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자연 영화 더 임파서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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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도 9.3, 30m 쓰나미를 만난 가족의 운명은?
마운틴뉴스 뉴스 신용관 조선뉴스프레스 기획취재위원 2024.02.28 07:35
[환경-자연 영화 더 임파서블]
2024년 새해 첫날 커다란 지진이 일본을 강타했다.
일본 중북부 이시카와현에서 규모 7.6의 강진이 발생,
1월 중순까지 290명 넘게 숨지고 100여명이 실종되는 큰 피해를 냈다.
부상자도 400명이 넘는다.
이번 지진으로 일본기상청은 2011년 동일본 대지진 이후 13년 만에
대형 tsunami(지진해일) 경보를 발령했다.
대형 쓰나미 경보는 예상되는 쓰나미의 높이가 3m를 넘겨야 발령되는
일본 기상청 쓰나미 경보체계의 최고 등급이다.
이번처럼 일본 서쪽에서 강진이 발생하면 우리나라도 영향을 받는다.
지진이 난 지 2시간 만에 동해로 지진해일이 밀려왔다.
동해 묵호에 밀려온 파고波高가 최대 85㎝로 어른 허리 높이 정도였다.
해양에서 지진이 발생해 해양지각이 상승하거나 하강하면
해수면을 높이거나 낮추어서 파도가 발생한다.
이 파도가 연안으로 접근하면서 파고가 수m에서 수십m까지 증가해
연안 해수면을 높이고 그에 따라 바닷물이 육지로 올라와 덮는 현상이 쓰나미이다.
해안가 쓰나미 속도는 시속 100km
쓰나미가 이동하는 모습은 연못에 돌을 던졌을 때 물결이 퍼져 나가는 모습과 유사하다.
지진이 일어난 바로 위의 바다에서는 파도의 높이가 낮지만,
파도가 빠르게 이동해 수심이 얕은 해안에 가까워질수록 높이는 높아지고 속력은 느려진다.
그러므로 지진해일이 만든 높은 파도는 늘 먼 바다가 아닌 해안가에서 볼 수 있다.
지진해일의 도달시간을 지진파地震波(지진에 의해 발생하는 파동)와 비교하면 다소 차이가 있다.
예를 들어 칠레 해안에서 발생한 지진의 경우,
하와이까지 지진파가 도달하는 데는 14분이 걸린 데 비해, 지진해일은 15시간30분이 걸렸다.
지진해일은 해안에 도달하면 그 파고가 수심과 같아지고 파도가 벽 모양이 되어 밀려온다.
만약 파고가 10m이고 속도가 초당 10m라면
그것이 물체에 충돌할 때의 압력은 제곱미터(㎡)당 무려 5톤이 된다고 한다.
지진해일은 흔히 생각하는 파도와 완전히 다른 것이다.
해안가에서 쓰나미가 오는 것을 목격한다면 뛰어서 피할 수 있을까?
이론적으로 지진해일은 수심 5천m에서는 비행기와 맞먹는 속도인 시속 800㎞로,
수심 2천m에서는 시속 500㎞ 수준으로 이동한다.
그러다가 해안가 얕은 곳, 수심 100m에서는 느려지긴 하지만 시속 100㎞ 자동차 속도로 움직인다.
따라서 뛰어서 대피하기란 불가능하다.
멀리 가는 게 아니라 무조건 해수면보다 15m 이상 높은 곳으로 올라가야 한다.
또 쓰나미의 주기는 10~30분 정도로 길고,
세번째나 네번째 파에서 최대 파고가 될 수 있으므로
첫 파도가 지나간 후에도 해안가에 절대 나가지 않아야 한다.
할리우드 톱 배우 이완 맥그리거와 나오미 왓츠가 열연한
<The Impossible>(감독 후안 안토니오 바요나, 2013)은 쓰나미를 소재로 한 영화다.
‘2004년 인도양 지진해일’을 겪은 어느 가족의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
2004년 인도네시아 지진을 배경으로
2004년 인도양 지진해일은 2004년12월26일 오전 7시58분
인도네시아 수마트라섬 북부서해안을 진앙으로 일어난 규모 9.1~9.3의 지진을 가리킨다.
엄청난 지진에 뒤이어 발생한 최대 높이 30m에 달하는 쓰나미가 인도양 해안지역을 파괴했으며,
14개국에서 22만명 이상이 사망하는 등 역사상 가장 많은 사망자를 낸 자연재해의 하나로 기록되었다.
인도네시아 아체주, 스리랑카, 인도 타밀나두주, 태국 카오락을 포함한 해안지역이 큰 피해를 입었다.
<더 임파서블>은 태국 카오락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2004년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마리아 베넷’(나오미 왓츠)과 그녀의 남편 ‘헨리’(이완 맥그리거),
그리고 세 아들 ‘루카스’(10세, 톰 홀랜드), 토마스(7세), 사이먼(5세)은 태국으로 휴가를 떠난다.
그들은 개장한 지 1주일 된 ‘오키드 비치 리조트’에 자리를 잡고
따뜻한 날씨와 평온한 휴가를 보내고 있었다.
크리스마스 이튿날, 리조트 수영장에서 아침 수영을 즐기던 중 심상치 않은 일들이 일어난다.
