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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경제 WEEKLY BIZ
수리비는 비싸고 주차장에선 ‘눈치밥’…애물단지 취급받는 전기차
[WEEKLY BIZ] 렌터카 회사들 전기차 도입 속도 늦춰
주차장 붕괴·도로 파손 우려 커져
유소연 기자 2023.12.03. 07:44
허츠는 엔터프라이즈와 함께 미국 내 1·2위를 다투는 렌터카 업체다.
원래 허츠는 내년 말까지 전체 차량의 1/4분를 전기차로 운행하고,
장기적으로는 회사의 모든 렌터카를 전기차로 바꿀 계획이었다.
그러나 최근 전기차 도입 속도를 당초 예정보다 늦추기로 했다.
전기차가 수리에 비용이 많이 들어가고, 중고차 가격이 낮아 수익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우려가 커졌기 때문이다.
올해 3분기 허츠의 주당 이익이 월가 전망치를 밑돈 데 대해 스티븐 셰어 최고경영자(CEO)는 언론 인터뷰에서
“전기차 수리비는 가솔린 차량의 2배”라며
“전기차에 들어가는 비용을 제외하면 월가 기대치를 충족했을 것”이라고 했다.
세계적으로 전기차 보급 속도가 빨라지고 있지만 전기차를 ‘애물단지’로 보는 못마땅한 시선도 부쩍 많아지고 있다.
렌터카 회사가 골칫덩어리로 여기는 건 물론이다.
수리가 까다롭고 수리 비용이 많이 드는 데다,
차체가 무겁고 화재위험을 부른다는 이유로
보험사·정비업체·주차장 업체들이 공히 전기차를 달가워하지 않고 있다.
◇중고 전기차 가격 ‘뚝’
원래 허츠는 작년 말까지 전기차 가운데 테슬라만 10만대를 들이기로 했었다.
그러나 현재 허츠 차량 중 11%인 약 5만대만 전기차이고, 이 중 테슬라는 3만5천대에 불과하다.
허츠가 전기차 도입 속도를 늦춘 건 중고차 가격과 맞물려 있다.
렌터카 회사들은 보유한 자동차가 일정기한이 지나면 중고로 매각하는데,
이때 얼마만큼 받아낼 수 있느냐가 실적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
지난해에는 차량용 반도체 공급난의 여파로 전반적인 중고차 값이 높았고,
렌터카 회사들은 보유 차량을 대량으로 중고차 시장에 넘겨 적지 않은 수익을 올렸다.
올해는 상황이 달라졌다.
자동차 공급이 본 궤도를 되찾는 가운데 테슬라가 신차 가격을 낮추자
이와 연동해 중고 전기차 가격이 눈에 띄게 하락했다.
올해 초 가격인하로 테슬라 모델Y의 경우 가격이 20%나 떨어졌다.
미국 차량정보 사이트 아이시카는
테슬라 모델3의 중고 가격이 작년 9월 대비 올해 2월 사이 21% 급락했다고 분석했다.
◇보험사들 전기차 계약 거부
전기차는 보험사들의 기피 대상이다.
영국의 30대 남성 데이비드는
지난 7월 자신의 테슬라 모델Y의 보험을 든 아비바로부터 계약갱신을 하지 않겠다는 통보를 받았다.
이후 다른 보험사 4군데서도 줄줄이 퇴짜를 맞았다.
결국 다이렉트라인이라는 보험사에서 견적을 받았는데,
보험료가 5천파운드(약 820만원)로 기존 보험료(1200파운드)의 4배 넘게 뛰었다.
데이비드는 “나 말고도 많은 테슬라 오너가 같은 문제를 겪고 있다”고 가디언에 말했다.
보험사들이 전기차 보험 인수를 거부하거나 보험료를 크게 올리는 이유는
수리비용이 높아 보험금 지급으로 인한 손실이 크다고 우려하기 때문이다.
영국 통계청에 따르면 전기차 보험료는 지난 9월 기준으로 1년 전보다 72% 올랐다.
