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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전문가칼럼
[양해원의 말글 탐험] [214] 골 결정력 말고 득점력을 높이자
조선일보 양해원 글지기 대표 2024.02.09. 03:00
사투(死鬪) 벌인 준준결승이 독이 됐을까.
아시안컵 축구 4강전은 너무 허망했다.
호주랑 맞섰을 때는 애간장 녹기라도 했지.
후반 막판 동점 만들고 연장 가서 뒤집기까지 한 과정이며,
마지막 1분1초의 초조함이며….
공 점유율 72 대 28로 앞섰지만 ‘골 결정력’ 때문에 속이 탈 대로 탔다.
이래저래 생각해 볼 점이 많았는데.
‘한국은 초반부터 주도권을 잡았으나 이렇다 할 슛 기회를 만들지 못했다.’
여기서 ‘주도(主導)’는 합당한 표현일까?
‘주동인 처지가 되어 이끎’이 ‘주도’이니,
같은 일이나 목표를 힘 모아 이루려 앞장설 때 어울린다.
가령 한국·미국·일본이 북한·중국·러시아와 대립할 때,
이쪽은 한국이 주도했다 할망정 한미일이 대립을 주도했다 할 수 없다는 얘기.
하물며 서로 이기려는 축구에서 어느 쪽이 ‘우세(優勢)했다’ 해야지
‘주도’라 함은 얼토당토않다.
한국에서는 손흥민이나 이강인이 주도했다면 말이 돼도.
게다가 경기를 주도할 권리인 ‘주도권’은 대체 무엇이고, 누가 주나.
한국팀 안에서라면 감독이 정하거나 자기들끼리 기대고 밀어주는 선수가 있을 수 있다.
한데 공 흐름 따라 치고받는 축구에서,
프리킥·스로인·골킥 따위 부분적 ‘공격권’은 있을지언정 주도권 역시 어불성설.
‘우세를 잡았다/보였다’ 하면 된다.
‘쐐기포 기회가 여러 번이었지만 골 결정력 부족이 아쉬웠다.’
실제로 한국은 16강전까지 득점기회 14차례 중 여덟번을 놓쳐 실패 횟수 2위였다 한다.
문제가 또 있다.
‘결정’은 행동이나 태도를 분명히 정한다는 뜻.
그렇다면 골 결정력은 ‘골 넣기로 마음먹는 힘’이나 ‘(아리송할 때) 골이라고 판정하는 능력’이지
‘득점력’이나 ‘골 성공률’을 가리킬 수 없다.
‘손에 땀을 쥐는’ 축구는 그만 보고 싶다.
흘려야 마땅한 땀을 손에 쥐다니 생뚱맞지 않은가.
진땀이 나도, 우세하지 않아도 괜찮다.
기회 잡으면 후련한 득점으로 스트레스 좀 풀어줬으면 좋겠다.
욕심이 너무 야무진가?
댓글목록
최고관리자님의 댓글
최고관리자 아이피 115.♡.168.73 작성일
지나간 사건에서 주도냐 우세냐의 단어 선택에 시비를 따지는 건
일반독자의 관심을 떠난, 떠난 뻐스 뒤를 따지는 거와 비슷하다
연예(연기예술)계, 스포츠계 등을 담당하는 기자의 기사에서
고급/합당한 언어를 요구하는 건 무리고 욕심이 아닐까
깊이보다는 쾌락이나 바랍잡이 역할을 중시하는 목적이
감성동원이지 이성동원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윗글의 필자가 지적하여 동원한 단어/문구는
시비구분보다는 글자랑으로 말작난하는 거와 비슷하다
관중/국민의 목적은 대리만족이고 승리의 성취감이니까
'작난'은 옛말이고 현대어로는 '장난'으로 표기하는데
作亂작난은 의도적으로 난리를 만드는 것이라 할 수 있고
장난은 짓궂은 수단으로 재미를 추구하는 것이라면 무리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