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9군사합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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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시각] 판문점 선언 ‘부속물’의 운명
노석조 기자 2023.11.27. 03:00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지난 2020년 6월17일에 공개한 개성 남북 공동연락사무소 폭파 모습./노동신문 뉴스1
요즘 뜨거운 키워드인 ‘9·19군사합의’는 정식 용어가 아니다.
공식 문서를 보면 ‘역사적인 판문점선언 이행을 위한 군사분야 합의서’라고 돼 있다.
2018년4월27일 문재인 당시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이 채택한 ‘판문점선언’의 여러 부속물 중 하나로
그해 9월19일 체결된 것이 ‘9·19군사합의’라는 것이다.
판문점선언이 ‘뿌리’고 9·19군사합의는 ‘곁가지’라는 얘기다.
‘판문점 선언’은 김정은이 비핵화에 나설 것이란 기대감을 바탕으로 한다.
그걸 견인하기 위해 종전선언, 남북교류확대 등 여러 일을 추진하기로 했다.
대표적인 게 판문점선언의 제1조제3항인 ‘남북공동연락사무소’다.
정부는 선언 140일 만인 9월14일 개성공단 기존 건물에
100억원을 투입해 지상 4층, 지하 1층짜리 사무소를 열었다.
남북관리들이 상주하며 일할 공간을 탄생시켰다.
‘판문점선언’의 상징물이다.
하지만 이 상징물은 2020년6월16일 두 돌도 되지 않아 폭파돼 잿더미가 됐다.
김여정의 지시였다.
사무소는 일종의 외교공관으로 간주됐기 때문에 이를 파괴한다는 건 비상식적이었다.
폭파의 이유는 대북전단 ‘삐라’였다.
김여정은 폭파 12일 전인 6월4일 담화를 내고
“(한국이 대북전단 관련) 응분의 조처를 세우지 못하면
금강산관광 폐지에 이어 개성공단 완전철거가 될지
사무소 폐쇄가 될지
있으나 마나 한 군사합의 파기가 될지 단단히 각오는 해둬야 할 것”이라고 했다.
‘삐라’는 사무소 폭파의 작은 이유일 뿐,
큰 맥락에서 북한은 이미 2019년2월 ‘하노이 노딜’의 수모로
더 이상 ‘판문점선언 이행’ 같은 걸 할 마음을 싹 접은 상태였다.
‘하노이 노딜’ 이후
‘삶은 소대가리가 앙천대소’
‘특등 머저리’
‘오지랖 넓은 중재자’ 같은
원색적 비난이 문재인 정부에 작정하듯 쏟아져 나온 것이 그런 이유이다.
그 흐름에서 트집을 하나씩 잡으며 행동으로 옮긴 것 중 하나가 ‘삐라’고 ‘사무소 폭파’였다는 것이다.
판문점선언은 벌써 이때부터 사문화됐고, 이에 따라 그 하위문서인 9·19합의의 운명도 다한 것이다.
그런데도 우리는 이걸 최근까지 머리맡에 붙여 놓고 지켜왔다.
얼마 전 정부가 9·19합의의 일부분을 효력 정지하고, 이에 북한이 합의전면파기 선언을 하자
일각에서 “한반도 안전핀이 빠졌다”는 주장이 나왔다.
어불성설이다.
9·19합의는 기본적으로 북한이 지난 5년간 3600여차례나 어길 정도로 ‘안전핀’으로서 역할을 못 했기 때문이다.
안전핀으로서는 UN정전협정이 지난 70년간 역할을 하고 있다.
정전협정이 우리가 자유평화통일이 될 때 뺄 수 있는 유일한 안전핀인 것이다.
북한은 9·19합의를 했든 안 했든 그 이전이고 이후고 전략적 필요에 따라 도발해 왔다.
여든 야든 이제는 9·19 논쟁으로 괜한 국력낭비를 하기보다는
러시아와의 무기거래로 무언가를 꾸미는 북한에 어떻게 맞설지를 놓고 머리를 맞대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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