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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계를 망치는 언어 vs 관계의 거리를 좁히는 언어

선수현 기자 2024.07.03 14:30

[리뷰] 《신지영 교수의 언어감수성 수업》

이심전심(以心傳心). 마음과 마음이 서로 뜻이 통한다는 의미다. 

“그걸 뭐 말로 꼭 해야 아나? 이심전심이지!”라고 말하는 것이 

때로는 말하는 사람의 자기중심적인 착각이자, 자신이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는 것에 대한 회피와 변명이 된다. 

내가 상대에게 이심전심을 요구하려면 나 역시 이심전심으로 상대의 마음을 알아야 한다. 

일방적인 이심전심은 부당하다. 

자신의 마음을 자신의 의도대로 알아줘야 할 의무가 상대에게는 없다. 

전하고 싶은 마음이 있다면 알아주길 바라기보다 말로 표현해야 한다. 

마음은 표현하지 않으면 상대가 알 수 없으니. 

좋은 관계를 위해서는 이심전심이 아니라 ‘이언전심(以言傳心)’, 

즉 마음으로 전하기보다 말로 전해 알아들을 수 있게 해야 한다. 

고려대 신지영 교수는 관계의 관점에서 말하기 방법을 제안하는 《신지영 교수의 언어감수성 수업》을 펴냈다. 

‘관계 문제’가 화두로 떠오름 요즘, ‘말’에 기인한 갈등과 불통으로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을 위한 책이다. 

저자 신 교수는 ‘언어감수성’이란 표현을 최초로 대중에게 전파한 주인공이다. 

책은 갈등과 불통을 초래하는 현대인의 언어 습관을 살피고 

더 행복한 일상을 영위하기 위해 어떤 말로 사람들과 관계를 맺어야 할지를 명쾌히 제시한다. 

모든 관계는 말에서 비롯되고 말로 유지되며, 

현재보다 더 나은 관계를 바란다면 가장 먼저 언어감수성부터 갖춰야 한다는 것 책의 핵심이다. 

불편함을 넘어 관계를 망치고 고립을 초래하는 좋지 못한 언어 습관의 대표적인 예가 

말을 시작할 때 사용하는 “아니”라는 표현이다. 

흔히 화제를 돌리기 위해, 혹은 말하는 자신에게 주의를 집중시키기 위해 말머리에 “아니”를 꺼내는데, 

대화의 첫머리에 사용하는 부정어는 상대의 마음을 닫게 할 가능성이 크다. 

‘아줌마’라는 호칭도 마찬가지. 

‘아주머니’를 낮춰 이르는 말로, 

불리는 대상을 기본적으로 낮춘다는 사실이 전제돼 있으니 ‘아줌마’로 불려 유쾌한 사람은 없다. 

‘아줌마를 아줌마라고 부르는데 뭐가 문제냐’라고 생각한다면 

상대로부터 불쾌한 반응을 받거나 외로워질 각오는 해야 한다는 것.

저자는 관계를 망치고 고립을 초래하는 대표적인 언어 표현들을 하나하나 살피면서 

그것들이 언어감수성 측면에서 왜 바르지 않은지, 

나아가 따뜻한 말의 새 길을 내기 위해 어떻게 우리말을 활용해야 하는지 구체적인 방법을 알려준다. 

공적인 관계에서 서로를 어떻게 불러야 하는지, 

존댓말은 누구를 상대로 어떻게 말해야 하는지, 

독백이 아닌 대화를 하려면 어떤 태도를 갖춰야 하는지, 

논쟁을 피하고 나를 이해시키기 위해 어떤 훈련을 해야 할지 등 35가지를 제언한다. 

언어에도 새로고침이 필요하다. 

이 책을 통해 일상의 대화는 물론 

직장 내 호칭 문제, 세대 간 소통법, 수평적인 조직문화를 위해 갖춰야 할 언어적 요소들, 

불통의 상황을 극복하는 요령 등 

삶 곳곳에서 언어감수성을 키워 지금보다 더 나은 관계를 맺는 말하기의 힘을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신지영 교수의 언어감수성 수업》, 신지영 지음, 인플루엔셜 펴냄, 1만8천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