지난달 영국 보험사 존 루이스 파이낸셜 서비스는
전기차 수리에 드는 비용 등을 정확하게 분석하기까지
전기차에 대해 자동차보험 인수를 잠정 중단키로 결정했다.
미국에서는 적지 않은 보험사들이 사고 난 전기차를 수리하지 않고 전손처리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보험 계약상 차량가격 전액을 보험금으로 고객에게 건네고
차체를 인수한 뒤, 파손된 상태 그대로 경매에 부쳐 비용을 일부 회수한다는 얘기다.
이런 식의 전손처리를 하는 이유는 수리비용이 지나치게 많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경제매체 포브스는
“전기차는 차량가격의 절반에 달하기도 하는 배터리 교체비용이 비싼 탓에 수리비가 많이 나온다”며
“수리업체에도 순수 전기차를 전문으로 하는 정비사가 적어 고치기가 까다롭다”고 했다.
◇주차장에서 ‘눈칫밥’
전기차는 수백kg짜리 배터리를 장착하기 때문에 비슷한 크기의 내연기관차보다 공차 중량이 20%쯤 더 무겁다.
그래서 대형 주차장 빌딩에서 환영받지 못하고 있다.
문제는 단지 무겁다는 데 그치지않고 건물 하중에 영향을 미쳐 안전에 위협이 된다는 지적이 나온다는 데 있다.
지난 6월 영국 구조공학자학회는 전기차로 인해 오래된 주차장에서 붕괴사고가 일어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 학회는
“전기차가 많아지고 차체가 커지면서 지난 40년간 차량 평균 중량이 500kg 가까이 증가했기 때문에
주차장 설계에 있어 새로운 지침이 필요하다”며
“전기차 배터리에 불이 붙으면 화재진압이 쉽지 않기 때문에
주차장 내부에 스프링클러를 설치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주차장에서 전기차 화재가 발생하면 막대한 손실을 야기할 수 있다는 지적이 잇따르자
지난 2월 EU 집행위원회는 유럽전기자동차협회(AVERE)와 함께
지붕이 있는 주차장에 화재로부터 안전한 전기차 충전소를 개발하는 태스크포스를 출범시켰다.
전기차의 무거운 하중은 주차장에만 영향을 미치는 게 아니다.
호주 스카이뉴스는
“무거운 전기차로 인해 도로보수 비용이 급증하고 있다”며
“환경을 생각해 전기차를 이용하는 것이 재앙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우리나라에서도 비슷한 경고가 나왔다.
행정안전부가 지난달 발간한 ‘잠재 재난 위험요소 분석보고서’에서
전기차를 토네이도, 비브리오 패혈증과 더불어 미래 재난 요소로 꼽았다.
전기차 화재가 대형 사고로 번질 위험이 있고, 도로파손과 노후 주차장 붕괴를 부를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 ‘성장통’이라는 반론도
전기차를 둘러싼 잡음이 계속 나오는 가운데 전기차 판매량 증가세도 둔화하고 있다.
세계적으로 2021년 115% 증가(전년 동기 대비)했던 전기차 판매량은
작년에는 68% 증가로 성장 속도가 느려졌다.
올해 상반기는 작년 상반기 대비 40% 증가해 증가세 둔화가 뚜렷해졌다.
물론 낮은 중고차 가격, 높은 수리비용의 문제는 시간이 지나면 해소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국내 자동차업계 한 관계자는
“전기차 판매가 계속 늘어나고 있기 때문에 저변이 확대될수록 중고차 값 감가상각이 줄어들 것”이라고 했다.
컨설팅사 베인앤드컴퍼니의 임정규 파트너는
“전기차를 둘러싼 데이터가 완전히 쌓이지 않았기 때문에
아직은 보험 업계를 비롯한 관련 산업에서 믿고 활용할 자료가 부족하다”며
“전기차 관련 데이터 분석이 명확해지는 시기가 오면 불확실성이 많이 해소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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