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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천후에도 北 ICBM 사진 찍는다… 우리 정찰위성이 北 압도하는 비결
[유용원의 군사세계] 본격화한 남북 정찰위성 경쟁
유용원 기자 2023.12.28. 06:15
“위성 카메라 반사경을 우리나라에서 미 LA(로스앤젤레스)까지로 늘렸을 때
반사경의 표면가공 오차는 과속방지턱 높이 정도까지만 허용됩니다.”
지난달 17일 대전시 한국항공우주연구원(항우연·KARI)에서 만난 군정찰위성1호기 개발관계자는
정찰위성1호 전자광학(EO) 카메라 제작 정밀도를 이렇게 설명했다.
우리나라에서 LA까지의 거리는 약 1만㎞에 달하는데
과속방지턱 높이인 10㎝ 정도의 오차만 허용될 정도로 초고정밀 제작과정을 거쳤다는 얘기다.
군정찰위성 사업은 ‘Kill Chain’ 등 북 핵·미사일 위협에 대응하는 한국형 3축체계 구축 등과 관련,
그동안 미국에 절대적으로 의존해 온 데서 벗어나 독자적인 군위성 정보를 확보하고자 2015년 착수됐다.
‘425사업’으로 불리는데 구름 낀 날씨에도 사진을 찍을 수 있는 ‘SAR(사)’와,
EO(이오) 카메라 영문명을 비슷한 발음의 아라비아 숫자인 ‘425(사이오)’로 표기한 것이다.
영상레이더(SAR) 위성4기와 전자광학/적외선(EO/IR) 위성1기 등 위성 총 5기가 2025년까지 발사된다.
이 중 지난 2일 성공적으로 발사된 군정찰위성1호기는 전자광학/적외선 카메라 위성이다.
북한은 우리보다 10여일 빠른 지난달 21일 정찰위성 3차발사를 통해 위성을 궤도에 올리는 데 성공했다.
남북이 우주의 군사적 활용을 놓고 경쟁에 불이 붙은 형국이다.
전문가들은 우주발사체와 위성으로 구분해 봤을 때
정찰위성 등 위성분야와 고체로켓(발사체) 분야는 아직까지 우리가 압도적인 우위에 있다고 평가한다.
우선 해상도 등 정찰위성의 감시정찰 능력에서 차이가 크다.
북한은 정찰위성(만리경1호)이 주한 미군기지는 물론
미 워싱턴과 본토 해군기지 등의 촬영에 성공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사진을 공개하지 않아 실제 성능은 미지수다.
군당국은 북 정찰위성이 3m 이상의 해상도를 가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해상도 3m는 수백㎞ 상공에서 가로·세로 3m 크기의 물체를 하나의 점으로 식별할 수 있다는 의미로
군사적 효용성은 크게 떨어진다.
반면 우리 정찰위성 1호기의 해상도는 30㎝ 미만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는 수백㎞ 상공에서 대북 감시정찰 최우선 표적인 ICBM 등 미사일 이동식 발사대는 물론
달리는 차량의 종류까지 식별할 수 있다.
이지형 방위사업청(방사청) 우주감시정찰사업팀장은
“북 정찰위성이 초등학생 수준이라면 우리는 대학생 수준”이라고 말했다.
군정찰위성1호기 개발을 주관한 항우연에 따르면,
우리 정찰위성은 북정찰위성의 100배 정찰 능력을 갖고 있다고 한다.
식별면적 기준으로 북한은 9㎡이지만 우리는 0.09㎡에 불과해 100배 차이가 난다는 것이다.
전자광학 카메라 위성은 가시광선을 활용해 찍기 때문에 선명하게 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야간이나 악천후에는 찍을 수 없다는 게 단점이다.
적외선 위성은 야간에도 찍을 수 있지만 악천후에는 제한된다.
이런 단점을 극복하고 야간이나 악천후에도 전천후로 감시정찰을 할 수 있는 것이 SAR 위성이다.
SAR 위성은 지구 궤도에서 지상 및 해양으로 레이다파를 쏜 후
레이다파가 반사돼 돌아오는 시간차에 따라 선착순으로 합성, 고해상도의 지형도를 만들어 낼 수 있어
군사적 활용도가 높다.
우크라이나전에서도 핀란드 아이스아이 등 민간업체들의 초소형 SAR 위성이 적극 활용되고 있다.