갑자기 주변이 흔들리기 시작했고, 새들이 떼를 지어 급하게 날아갔다.
그리고 미처 피할 틈도 없이 엄청난 크기의 쓰나미가 그들을 덮쳤다.
한순간에 쑥대밭이 되어버린 상황.
간신히 물 위로 떠오른 엄마 마리아는 나무에 매달려 울부짖다가 주변에서 큰아들 루카스를 발견하게 된다.
둘은 물에 떠있는 매트리스를 잡고 몸을 추스르지만, 곧 2차 쓰나미가 섬을 덮치고
이들은 강력한 물살에 계속 떠내려가며 손을 놓쳐 헤어졌다가 이내 다시 만난다.
마리아는 다리와 가슴에 심각한 상처를 입은 상태다.
영화에서 쓰나미가 리조트를 덮치는 장면은 실제 쓰나미와 같은 리얼함을 준다.
제작진은 컴퓨터 그래픽 사용을 줄이고 집채 같은 파도의 압도적인 파괴력을 아날로그식으로 재현했다.
영화에서 쓰나미가 덮칠 때 리조트 창문과 건물이 완전히 부서지는 장면이 나오는데
제작진은 축소 모형을 사용했고,
예산문제로 단 한차례만 촬영할 수 있었기에 10분여의 장면을 위해 1년가량 준비했다고 한다.
압도적인 파도를 표현하기 위해 하루에 13만리터의 물을 공수했고,
배우들이 물속에서 촬영할 수 있도록 100m 길이의 수조를 제작했다.
거대한 쓰나미가 휩쓸고 간 뒤의 황폐한 모습 역시 디지털 기술에 의존하지 않고
특수효과 회사 6곳과 협업해 축구장 8개를 합친 크기의 풍경을 직접 표현했다고 한다.
무엇보다 쓰나미가 덮쳤을 때 파도에 휩쓸린 마리아의 물속 장면이 아주 공포스럽고 실감 나게 묘사됐다.
돌덩어리를 비롯한 온갖 부유물들이 뒤섞이고 날카로운 나뭇가지가 다리를 관통하는 장면이
보는 이로 하여금 숨을 멈추게 만든다.
마리아와 루카스는 가족 중 둘만 살아남았다고 여기며 높은 나무 위에 피해 있다가
마을 주민들에 의해 발견돼 인근 타쿠아파 지역에 있는 병원으로 이송된다.
한편 아빠 헨리는 리조트의 폐허 속에서 어린 두 아들과 함께 살아 있었다.
모두 대피해야 한다는 알림에도 토마스와 사이먼을 다른 이에 맡겨 대피소로 보내고
그는 리조트에 남아 아내와 큰아들을 찾는다.
하지만 마리아, 루카스의 행방을 찾을 수 없었고 대피소에서 어린 두 아들과도 길이 엇갈려 헤어진다.
영화는 마리아와 루카스가 있는 병원과 이들을 찾아 헤매는 헨리,
그리고 아빠와 떨어지게 된 두 어린 아들의 모습을 교차로 보여 주면서 이들의 고통을 절실하게 묘사한다.
아비규환 속 진한 가족애
병원은 다친 사람들과 죽어가는 사람들로 아비규환이고, 마리아의 상태도 계속 나빠진다.
의사 출신으로 잠시 의사생활을 쉬고 있던 마리아는 루카스에게 계속 묻는다.
“엄마 다리 색깔이 어때? 붉은색이면 괜찮아. 검은색이면 말해줘.”
루카스는 엄마의 다리 색깔이 검은색으로 변해가고 있음을 알고 있지만, 붉은색이라며 엄마를 안심시킨다.
엄마의 곁을 지키던 루카스에게 마리아는 다른 사람들이 가족을 찾을 수 있도록 도우라고 말한다.
루카스는 가족을 찾는 이들의 이름을 메모해
군대 막사처럼 이어져 있는 병원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애를 쓴다.
그 사이에 수술을 받은 마리아는 의료진의 실수로 차트가 바뀌어 ‘뮤리엘 반즈’라는 환자와 혼동된다.
엄마가 누워 있던 자리에서 사라진 것을 발견한 루카스는 엄마가 죽은 줄 알고 넋이 나가지만,
이윽고 다시 재회한다.
토마스와 사이먼, 그리고 아빠 헨리가 모두 엄마와 루카스가 있는 병원을 지나치게 되고
마침내 기적적으로 모든 가족이 만나게 된다.
배우들의 연기가 좋다.
나오미 왓츠는 가족의 생사를 모르는 절망과 슬픔, 살아남은 큰아들을 구해야 한다는 절박함,
사경을 헤매는 육체적 고통 등을 흠잡을 데 없이 표현했고,
이 영화로 제85회 미국 아카데미 여우주연상 후보에 올랐다.
나중에 커서 <스파이더맨>을 맡게 된 톰 홀랜드의 연기도 일품이다.
쓰나미의 끔찍함을 고스란히 담아낸 <더 임파서블>은
만신창이가 된 채 흩어진 가족이
끝까지 희망을 잃지 않는다는 끈끈한 감동을 관객들에게 생생하게 전달하고 있다.
월간산 2월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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