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게시판

본문 바로가기

Clean Sea Clean World

    게시판     자유게시판
게시판

CHOKWANG SHIPPING Co., Ltd.

자유게시판

아무튼, 주말

페이지 정보

웅비4해20-09-20 10:10 View12,247

본문

[魚友야담] 사랑인줄 알았건만 부정맥

[아무튼, 주말] 어수웅 주말뉴스부장  2020.09.19 03:00


카카오톡 사용법을 최근에야 익힌 팔순 老母로부터 메시지 한통을 받았습니다. 

일본 노인요양원협회가 공모했다는 ‘하이쿠 우수작’ 꼬리표가 붙어 있더군요.


‘나는 연상이 이상형인데 더 이상 없어’ 

‘전철 개찰구 안 열려 봤더니 이건 진찰권’ 

‘LED 전구 내 남은 수명으론 쓰지도 못해’ 

‘도쿄올림픽 어디서 보려나 하늘인가 땅인가’ 

‘이 생의 미련 없다고 하지만, 지진에는 도망 가’ 

‘느낌 있는 글씨체라고 칭찬받은 수전증’ 

‘펜과 종이 찾는 도중에 쓸 문장 까먹어’ 

‘세시간 기다려 진찰받은 병명, 노환’ 

‘만보계 절반 이상이 물건 찾느라’ 

‘사랑인 줄 알았건만 부정맥’… 

일본어 17자에 담은 노년의 촌철살인이 그 안에 있었습니다.


공교롭게도 그 카톡을 받았을 때 이 이야기의 미국버전을 읽고 있었죠. 

미국 뉴욕타임스 칼럼이었는데, 제목은 ‘6단어 회고록에 담은 감염병’. 

한 재기발랄한 작가가 코로나 시대 가장 힘들거나 즐거웠던 순간을 

6단어로 담아보자는 제안을 했더군요. 


‘Not a criminal, but running masked’(범인도 아닌데, 마스크 쓰고 달리네) 

‘I regret saying, I hate school’(학교 가기 싫다고 말했던 걸 후회합니다) 

'Hallway hike, bathtub swim, Pandora concert

(복도에서 하이킹, 욕조에서 수영, 그리고 콘서트는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 판도라로)… 


그중 제 마음을 크게 흔든 건 이 6단어. 

‘Avoiding death, but certainly not living’(안 죽기 위해서라지만, 이건 살아도 산 게 아니야).


글쓰기의 목적은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공감하는 이유 중 하나는 스스로에 대한 치유와 화해입니다. 

점점 심해지는 ‘코로나 블루’. 어쩌면 이 짧은 글쓰기도 

‘슬기로운 코로나 생활’의 모범 사례가 될 수 있을 것 같군요. 


마침 이번 주 복간돼 나온 ‘바쇼의 하이쿠’(민음사 刊)가 이런 생각을 부추겼는지도 모릅니다. 

영어와 일본어처럼, 최소한의 한국어와 여백으로 당신도 무한의 우주를 창조해보시기를. 

사랑인 줄 알았는데 부정맥일 수도 있겠지만, 부정맥인 줄 알았는데 사랑일 수도 있으니까요.


주말섹션 '아무튼, 주말'을 책임지고 있습니다

댓글목록

웅비4해님의 댓글

웅비4해 아이피 115.♡.168.73 작성일

하이쿠 はいく [俳句] 비구 ;
일본의 5·7·5의 3句 17音으로 되는 短型시(본디 連句의 첫 구절이 독립한 것).
바쇼 ばしょ [場所] 장소

Total 3,717 / 244 PAGE
자유게시판 LIST
NO. TITLE WRITER
72 답변글 동남권신공항 사업 댓글6 인기글 웅비4해
71 출국인사 댓글1 인기글 이상아
70 승선인사 댓글2 인기글 이재명
69 승선인사 댓글1 인기글 김진범
68 항일무장투쟁의 역사적 사실 인기글 웅비4해
67 조선사람들의 민족성 댓글2 인기글 웅비4해
66 하선 인사 댓글1 인기글 이용주
65 을사조약과 고종 댓글3 인기글 웅비4해
64 답변글 고종의 친러노선이 댓글1 인기글 웅비4해
63 쇠고기보다 계란 인기글 웅비4해
62 안녕하세요 금번에 승선하게 된 박수길 입니다 댓글1 인기글 박수길
61 나훈아와 조정래 댓글1 인기글 웅비4해
60 답변글 자유와 평등 댓글1 인기글 웅비4해
59 승선인사 댓글1 인기글 박달오
58 승선 인사 드립니다. 댓글1 인기글 염유민
게시물 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