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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계 빚을 어쩌나... 2017년부터 로켓 상승, 이제는 세계 2위
김은정 기자 2023.10.03. 18:06
작년 초 주택담보대출과 신용대출을 총동원해 7억원을 마련해 집을 산 회사원 유모(37)씨는
현재 매달 원금과 이자로 350만원을 갚고 있다.
350만원은 유씨 월소득의 90% 남짓에 달한다.
유씨는 “맞벌이라서 감행했지만, 명절에 경조사까지 겹친 요즘 같은 때는 솔직히 생활이 버거울 정도”라고 했다.
우리나라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작년 말 기준 108%를 기록, 세계에서 국가경제 규모 대비 가계부채가 둘째로 큰 나라가 됐다.
2021년에만 해도 세계 4위였는데 1년 만에 두 계단 더 올라갔다.
세계 대부분 나라가 코로나 팬데믹을 거치며 경제규모 대비 가계부채를 줄이는 ‘빚 다이어트’에 성공했다.
하지만 한국은 거꾸로 가계 빚이 크게 늘어나면서, 가계부채 증가폭이 비교 가능한 26국 중 1위였다.
유씨처럼 집값 폭등 시기에 ‘영끌(영혼까지 끌어다 투자)’해 내 집 마련하느라 빚낸 사람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가계의 소득 대비 이자부담은 역대 최대를 기록하고 있다.
◇'빚 다이어트’에 실패한 한국
3일 IMF에 따르면
작년 말 기준 한국의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108%로 스위스(131%) 다음으로 세계 2위를 기록했다.
2021년까지는 캐나다가 2위였지만, 한국이 캐나다를 추월해 처음으로 2위 자리에 오르는 불명예를 얻었다.
한국은 코로나 직전인 2019년 대비 2022년 가계부채 비율이 11%포인트(98%→108%) 늘어나
증가폭이 가장 큰 나라로 꼽히기도 했다.
2019년엔 가계부채 비율이 세계 7위였다.
비교 가능한 26국 중 미국, 캐나다, 영국 등 16국이 코로나를 지나며 deleveraging(빚 줄이기)에 성공했지만,
한국은 거꾸로 빚이 가장 많이 늘었다.
한국을 제외하고 부채비율이 늘어난 나라들의 평균 증가폭이 3%포인트란 점에서,
한국 가계빚이 얼마나 큰 폭으로 불었는지 가늠할 수 있다.
2017~2022년 5년간 가계부채 증가폭도 한국이 16%포인트로 압도적 1위였다.
전문가들은 가계부채가 경제성장에 악영향을 미치기 시작하는 임계치를 80% 수준으로 보고 있다.
원리금 상환부담으로 소비가 위축되는 수준이다.
국제금융협회(IIF) 통계로 보면, 세계 각국의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 평균은 62%다.
하지만 한국은 이미 2012년 임계치를 넘어섰고, 점점 더 높아지는 중이다.
한국은행은 별다른 정부대책이 없다면 앞으로 3년간 가계부채가 매년 5%가량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경제성장세가 크게 둔화하면서 가계부채 증가폭이 성장률을 뛰어넘을 것으로 보이는 만큼,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조만간 110%도 넘어설 가능성이 있다.
◇'영끌’ 대가, 이자부담 역대 최대
게다가 빚낼 때는 미처 예상하지 못했던 초유의 고금리 상황이 닥쳐오면서
가계의 소득 대비 이자부담은 역대 최대를 기록하고 있다.
3일 통계청에 따르면 2분기(4~6월) 가계가 이자비용으로 지출한 금액은 월평균 13만1천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통계작성이 시작된 2006년 이후 가장 많은 금액이다.
가계의 이자지출은 2021년 2분기 월평균 8만6천원에서 2년 새 52% 급증했다.
이에 따라 월평균소득(479만3천원)에서 이자가 차지하는 비율도 3%로 전 분기 통틀어 역대 최대가 됐다.
전체 가구 중 이자를 내는 가구는 40%로 10가구 중 4가구꼴이어서,
빚낸 가구의 실제 월 이자부담은 이보다 훨씬 클 것으로 보인다.
가구 유형별로는 전세가구의 이자지출이 2년 새 두배 넘게 늘며 증가폭이 가장 컸다.
전세가구의 이자비용은 월평균 21만4천원으로 2021년 2분기(10만2천원)보다 110% 늘었다.
월세가구는 49%(2만3천원) 증가한 7만원, 자가가구는 38%(3만9천원) 늘어난 14만3천원이었다.
이창용 한은총재는 8월말 국회에 출석해
“정부와 한은
모두 가계부채 비율이 100% 밑으로 떨어지도록 향후 몇년간 노력하겠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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