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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사면초가 경제, 어렵지만 금리인상 정공법 검토할 때다
조선일보 2023.10.05. 03:16
미국채 10년물 금리가 16년 만의 최고치인 연 4.8% 선을 돌파하는 등
미국발 고금리 시대가 길어질 것이란 전망이 확산되자 원화가치와 주가가 급락했다.
원·달러 환율이 4일 하루 동안 14원이나 올라 1363원대로 급등했다.
달러당 1445원까지 치솟았던 작년 9월의 악몽이 재현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코스피 지수는 2.4% 하락해 6개월 만의 최저로 내려갔다.
한미간 금리격차가 2.0%포인트로 벌어지면서
외국인 투자자들이 원화와 한국주식을 팔아 치우는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금융불안을 가라앉히려면 미국과의 금리격차를 줄여야 하지만 한국은행은 8개월째 기준금리를 동결시켜 왔다.
금리를 올리면 경기침체에 더욱 찬물을 끼얹고 가계·기업의 부채상환 부담을 가중시킬 것이란 우려 때문이다.
그러나 금리동결 기조는 외환보유액을 갉아먹는 등 경제 곳곳에 부작용을 가중시키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 외환보유액에서 458억$를 꺼내 환율방어에 사용한 데 이어
올해도 6월 말까지 80억$의 외환을 내다 팔았다.
올 상반기 경상수지 흑자액 24억$를 훨씬 웃도는 규모다.
금리 억누르기의 또 다른 부작용은 부채에 대한 경각심을 이완시킨다는 것이다.
가계와 기업이 빚 무서운 줄 모르면 여러 악영향을 만든다.
한은이 기준금리를 0.5%에서 3.25%로 올렸던 작년엔
개인들이 허리띠를 졸라매면서 가계부채가 사상 처음으로 7조8천억원 줄었다.
하지만 올 들어 금리가 계속 동결되자
청년세대를 중심으로 ‘영끌 빚투’가 다시 고개 들었고 가계부채도 10조원 이상 불어났다.
심각한 역설이다.
금리동결은 경쟁력을 상실한 한계기업들의 퇴출도 막고 있다.
대기업을 제외한 상장기업의 40%가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못 갚는 이른바 ‘좀비기업’인데도
금리 억누르기 덕에 연명하며 경제의 효율을 저하시키고 있다.
한미 금리격차를 방치하는 금리 억누르기가 계속되면 그에 따른 경제·사회적 비용도 점점 더 커질 것이다.
정부와 한국은행은 기존의 금리정책이 과연 적절한지 재검토하고
적정한 금리인상을 통해 비용을 최소화하는 대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가계와 기업은 고금리 장기화 가능성에 대비해 고통스럽겠지만 빚 줄이기에 나서야 한다.
국회와 정부는 기업활동을 촉진하는 각종 제도개혁을 추진해
새 일자리를 만들고, 국민소득을 늘려 고통의 시간이 단축되도록 도와야 한다.
경제가 어려우면 사방이 막혀 사면초가가 되는 경우가 많다.
그럴 때일수록 정공법으로 실타래를 풀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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