 
사람들은 나에게 ‘그러니’ 너는 두 다리 뻗고 편하게 잘 수 있지 않느냐고 말한다. 
그런데 ‘저들’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리 쭉 뻗고 나보다 더 꿀잠을 자는 것 같다. 
나쁜 짓 하면 언젠가는 반드시, 자식대에 가서라도 그 대가를 치른다고도 한다. 
그런데 ‘저들’은 자손만대 호의호식하고 잘 살 준비가 이미 확실히 되어 있는 듯하다. 
이러니 가끔은, 그래서 내가 이 나이까지도 내일 일을 걱정하며 살아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내가 잘못 살고 있는 건 아닐까 하고 의구심이 들 때도 있다. 슬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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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웅비4해님의 댓글

웅비4해 아이피 115.♡.168.73 작성일

명예심이 없는 이는
자존심이 없는 이다
거짓말 예사로 한다
남을 예사로 속인다
쳬면을 생각 않는다
비양심 몰염치 하다
의무를 생각 안는다
법을 지키지 않는다
공사구분 싫어 한다
시비구분 싫어 한다
공짜로 주고 받는다
빨갱이 하면 화낸다
좌익이 바로 그렇다
그 자식들도 그렇다
'간섭보호' 좋아한다
'짐승가축'이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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