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후준비와 자녀독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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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달 50만원 적자”... 3040 캥거루 자식에 노후파산 할라 [왕개미연구소]
이경은 기자 2024.02.22. 09:08
“부모 도리 지칩니다.
남편은 언제 퇴직할지 모르고 부부 노후준비도 시원찮은데, 애들은 부모한테만 의지하네요.”
“시어머니는 지금 제 나이(56세)에 육아가 끝나 노후를 즐기셨는데, 애들이 집을 안 떠나요.
정말 가슴이 답답합니다.”
“다 큰 자식 밥, 빨래, 청소를 언제까지 해주면서 살아야 하나요.
친구들처럼 부모가 집을 마련해줘야 독립하겠다고 하네요.”
성인자녀의 경제적 독립이 인생 후반전 승패를 가르는 결정적인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고물가·고령화 시대일수록 노후는 더 빈틈없이 준비해야 한다.
하지만 홀로서기를 미루는 자녀 때문에 장밋빛 인생말년 계획이 틀어졌다며 속상해 하는 부모들이 늘고 있다.
예비은퇴자들이 모여 있는 커뮤니티에는 성인자녀 뒷바라지에 대한 하소연이 끊이지 않는다.
21일 NH투자증권에 따르면,
2020년 기준 부모에게 손 벌려서 살아가는 30~40대 성인자녀는 65만명에 달한다.
변변한 일자리를 찾지 못해 부모 돈으로 생활하는 ‘백수 캥거루’부터
직장이 있으면서도 부모 집을 떠나지 않는 ‘한집 캥거루’까지 다양하다.
황명하 NH투자증권 100세시대연구소 연구위원은
“부모 세대는 본인들의 노후준비는 잠시 미루고
희생한다는 개념으로 자녀지원을 우선시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하지만 자녀의 재무독립이 늦어지고
지원기간이 길어질수록 부모의 노후파산 가능성은 높아진다”고 말했다.
✅성인 60% “자녀 뒷바라지하겠다”
우리나라 부모들은 자녀의 경제적 독립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지난달 본지가 SM C&C 설문조사 플랫폼인 ‘틸리언 프로’에 의뢰해 알아봤다.
‘누울 자리 보고 발 뻗는다’는 속담처럼,
설문결과를 보면 우리 사회에 왜 캥거루족이 늘어나는지 엿볼 수 있다.
부모 집에 얹혀 사는 30~40대 캥거루를 주변에서 본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성인남녀 응답자 1011명의 65%가 ‘그렇다’고 답했다.
또 응답자 10명 중 8명은 자녀가 경제적 독립을 해야 할 적정 나이로 20~30대를 꼽았다.
하지만 ‘부모에게서 독립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전체의 9%였다.
부모의 품을 떠나 독립하려면 어느 정도의 소득이 있어야 하느냐는 질문에서는,
‘월300만원’이라는 응답이 46%로 가장 많았다.
시집·장가까지 보냈으면 부모 구실은 다한 것이란 생각은 대세가 아니었다.
자녀가 결혼한 이후에도 재정적인 지원을 하겠느냐는 질문에,
성인남녀 응답자의 57%가 ‘능력만 된다면 지원하겠다’고 답했다.
‘능력 여부와 상관없이 지원하지 않겠다’는 응답자 비중은 26%에 그쳤다.
✅최고의 효도는 ‘적기 독립선언’
“노후준비의 90%는 끝낸 것처럼 홀가분하더군요.”
공공기관 직장인인 50대 오모씨는 대학을 졸업한 딸이 지난해 은행원으로 취업하자 뛸 듯이 기뻤다.
겉으로 내색하진 않았지만, 딸이 백수인 상태에서 퇴직 시점이 닥쳐올까 전전긍긍하던 참이었다.
오씨는 “주변에서 최고의 노후대책은 자녀가 직장을 구해 독립하는 것이라고 하던데,
직접 겪어보니 사실이었다”면서
“퇴직이 임박했는데
애들이 취업은커녕, 아직 학업조차 끝내지 못했다고 고민하는 지인들이 꽤 있다”고 말했다.
자식사랑이 끔찍한 한국에선 노후준비는 뒷전이고, 자녀 지원이 우선이라는 부모들이 많다.
문제는 자녀 뒷바라지가 금방 끝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대입 N수, 교환학생, 취업준비, 만혼(晩婚)·비혼(非婚) 등으로
자녀의 사회진출 시기가 계속 늦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아무리 다 큰 성인이라도 도움을 청하는 자녀를 나 몰라라 하긴 어렵다.
