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다 아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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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산이 부서진 이름이여 !
허공중에 헤어진 이름이여 !
불러도 주인 없는 이름이여 !
부르다가 내가 죽을 이름이여 !
심중에 남아 있는 말 한마디는
끝끝내 마저 하지 못하였구나
사랑하던 그 사람이여 !
사랑하던 그 사람이여 !
붉은 해는 서산마루에 걸리었다
사슴의 무리도 슬피 운다
떨어져 나가 앉은 산 위에서
나는 그대의 이름을 부르노라.
설움에 겹도록 부르노라
설움에 겹도록 부르노라
부르는 소리는 비껴가지만
하늘과 땅 사이가 너무 넓구나.
선 채로 이 자리에 돌이 되어도
부르다가 내가 죽을 이름이여 !
사랑하던 그 사람이여 !
사랑하던 그 사람이여 !
- 초혼(招魂) 김소월 1921년 -
이 시에서
"이름이여" 다섯번, "사람이여" 네번, "부르노라"가 세번
나옵니다
'하는' 현제형이 아니고, '하던' 과거형이 매우 애닯습니다
하늘 저승과 땅 이승 사이가 너무나 멀구나로 한탄합니다
이제 날이 새면, 자주 같이 산행했든 친우들과 식사하려
식당예약을 하려 하니 눈물이 앞서고 한숨이 절로 납니다
부산 근교와 유명한 전국 각지를, 제주도와 지리산을
우리는 땀 흘리며 숨 가프게 30여년을 함께 걸었습니다
이제 이렇게 초혼사도 애도사도 아닌, 권유사를 올리니
참 기막히고 어이가 없는 애통한, 주지 넘은 짓입니다
우리 모두가 슬움에 그리움으로 지켜보고 기다립니다
그대와의 수많은 추억을 너무나 사랑하기 때문입니다
2018년부터 병고를 같이 시작했지만 저는 풀려났기에
차마 손 타자하기 싫는 걸 무릅쓰고 억지로 고백합니다
감히 생명의 애착과 존엄성의 Red-line을 넘어면서까지
그 의지 고집은 이런 때도 쓰임을 몸소 증명해주시기를,
내려놓으면 가볍고 편하고 자유롭다는 걸 보여주시기를,
차라리 결단으로 미련과 식음을 절단하시기를 권합니다
애달픈 이 세상을 병상을 이제 그만 지키시기를 권합니다
그 동안 마이 누워 있었다 아이가!, 마이 무웃다 아이가!
우리의 뻔한 종점은 50보100보인 줄 다 안다 아이가!
불과 몇년만 지나면, 이 권유사가 몇년 전에 쓴 건지도
기억 못 한다는 게 뻔한 사실, 미래인 줄 다 안다 아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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