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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카페 2030
[카페 2030] 외로움의 개
김지원 기자 2023.12.01. 07:27
거리에 크리스마스 조명이 밝혀지고 캐럴이 들려오는 12월의 첫날.
이 시기를 맞는 사람들은 크게 두 부류로 나뉜다.
반짝이는 불빛과 신나는 음악에 들뜨는 사람,
그리고 이 모든 것이 어쩐지 공허하고 외로운 사람.
후자에게 손잡고 함께 거닐 연인의 유무는 생각보다 중요하지 않다.
혼자든 둘이든 심지어 열이든, 외로움은 희뿌연 연기처럼 맞잡은 손틈을 파고든다.
한번도 외로워본 적 없다고 말하는 사람을 믿지 않는다.
캐럴 선율에 설레는 이들도 한때는 외로웠을 것이다.
외로움은 ‘나는 네가 될 수 없고, 너는 내가 될 수 없다’는 데서 오는 본능적 감각. 존재의 숙명인 셈이다.
남들과 부대끼는 평범한 일상을 보내다가도 이런 외로움은 소리 없이 마음을 잠식한다.
떠들썩한 송년 모임이 끝난 후 홀로 밤거리를 걸을 때,
사는 게 대체 무슨 의미가 있나 싶을 때,
내 삶을 끝까지 책임져야 하는 사람은 나밖에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을 때.
지난 10월 WHO는 외로움(loneliness)을 ‘세계 보건에 대한 심각한 위협’으로 규정했다.
극심한 외로움이 하루에 담배 열다섯개비를 피우는 것만큼 건강에 심각한 위협을 끼친다는 연구결과도 냈다.
외로움을 지속적으로 느끼는 사람은 우울증이나 불안장애 같은 정신질환을 겪고 있을 확률도 30%에 달한다.
외로움이 한 사람의 몸과 마음을 파괴할 수 있다는 얘기다.
문제는 이 감정이 자기 자신만 해치는 것으로 끝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오랫동안 방치된 외로움은 뒤틀리고 일그러진다.
‘혼자라는 감각’은 누구도 나를 소중히 여기지 않는 것 같은 비참함,
남들이 나를 무시하는 것 같은 열등감으로 곪을 수 있다.
결국 타인을 불편하게 하는 추한 모습으로 터져 나올 가능성이 크다.
뒤틀린 외로움은 구성원 사이의 신뢰와 질서를 무너뜨리고 공적영역을 침범할 수도 있다.
영국이 2018년 세계 최초로 정부 산하에 ‘외로움부’를 만든 이유다.
외로움을 개인의 주관적인 감정상태가 아닌 사회문제로 바라보겠다는 의지다.
외로움부는 타 부처와 협업체계를 구축해
사회적 안전망을 강화하고 외로움을 측정·분류하는 새로운 기준을 만들고 있다.
외로움을 ‘나약함’과 동일시하는 편견을 바꾸자는 캠페인도 대대적으로 진행했다.
외로움을 없앨 수는 없으니, 그 감정을 제대로 인정하고 관리하자는 것이다.
철학자 에리히 프롬은
“사랑의 조건은
혼자서도 제정신을 유지하며 외로움을 견딜 수 있는 자아의 강인함과 독립성, 온전함을 갖추는 것”이라고 했다.
머리를 빗고 손톱을 깎듯이
외로움을 잘 관리한 이들만이 비로소 한 사회에서 타인과 더불어 살아갈 수 있다는 이야기로 들린다.
얼마 전 퇴근길, 영하의 찬 바람을 맞다가 문득 이런 생각을 했다.
외로움을 강아지라고 여겨보면 어떨까.
지저분한 털이 중구난방 자란 내 안의 작은 개를 씻기고 다듬는 것,
남에게 함부로 짖거나 달려들지 않도록 잘 훈련시키는 것이 남은 삶 동안 해야 하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깨끗하고 온순해진 외로움의 개를 쓰다듬다 보면, 언젠간 삶을 사랑하게 되는 날도 오지 않을까.
댓글목록
최고관리자님의 댓글
최고관리자 아이피 115.♡.168.73 작성일
연하장 대신 회사달력을 지인들에게 보내면
자신을 기억해줌에 '고맙다'는 문자와 전화가 쏟아진다
분노와 외로움은 타인이 자신과 동조해주지 않은 때도 느낀다
그리고는 그 분노나 외로움이
신체의 호르몬 바란스를 잃어 건강을 해치기도 하고
식사 불균형, 과음, 흡연, 불면 등의 나쁜 생활습관을 만들기도 한다
외로움을 느낄 땐 억지로라도 기분전환을 하면 좋다
목욕, 샤워, 걷기, 독서 하다 못해 손톱 깍기 양치질이라도..
한잔 술기운으로 피하려 해도 술 깨면 더 초라한 자신을 발견한다
혼자 왔다가 혼자 가는 길도 인생이라면 목적방향을 찾으면 어떨까
계급이 높아저도 상하교류가 안 되어 외로움을 느끼기도 한다
세상에 공짜가 없으니 자리보존의 댓가를 치룬다고 인정하면 된다
대통령, 그 영부인, 재벌, 부부간에도 그기에 따른 외로움은 있다
사회생활에서 '나와 다른 남'을 인정수긍하면 외로움이 좀 줄어들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