특히 SAR 위성 분야에서 우리는 북한에 대해 ‘넘사벽’ 수준의 절대 우위에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내년 4월 425사업 정찰위성2호기로 대형 SAR 위성이 발사될 예정인데,
해상도는 50㎝ 미만級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에 앞서 지난 4일 제주도 해상에서 초소형 SAR 위성이 고체로켓에 실려 발사된 것은
북한과의 정찰위성 1차 경쟁에서 ‘쐐기’를 박은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무게가 90㎏에 불과, 초소형 위성으로 분류되는 이 위성은 수백㎞ 상공에서 1m 크기의 물체를 식별할 수 있다.
그동안 정부주도 사업으로만 진행돼 온 국내위성 개발史에서 첫 민간주도 사업으로 개발됐을 뿐 아니라,
해외기술에 의존하지 않고 국산기술로만 개발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한화시스템 등이 참여해 개발한 초소형 SAR 위성은 일반 위성과 달리
탑재체와 본체, 태양전지판이 일체화된 형태여서
발사체에 최대한 많이 실을 수 있도록 설계, 발사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다.
한화시스템 관계자는
“한국형 전투기 KF-21의 AESA(능동위상배열) 레이더 개발과정에 축적된 송수신 장치 기술 등을 활용해
개발 기간과 비용을 줄일 수 있었다”고 말했다.
군당국은 2030년까지 초소형 위성 약 40기를 발사해
정찰위성의 북한 감시주기를 2시간 간격(2025년 목표)에서 30분 간격으로 줄일 계획이다.
한화시스템은 앞으로 초소형 SAR 위성을 활용해
고해상도 위성 이미지 분석을 통한 환경모니터링 등 ‘한국형 뉴스페이스’ 모델을 만들어나갈 계획이다.
이번에 초소형 SAR 위성을 발사한 고체로켓도 현재까지 북한보다 크게 앞서는 분야다.
북한이 지금까지 정찰위성을 세차례 발사하는 데 사용한 발사체는 모두 액체로켓이다.
고체로켓은 언제든지 신속한 발사가 가능해 군사용으로 적합하다.
하지만 남북 우주군사 경쟁에서 우리가 계속 앞서가고, 중·러·일 등 주변 강국의 우주 위협에 대처하려면
해결돼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
SAR 위성 등 초소형 위성분야는 軍수요 의존도가 매우 큰데 발사장과 발사권한이 과기부에 속해 있다.
김관진 국방혁신위 부위원장도 지난 21일 인터뷰에서
“감시정찰 능력강화의 핵심인 군정찰위성 발전을 위해
군발사체 권한과 군전용 발사장 확보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정부와 군이 업체 등 민간부문의 역할을 대폭 확대하는 ‘한국형 뉴스페이스’ 계획을
좀 더 강한 의지를 갖고 적극 추진하고,
‘사령탑’ 역할을 할 우주항공청 설립을 서둘러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 4일 제주도 해상에서 성공적으로 발사된 초소형 SAR 위성은
국방과학연구소(ADD) 국방첨단기술연구원의 ‘미래도전 기술사업’으로 개발됐다.
미래도전 기술사업은 스마트 국방 혁신을 위해
AI 등 4차 산업혁명 신기술을 접목한 혁신적인 무기체계를 개발하는 것을 목적으로 추진돼 왔다.
초소형 SAR 위성 개발은 오현웅 한국항공대 교수가 과제 책임자로,
위성체계 및 탑재체는 한화시스템이, 위성 본체는 쎄트렉아이가 각각 참여해 설계, 제작, 시험까지 맡았다.
우리나라 최초의 민간주도 지구관측(정찰) 위성개발 사업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이번 사업에는 지난 2019년부터 예산 198억원을 투입됐다.
오 교수는
“이번 과제를 통해 정부주도 사업에서 민간주도 사업으로
우주개발 패러다임을 전환할 수 있다는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했다”고 말했다.
그는 뉴스페이스 시대를 맞아
이미 해외에선 움브라, 카펠라, 아이스아이 등의 민간업체가
빠른 기술의 선순환 구조에 기반해 초소형 SAR 위성 분야에서
우리나라와의 기술격차를 벌려 나가고 있는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오 교수는
“국내 우주기술 개발사업을 ‘추격형’이 아닌 ‘선도형’으로 전환하고 세계시장에서의 경쟁력을 확보하려면
‘미래도전 기술사업’처럼 민간이 개발을 주도하고 정부가 이를 제도적으로 뒷받침하는
민간주도 우주개발 사업이 정착화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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