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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기자의 시각
[기자의 시각] 미국과 한국, 현대차의 두 공장
이영관 기자 2025.04.07. 00:19
지난달 27일 미국 조지아주 엘라벨의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 공장 준공식.
파란색 작업복을 입은 미국 직원들이 시선을 사로잡았다.
200여명이 무대 뒤편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보통 준공식은 양복 입은 임원들의 연설과 사진촬영으로 끝나는 행사.
이번에 처음 그 관행을 깼다.
무채색 양복을 입은 이들을 압도하는 파란색 무리가 행사 주인공이었다.
미국 시장에서 현대차가 직면한 상황을 상징하는 장면이었다.
회사 측은 이날 미국에 지금까지 수십만 일자리를 만들었고,
이 공장에서 만든 차가 지역민을 안전하게 실어 나를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차 제품 구매가 곧 ‘미국을 위한 소비’임을 강조한 것이다.
현대차로선 국내와 유럽 같은 주요 시장이 침체된 가운데 미국이 실적을 이끄는 상황.
생존을 위한 선택이었을 테다.
미국 밖에서 생산한 물건은 철저히 적대시하는 트럼프 체제에서,
미국 현지에 대한 헌신을 강조할 수밖에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감사 표시는 상호적이었다.
주 정부의 전폭 지원과 주민들의 호의 역시 곳곳에서 읽을 수 있었다.
2010년 기아 공장을 유치한 조지아주는 이번엔 여의도 면적 4배에 이르는 공장 터를 무상으로 제공했다.
공장 바깥 대형 급수시설에는 지역 예술대학 학생들이 그린 그림이 새겨져 있었다.
과거 미국의 자국산업 보호주의 때문에 고초를 겪은 현대차가 이제 미국에서 든든한 우군을 얻은 셈이다.
관광 위주 산업에서 자동차 산업을 통해 새 도약을 꿈꾸는 조지아주에선 이런 지원을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브라이언 켐프 조지아 주지사는
“이 공장이 여러 세대에 걸쳐 기회를 창출해 줄 것”이라 했고,
정의선 회장은
“그저 공장을 지으러 온 게 아니라 이곳에 뿌리를 내릴 생각으로 왔다”고 했다.
현대제철의 제철소를 짓기로 한 루이지애나주에서도 조만간 비슷한 장면을 볼 수 있을 것이다.
반면 한국에서 마주하는 얼굴들은 어떤가.
현대제철 노조는
‘현대차 수준’의 성과급을 요구하며 지난 1월부터 파업을 벌여 왔고, 오는 8일 무기한 총파업을 예고하고 있다.
작년 회사의 영업이익이 3144억원으로 재작년 대비 60% 안팎 줄어들었음에도
그룹 내 최고 수준의 성과급을 요구하는 것이다.
일자리 감소를 우려하는 노조 반발로 노후화된 공장에 자동화 설비를 도입하려는 계획이 좌초되기도 했다.
국내에 세워지는 현대차의 새 공장은
1996년 아산공장 이후 29년 만인 올해 완공을 앞둔 울산 전기차전용 공장뿐이다.
메타플랜트에서 용접을 담당하는 한 미국 직원은 연단에 올라 말했다.
“어린 시절 제가 놀던 숲이 이렇게 큰 일자리의 터전이 될 줄은 몰랐다.
메타플랜트가 앞으로 더 성장해 (제가) 변화의 일부가 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국내 공장에서 볼 수 없는 이런 얼굴들은 앞으로 현대차의 미국행을 더욱 가속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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