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보유 주택의 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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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비 충당하려... 고령자들, 20년 이상 보유 아파트 팔기 시작했다
서울 매도자 비율 5년 새 2배로
황규락 기자 이태동 기자 2025.06.19. 06:22
30년 가까이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에 살던 최모(68)씨는 최근 집을 팔았다.
매도대금으로 28억원 정도의 현금을 마련한 최씨는 송파구의 20평형대 아파트를 17억원에 사서 이사했다.
남편과 함께 국민연금을 매달 170만원씩 받지만, 이것만으로는 노후생활이 어려워 아파트를 처분한 것이다.
최씨는 “대치동 아파트를 계속 보유하고 싶었지만, 당장 생활비가 모자라 어쩔 수 없었다”고 했다.
그래픽=박상훈
올 들어 서울에서 베이비붐 세대를 중심으로 20년 이상 장기보유했던 집을 처분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올해 1~5월 서울에서 거래된 아파트·빌라 10채 중 1채는 매도자가 20년 넘게 소유한 집으로 나타났다.
2020년만 해도 5%였던 비율이 올해는 10%로 5년 만에 배(倍)로 늘었다.
1990~2000년대 당시 한창 일할 나이였던 30~40대가 내 집을 장만했다가
이제는 은퇴해 노후자금이 부족해지자 자산의 대부분인 집을 팔아 현금확보에 나서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지난해 통계청 조사에서 국내 65세 이상 고령자 자산 중 81%가 부동산이었다.
은퇴 후 집을 팔거나 줄이는 것은 해외선진국에선 보편적인 현상이었지만,
그동안 우리 사회에선 ‘부동산은 계속 우상향한다’는 인식 속에 처분을 미루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최근 들어 은퇴세대가 아파트 처분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증여·상속용으로 자산을 정리하는 고령자도 눈에 띄게 늘고 있다.
그래픽=박상훈
◇강남구 장기보유자 팔고 나간다
18일 법원등기정보광장에 따르면,
올해 1~5월 서울에서 집합건물(아파트·빌라·오피스텔 등)을 매도한 사람 10명 중 1명(10%)은
매물보유기간이 ‘20년 초과‘인 것으로 나타났다.
관련통계를 집계한 2010년 이후 가장 높은 비율이다.
지역별로는 고가 아파트가 많은 강남구가 21%로 압도적으로 높았고,
이어 서초·양천·도봉구가 각각 13%씩을 기록했다.
이어 노원구(13%), 구로구(12%), 송파구(12%), 종로구(11%) 순이었다.
강남구 내에서도 압구정동(54%)과 대치동(40%)은 장기보유 매도자가 특히 많았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압구정 현대, 은마 등 구축아파트에서 오래 거주한 소유자가
올 들어 아파트값이 급등하자 ‘지금이 노후자금 마련을 위한 최적의 타이밍’이라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서울의 아파트 장기보유 매도자 비율이 늘어나는 이유는
1차 베이비붐 세대(1955~1963년생)가 사실상 모두 은퇴한 영향이 크다는 분석이다.
은퇴세대가 급격히 늘고, 노후자금이 넉넉지 않은 사람들이 부동산을 팔기 시작한 것이다.
서울 인기 주거지의 경우
집값 상승이 계속 예상되는 상황임에도 당장 사용할 수 있는 현금이 더 급해 자산정리에 들어간 셈이다.
여기에다 954만명에 달하는 2차 베이비부머(1964~1974년생)가 지난해부터 은퇴행렬에 들어서기 시작해
부동산처분 수요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장기보유 주택의 매도유형 중엔 재건축 예정 아파트를 팔아 인근지역의 작은 평수로 움직이는 사례가 많다.
대치동 한 공인중개사는
“강남 일대에선 ‘아파트값이 30억이면 가족끼리 싸움이 생기고,
집값이 50억까지 뛰면 법정에서 만난다’란 말이 나올 정도로 증여문제로 골치를 썩는 사람이 많다”면서
“고령세대는 자신의 생활비를 마련하면서 자식들에게 물려줄 현금을 확보하려고
주택매도를 문의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했다.
강남구 압구정동의 한 공인중개사는
“올 들어 40억~50억짜리 구축아파트를 팔고,
신축단지가 많은 개포동 일대 20평대로 옮기고 싶어 상담하는 사례가 급증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강남구 주민들이 개포동 아파트를 매수하는 비율은 최근 3년간 30%대에서 지난달 49%로 늘었다.
강남 등 다른 지역에 비해 비교적 집값이 크게 뛰지 않은 도봉구, 노원구, 구로구 등에서도
장기보유자 매도비율이 증가하는 추세다.
◇도봉구·노원구·구로구 등도 장기보유자 매도비율 증가
업계에서는 해당지역의 고령자들은
같은 노·도·강이나 광명 등 서울인접지역의 신축으로 이동하는 경우가 많다고 분석한다.
서울에서 벗어나도 신축에서 거주하길 원하는 수요가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아파트 매도연령대도 증가세
아파트 장기보유자들이 매도에 나서면서 아파트를 파는 매도인의 연령대도 높아지고 있다.
올해 1~5월 서울 집합건물 매도자 10명 중 5명이 40~50대(48%)였으며,
나머지 4명은 60대 이상(37%)이었다.
2020년 매도자 10명 중 3명(30%)이 60대 이상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5년 만에 60대 이상 고령자 비율이 7%포인트 가까이 높아진 것이다.
이러한 추세는 2023년(35%), 2024년(35%)에 이어 올해도 계속 이어지고 있다.
김인만 김인만부동산경제연구소장은
“고령자들은 10년 거주 시 최대 80%의 세액공제를 받는 ‘장기보유특별공제’ 등을 이용할 수 있는 만큼,
가지고 있던 부동산을 현금화하려는 수요는 앞으로도 늘어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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