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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관리자24-03-19 03:04 View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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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 朝鮮칼럼 The Column

[朝鮮칼럼] 아우슈비츠로 가는 길은 막말로 포장되어 있다

임지현 서강대 교수·역사학 2024.03.18. 07:16


그래픽=김하경

그래픽=김하경 


선거철은 망언의 계절임을 실감한다. 

여야를 막론하고 조잡하기 짝이 없는 막말에 대한 보도를 접하고 나니, 

거친 말들을 200개 정도 이리저리 조합해서 쓰는 게 여의도 문법이라는 세간의 평가가 과장만은 아닌 것 같다. 

낯 간지러운 위선의 언어가 차라리 그리울 지경이다.


나는 막말파문으로 논란이 되는 인물들이 진짜 속으로 어떻게 생각했는지 크게 관심이 없다. 

속마음을 헤아리고 평가하는 것은 도덕의 영역이다. 

막말 정치가들이 자신은 말만 거칠 뿐 실제로는 높은 도덕성을 가지고 있다고 강변해도 그만이다. 

믿기지야 않지만 그렇다는데 어쩌겠는가.


하지만 그들의 말이 정치라는 공공영역에서 어떤 효과를 가지며 어떤 역할을 수행하는지는 내 문제이기도 하다. 

한국의 정치가 그들이 뱉은 말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한다면, 

결국 정치를 직업으로 삼지 않는 보통 사람들에게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정치는 민낯의 거친 언어가 아니라 가면을 쓴 위선의 언어가 만나는 영역이다. 

위선이 미덕일 수는 없지만, 민낯끼리의 대면이 자칫 가져올 수 있는 극단적인 갈등을 피하는 효과는 있다. 

“내 진짜 속마음은 이렇다”라고 호소하는 게 아니라 공공물로서의 정치가 작동하게 하는 의례가 중요한 것이다.


언어의 수행성이라는 관점에서 볼 때, 

말은 현실을 반영하고 묘사하는 도구를 넘어서 현실을 이해하고 인식하는 중요한 도구이다. 

어떤 말로 현실을 이해하고 묘사하는가에 따라 그 정치인이 인식하는 현실이 달라지고, 

따라서 현실에 개입하고 실천하는 방식이 달라진다.


문제가 된 막말 정치가들의 마음속 깊이 있는 인간성이야 내가 판단할 영역은 아니다. 

어쩌면 그들은 좌우 모두 

‘개딸’이라 불리는 강성지지층에 어필하기 위해 할 수 없이 막말을 하는 선량한 사람일 수도 있다. 

그들의 속마음은 알 길이 없다. 알고 싶지도 않다.


하지만 그들이 뱉은 막말이 한국의 정치문화를 망가뜨리는 요인 중 하나라는 것은 부인하기 힘들다. 

더구나 언어의 정치적 수행성이라는 관점에서 볼 때, 

이들의 막말은 자신의 지지자들에게 싹쓸이 정치를 선동하기 때문에 더 문제다. 

반대편은 정치적 상대방이 아니라 척결해야 할 적이라는 이미지를 심어주기 때문이다.


이쯤 되면, 이미 막말의 정치는 말의 차원을 넘어서게 된다. 

한국이 지구상에서 가장 극심한 문화전쟁을 겪고 있다는 국제적 여론조사 결과 역시 

이 막말 정치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보수와 진보가 집권을 위해 경쟁하기보다 적을 죽이기 위해 결사적이다. 

여기에는 ‘국민의 힘’도 없고 ‘국민의 뜻’도 없다. ‘국민의 적’만 있을 뿐이다.


상대를 적대시하는 데 그치지 않고 싹쓸이의 대상으로 삼는 막말은 냉전적 악마론의 유산이기도 하다. 

남북한의 첨예한 대결상황에 익숙한 이들에게 

상대를 악마화하고 싹쓸이할 적으로 간주하는 말과 생각은 자연스레 받아들여지기 쉽다. 

목함지뢰의 희생자를 야비한 조롱의 대상으로 삼고 

국가폭력의 희생자를 빨갱이로 모는 막말은 정치의 오랜 습속처럼 느껴질 정도이다.


야만의 20세기 나치즘과 스탈린주의의 역사가 21세기 대한민국의 막말의 정치에 던지는 경고는 너무도 분명하다. 

아우슈비츠와 굴락으로 가는 길은 막말의 정치와 야만의 언어로 포장되어 있다는 점이다.


나치가 유대인을 박멸해야 할 기생충으로 묘사하고 그 지지자들이 이 말에 환호했을 때, 

독일은 이미 홀로코스트라는 야만의 역사로 성큼 다가가고 있었다. 

자신의 정치적 반대파를 제국주의 스파이, 인민의 적이라고 내쳤을 때 

스탈린의 소련은 수용소 군도 굴라크로 가는 지옥문을 활짝 열어버렸다.


정말 심각한 문제는 

이 막말의 정치학이 보통 사람들의 일상적 삶의 영역까지 깊이 침투되어 있다는 점이다. 

‘너 죽고 나 죽자,’ ‘XX 할복하라’는 식의 원색적 말로 적의와 갈등을 드러내는 일상정치의 플래카드들을 보면 

가슴이 철렁할 때가 많다. 

말이 말로 그치지 않기 때문이다.


한국 정치판에는 새끼 히틀러와 새끼 스탈린이 너무 많다. 

새끼 히틀러와 새끼 스탈린을 솎아내는 총선은 어떻게 가능할까?

댓글목록

최고관리자님의 댓글

최고관리자 아이피 115.♡.168.73 작성일

러시아는 2023년기준 인구 1억4천4백만명
 쏘비에트 혁명과 2차세계대전으로 약 9천만명이 죽었다
독일은 2023년기준 인구 약 8천4백만명
나치즘과 2차세계대전으로 약 5천만명이 죽었다
중국은 2024년기준 인구 약 14억2천6백만명
공산혁명과 문화대혁명으로 약 7천만명이 죽었다
이념과 집단광기가 인명 경시풍조를 이루었고 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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