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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의 허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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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관리자24-01-31 10:18 View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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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朝鮮칼럼 The Column

[朝鮮칼럼] 우리에게 진정 필요한 ‘신경 끄기의 기술’

노정태 경제사회연구원 전문위원·철학 2024.01.31. 03:10


“세계에서 가장 우울한 국가를 여행했다.” 

‘신경 끄기의 기술’로 잘 알려진 미국의 베스트셀러 작가 마크 맨슨이 지난 22일 유튜브에 올린 영상 제목이다. 

대한민국은 눈부신 발전을 이루었지만 정작 한국인들은 불안하고, 우울하며, 자살률마저 높다.


맨슨에 따르면 이것은 잘못된 문화의 문제다. 

유교적 집단주의의 나쁜 부분인 수치심, 타인에 관한 판단은 극대화된 반면 

가족주의와 사회적 친밀도는 희박하다. 

이는 자본주의에서도 마찬가지다. 

한국은 현란한 물질주의에 휩싸여 있으며 돈벌이에 눈이 멀어 있지만 자기표현과 개인주의는 억압당한다. 

유교와 자본주의의 장점은 없고 단점만 있는 나라인 것이다.


이 냉철한 ‘한줄 요약’은 업로드 직후 조회 수 수십만을 기록할 정도로 뜨거운 반응을 불러왔다. 

일제의 가혹한 식민통치 후 한국전쟁과 극도의 빈곤을 거치며 

과도한 경쟁으로 최대한 성과를 내야만 하는 사회분위기가 정착되었고 그것이 한국인을 우울하게 만든다. 

이 논리는 지난 주말 ‘조선일보’를 비롯한 여러 언론의 소개로 유튜브 바깥에서도 많은 호응을 얻었다.


흥미진진한 이야기지만 한 가지 문제가 있다. 사실이 아니라는 것이다. 

2021년 현재 한국의 자살률은 인구 10만명당 24명으로 OECD 1위다. 

10만명당 19명인 리투아니아를 큰 격차로 따돌린 압도적 1위다. 

이것이 한국 특유의 스트레스와 문화적 압력 때문일까? 그렇지 않다. 

1위인 한국, 2위인 리투아니아, 3위인 슬로베니아는 모두 노인빈곤율이 높고, 그만큼 노인 자살률도 높다. 

2019년과 2020년 기준, 노인 자살률 1위가 한국, 2위가 슬로베니아, 3위가 리투아니아다. 

통계적 상관관계가 너무도 분명한 현상이다.


OECD 1위인 자살률은 기본적으로 ‘노인 빈곤’ 문제다. 

물론 최근 청년층 자살률이 빠르게 높아지고 있으며 정신건강 악화도 심각하게 볼 일이다. 

하지만 ‘한국의 자살 문제’라는 주제를 다룰 때 

치열한 입시경쟁과 아이들을 들볶는 교육같은 논의에 방점을 찍어서는 안 된다. 

그것은 정수리가 간지러운데 발바닥을 긁는 것과 다를 바 없는 일이다.


맨슨의 영상을 소개한 언론기사들의 댓글과 온라인 커뮤니티 등의 반응을 살펴보면 

흥미로운 현상이 도드라진다. 

젊은이들, 특히 여자들이 유교적으로 다른 사람 눈치를 보고 비교하면서 자본주의적으로 허세를 부리다 보니 

출산율이 곤두박질쳤다는 꾸중이 빗발치는 것이다. 

그런데 맨슨은 저출생을 딱히 거론하지 않았거니와, 

한국의 저출생은 ‘유교와 자본주의의 나쁜 결합’으로 설명할 필요가 없다.


OECD국가 중 출산율이 1.3명 이하인 초저출산 국가는 한국, 이탈리아, 그리스 세 곳이다. 

이탈리아와 그리스가 유교 때문에 애를 안 낳는 나라일 리는 없다. 

원인은 문화가 아니라 사회와 경제의 구조다. 

조귀동 작가가 ‘이탈리아의 길’에서 지적했듯 

“한국과 이탈리아가 최하위권인 이유는 

두 나라 모두 노동시장의 이중구조, 대기업 정규직 위주의 복지혜택, 

여성의 낮은 경제활동 참여율과 남성의 양육 불참 등의 문제를 안고 있기 때문이다.”


필자는 맨슨의 논의 그 자체를 비판하기 위해 이 글을 쓰는 게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인이 지닌 회복 탄력성을 믿는다’는 덕담으로 영상을 마무리한 그의 선의를 의심하지 않는다. 

세계적 베스트셀러 작가가 한국의 문제에 관심을 갖고 언급해주는 것은 

우리 자신을 돌이켜보게 해준다는 점에서 고마운 일이기도 하다.


하지만 우리가 스스로의 문제를 그런 식으로 이해해서는 곤란하다. 

한국의 문제는 유교 때문도 자본주의 탓도 아니다. 

단 하나 핵심원인을 짚자면 

‘정규직 코스’로 정년을 끝내지 않는 한 빈곤노인으로 추락하기 십상인 노동시장의 이중구조와, 

그 속에서 지대를 추구하는 기득권 세력이다. 

가난한 노인들이 보수정당을 찍는다고 조롱과 저주를 퍼붓는 고학력 중산층의 똘똘 뭉친 이기심이 문제다.


우리는 문제의 원인을 이미 알고 있다. 다만 그 해결을 위해 감당해야 할 고통을 피하고 싶어 할 뿐이다. 

그러다 보니 진짜 개혁은 시작조차 어렵다. 

국가소멸을 피하고 미래를 개척하려면 고통스러운 개혁을 무릅써야 한다. 

‘신경 끄기의 기술’에서 한 문장이 눈에 들어온다. 

“단언컨대 고통을 극복하는 유일한 길은, 고통을 견디는 법을 배우는 것이다.”

댓글목록

최고관리자님의 댓글

최고관리자 아이피 115.♡.168.73 작성일

자신에게 불리하고 징그러운 문제를 누가 맡으려 할까?
정계 법조계 교육계 언론계 노동계?
기득권을 포기하지 않고는 답이 없다
시기와 방향과 방법을 모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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