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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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웅비4해20-11-25 04:17 View5,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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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문을 쓸 때 남성의 '학생(學生)'과 여성의 성씨 앞에 붙이는 ‘유인(孺人)’은 무슨 뜻일까?
남성의 학생이야 벼슬자리 이름을 써야할 곳에 벼슬을 하지못했으니 
평생 공부만 하다가 만 '학생(學生)'인 것임을 아는 사람들이 많은데 여성의 '유인(孺人)은 그렇지 못하다.

난 처음에 유학을 뜻하는 ‘유(儒)’자에 ‘사람 인(人)’자를 붙였으니 
유교를 숭상하는 조선의 백성으로서 
여성에게는 ‘학생(學生)’이라고 하지 못하고 ‘유인(孺人)’이라고 하나보다고 생각을 했었다.

그런데 지방과 비석의 내용에 대하여 이리저리 자료를 찾아보다가 알게 되었는데 
‘유인(孺人)’은 ‘남편의 품계에 따라 부인에게 부여된 외명부(外命婦) 중 하나’라고 한다.

이것은 일종의 벼슬의 하나로서 
마치 혼례식에 아무 벼슬이 없는 백성도 
그날 하루만은 벼슬에 나아갔을 때만 입어볼 수 있는 관복을 입게 하듯이 
벼슬이 없는 남편의 아내에게도 죽고 나서야 벼슬의 최하 말단이긴 하지만 
9품의 부인으로 대접을 하여 ‘유인(孺人)’이 되는 것이다.

또한 죽었을 때에는 
높은 벼슬아치나 타고 다니는 화려한 꽃가마에 준한 꽃상여를 태워 장지로 보내지는 것과도 맥이 상통한다.

그러고 보니 돌아가셔서는 아버지는 아직도 학생인데 어머니는 벼슬을 하신거네?
무덤 속에선 살아 생전 기를 못 펴시던 어머니가 벼슬이 없는 아버지를 호령하고 계실까? 

참고로 내명부와 외명부를 대충 밝혀 적어보면 
* 내명부(內命婦) : 
조선시대에 궁중에서 품계를 받은 여인을 통틀어 이르는 말로서 높은 순서로 1품부터 9품까지
빈(嬪), 귀인(貴人), 소의(昭儀), 숙의(淑儀), 소용(昭容), 숙용(淑容), 소원(昭媛), 숙원(淑媛), 상궁(尙宮) 등이며
제일 높기로는 왕의 부인인 '비(妃)'이지만 
비는 왕처럼 품계가 없는 무계(無階)로서 내명부를 총괄 지휘한다.

* 외명부(外命婦) : 고려, 조선시대 여성에게 사용한 관작(官爵)으로 
남편의 문무관 품계에 따라 그 아내에게 부여되었다. 
그 대상과 명칭이 몇 차례 변경되어 복잡하나 간략히 그 체계를 보면

정경부인(貞敬夫人 정,종1품의 부인),   정부인(貞夫人 정,종2품),   숙부인(淑夫人 정3품 당상관),
숙인(淑人 당하관,종3품), 영인(令人 정,종4품), 공인(恭人 정,종5품), 의인(宜仁 정,종6품),   
안인(安人 정,종7품), 단인(端人 정,종8품), 유인(孺人 정,종9품)

# 주(註) : 당상관(堂上官)과 당하관(堂下官)의 구별
당상관은 조정에서 정사를 볼 때 대청[堂]에 올라가 의자에 앉을 수 있는 자격을 갖춘 관리를 말한다.
나라 정치의 중대사를 논의하고 정책을 결정, 입안하는 일을 한다.

관복(官服)의 흉배에 문관은 학 2마리, 무관은 호랑이 2마리를 새겨 넣는다.
당하관은 조정에서 정사를 볼 때 대청에 올라가 의자에 앉을 수 없다는 데서 나온 용어로서 
주로 국정실무를 수행하는 임무를 맡았다.

관복의 흉배에는 각각의 동물 한마리를 새겨 넣어 당상관과 구별 지었다.
오늘날로 치자면 당상관은 국무회의에 참가할 자격이 있는 공무원이 될 것이다.

이로써 비석의 여성 앞에 ‘정경부인(貞敬夫人)’이니, 정부인(貞夫人)이니, 숙부인(淑夫人)이니 하고 
별명이 붙어 있는 것에 대한 의문은 사라졌다.

또 하나의 의문은 
왜 지방을 쓸 때는 여성의 앞에 붙이는 '유인(孺人)'을 비문에는 붙이지 않는지 그 이유이다.
또 남성의 경우 '○公' 밑에 '휘(諱)'를 쓰는 경우도 있는데 왜 그렇게 하는지 모른다.  
덧 붙여 맨 앞에 여성에게 배우자라는 뜻의 ‘배(配)’자를 쓰는 것은 알겠는데, 
사람에 따라 남녀 공히 ‘주었다’라는 뜻의 ‘증(贈)’자를 붙이는 이유는 정확히 모르겠다.  
아마도 남편 사후(死後)에 나라에서 남편의 품계가 추증(追贈)되었을 경우 내리는 관작이어서가 아닐까
추측을 한다! 

지방이고 비문이고 서민들에겐 길게 보면 그렇게 신경쓸 일은 아니다.
장례, 제례 문화의 급격한 변화로 장례는 화장 중심이 되어가니 비석 세울 일이 없고, 
제사도 점차 간소화 내지는 사라져가는 추세이니 지방 쓸 일도 없다.
(지방 대신 사진으로 대체도 가능하다. 
7,80십여년 전만 해도 사진 찍기 쉽지 않아서 지방을 쓸 수밖에 없었다.)
쓸데 없는데 관심을 두는 나같은 사람이나 신경 쓸 일이지!

[출처] 내명부(內命婦)와 외명부(外命婦) 작성자 달빛 김영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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