자녀가 상처 받아 어긋날까봐 모질게 잔소리도 하지 못한다.
결국 자녀 스스로 깨우치고 독립선언을 하기 전까지는 신경전이 계속된다.
한동안 엄카(엄마신용카드의 줄임말)로 생활했다는 30대 이모씨는
“어느 날 문득 부모님 두분 모두 영원히 사시진 못하고 나도 늙을 텐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갑자기 정신이 퍼뜩 들어 일자리를 구했고
지금은 그럭저럭 돈을 벌고 집에 생활비도 내면서 살고 있다”고 말했다.
✅“언제 철들래”... 70대 노부부의 고민
70대인 A씨 가족은 매달 받는 연금 220만원(남편 160만원+아내 60만원)으로 생활하고 있다.
부부가 알뜰하게 살면 크게 모자라지 않는데, 문제는 장남이다.
곧 마흔이 되는 장남은 인간관계가 힘들다며 20년째 일하지 않고 있다.
A씨는
“현역 시절 월급이 나왔을 땐 괜찮았지만, 은퇴해서 연금만 나오는 지금은 매달 50만원 적자”라며
“부족한 생활비는 퇴직금 통장에서 조금씩 빼서 쓴다”고 말했다.
A씨가 평균수명까지 다 살기도 전에 퇴직금 통장 잔고는 바닥날 테지만,
부부는 나중에 혼자 남게 될 장남의 생계를 더 걱정한다.
한국의 미래를 보여준다는 일본에선 중년자녀를 돌보는 노부모들의 사연이 넘쳐난다.
중년자녀들은 고성장 시대에 자산을 많이 축적한 70~80대 부모의 연금에 기대어 산다.
하지만 부모가 사망하고 나면 생계가 끊긴다.
부모와 성인자녀의 불편한 동거가 개인의 불행을 넘어 사회문제로 번지는 것이다.
재무컨설턴트 하타나카마사코(畠中雅子)씨는
“A씨의 경우엔 자택에서 평생 거주하길 원하지만
A씨가 사망한 다음엔 연금소득이 줄기 때문에 母子의 선택지는 좁아진다”면서
“집을 매각한 이후, 월세가 싼 임대주택으로 이사가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전문가들은 행복한 은퇴생활을 꿈꾼다면 자녀 독립부터 1순위로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전영수 한양대 국제학대학원 교수는
“미움 받을 각오를 하고 자녀와의 관계를 재설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 교수는
“자녀의 사회진출과 독립생활이 무난했던 과거엔 캥거루족이 드문 일이었지만 더 이상은 아니다”라며
“부모가 모든 걸 해줄수록 자녀의 의존성은 더 커질 수밖에 없는 만큼,
특정 시점이 되면 자녀의 인생에서 뒤로 물러서는 게 옳다”고 말했다.
자녀를 책임질수록 자녀를 더 망가뜨릴 수 있다는 것이다.
자녀가 부모의 노후생활에 복병이 될 수 있다는 점도 가르쳐야 한다.
자녀에게 재정적인 지원을 해야 한다면, 똑같은 금액을 본인 노후준비에 쓰는 것도 방법이다.
가령 자녀교육비로 월 50만원을 지출했다면, 부부연금에 월50만원을 입금하는 식이다.
노년기에는 목돈보다 연금이 더 안전하다.
댓글목록
최고관리자님의 댓글
최고관리자 아이피 115.♡.168.73 작성일
백수의 어원은 계급이 없어 머리에 두근을 쓰는데서 나왔다
백수생활은 공부/일 하지 않고 돈 벌지 않는 무위도식이다
처음엔 힘들지만 그 생활도 오래 하다보면 익숙해서 편하다
조선왕조 시대에 양반집안 자식 대부분은 평생 벡수로 지냈다
백수의 시작은 부모가 어중간한 돈으로 자녀를 과잉보호로
온실 속 화초로 키운 것이니 그 부모에게도 댓가가 따른다
부모자식이 상호간에 과잉 자식사랑과 부모의존 탓이다
결국, 아들은 공부/취업하지 않고, 딸은 제 멋에 시집 안 간다
약간의 위기감 도는 형편이 그 자녀의 독림/자립을 유도한다
옛날에는 방 하나에 서넛이 예사로 살아 독립(결혼)이 빨랐고
지금은 1명1실로 지내니 결혼이 바쁠 게 없는 시대가 되었다
우선 23,4살 정도되면 1인 세대주로 별거를 시작해야 한다
그것마저 이런저런 이유로 미혼이라는 핑게로 불가해지면
자식은 상속 목적으로 부모의 조기사망을 기다릴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