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법조

1년에 10건도 안 되던 의료법인 파산 선고, 올해 벌써 4건

이현승 기자 2024.02.16. 16:20

올해 1~2월 법원이 전국 4개의 의료법인에 파산 선고를 했다. 

지난 2019~2022년 의료법인 파산선고는 한해 10건도 안 됐다. 

의료법인은 일반기업과 달리 의료법상 제약이 많아 사전 구조조정이 쉽지 않다. 

수도권 대형병원으로의 쏠림, 非수도권 인구감소가 심해지면서 

이 같은 파산선고 사례가 더 나올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16일 법원에 따르면 

올해 서울회생법원, 부산회생법원, 대구지방법원, 전주지방법원이 

각각 지역 내 의료법인 1개씩에 대해 파산선고를 했다. 

파산은 법인을 계속 경영하기보다 폐업할 생각으로 기업이 신청하며 

법원은 회사가 가진 재산으로 모든 채무를 변제할 수 없는 경우 선고를 내린다.

의료법인에 대한 파산선고는 

▲2019년 2건 ▲2020년 1건 ▲2021년 2건 ▲2022년 8건 ▲2023년 7건에 이어 증가추세다. 

의료법인들은 건물과 설비 등에 이미 막대한 고정비용을 투자한 만큼 

계속 운영을 하면서 회생 방안을 모색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극심한 경영난에 파산신청을 하고 법원이 이를 인용하는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

파산 절차를 밟고 있는 의료재단 대부분이 非수도권 소재다. 

지역 내 인구가 감소하는 가운데, 

수도권 병원에 대한 선호현상이 심해지면서 경영난이 심화하고 있다. 

국내 대형로펌의 한 도산전문 변호사는 

“이미 적자가 누적된 지방 병원들이 수도권으로 떠나는 고객을 붙잡기 위해 

값비싼 의료기기를 들였다가 상황이 악화된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의료법인은 파산 전 단계인 구조조정이 일반기업보다 더 어렵다. 

인구구조 변화와 수도권 블랙홀 현상에 따라 추후 파산수순을 밟는 사례가 늘어날 전망이다. 

현행 의료법에선 

의료법인이 기본재산을 매도·증여·임대 또는 교환하거나 담보로 제공하려는 경우에는 

처분 1개월 전에 보건복지부장관 또는 시·도지사에게 제출, 허가를 받도록 하고 있다.

그런데 복지부 장관과 지자체장은 의료법인 자산매각을 허가할 경우 

지역의료에 문제가 생길 것을 우려해 제한적으로 허용한다. 

인수합병, 매각도 불가능하며 해산 때에는 병원재산을 국가나 지자체에 귀속시켜야 한다. 

복지부는 지난 2022년 의료법인 간 인수합병이 가능하도록 규제혁신을 추진하겠다고 밝혔으나 

법 개정이 필요하다. 

시민단체는 의료법인 간 인수합병 허용은 의료영리화와 마찬가지이며 

의료기관을 투자자본 회수자산으로 바꿀 것이라며 반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