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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전문가칼럼
[조용헌 살롱] [1415] 굶어 죽는 것에 대하여
조용헌 건국대 석좌교수·문화컨텐츠학 2023.09.18. 03:00
‘속을 비우고 굶어 죽는 것이야말로 가장 고결한 죽음이요, 성스러운 죽음이다.’
몇년 전에 인도의 자이나교 전문가에게 들은 이야기이다.
처음 들었을 때는 약간 쇼킹했다.
‘산 입에 거미줄이야 치겠느냐’는 말로 생계 걱정을 하는 장삼이사(張三李四)들에게
굶어 죽는 것이야말로 가장 성스러운 죽음이라고 하니까 이건 보통 역발상이 아니다.
역발상이 사람을 자유롭게 한다.
한쪽에만 생각이 몰려 있던 사람에게 그 반대쪽도 역시 탈출구가 있다는 이야기는 통쾌하다.
‘굶어 죽는 것도 괜찮은 것이구나’라는 생각은 얼마나 자유를 주는가!
불교와 비슷한 시기에 인도의 성자 마하비라에 의해서 창시된 자이나교.
이 종교의 방법론은 금욕이 특징이다.
고행을 통해서 본래의 영혼을 되찾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고행의 대표적인 방법이 단식이다.
‘음식남녀(飮食男女)’가 인간의 근본적인 욕망이라고 한다면
남녀 관계에 대한 욕구보다 더 근원적인 욕구가 음식에 대한 욕구이다.
섹스를 안 한다고 죽는 것은 아니지만 먹지 않으면 죽는다는 사실에서 드러난다.
먹는 욕구를 부정하다니!
자이나교에서 하는 이야기는
인간은 먹기 위해서, 자기 배 속에 음식을 집어넣기 위해서 온갖 업(業, karma)을 쌓는다는 것이다.
사기 치고 뒤통수 때리고 배신하고 강탈하고.
이 모든 부도덕한 행위가 따지고 보면 먹자고 하는 짓이다.
인간 삶은 동물의 왕국이다.
따라서 음식을 안 먹고 속을 비워서 죽는다는 것은 이 모든 카르마로부터 벗어나는 수행이 되는 셈이다.
단식은 아주 심플하다.
그러나 고통은 대단하다. 나 같은 사람은 못 견딘다.
이 대목에서 향산(響山) 이만도(李晩燾, 1842~1910) 선생이 생각난다.
1910년 나라가 망하자 24일 단식 끝에 순절한 양반이다.
이 집안 후손들 이야기를 들어보면
‘어른은 죽겠다고 곡기를 끊고 저쪽 방에 누워 계시는데,
자식들은 옆방에서 살겠다고 밥 냄새 풍기면서 밥상 차리는게 여간 죄송하고 힘든 일이 아니었다’고 술회한다.
이만도는 저쪽 방에서 풍겨오는 밥 냄새를 맡으며
‘나도 이제 단식 그만하고 밥을 먹을까?’ 하는 생각도 했을 수 있다.
안동 일대에서 퇴계 후손들이 사는 동네가
하계(下溪), 상계(上溪), 계남(溪南), 원촌(遠村), 의인(宜仁)이다.
향산은 인물이 많이 배출된 하계 마을 출신이다.
원촌에서는 이육사 선생이 나왔다.
장돌뱅이의 전성시대가 된 오늘날이지만
퇴계 선생의 가르침을 배반하지 않고 끝까지 지킨 향산 같은 어른이 그립다.
댓글목록
최고관리자님의 댓글
최고관리자 아이피 115.♡.168.73 작성일
단식은 아무나 하는 게 아니다
그 아무나란 게
특별한 다이어트 또는 피부미용 등의 개인적 욕구/필요성에서 하거나
국가민족의 특별한 권익, 사회정의/자유/인권 등의 공공의 이득을 위해서
국가사회의 지도자급이 생명의 위험을 무럽 쓰고 고통을 감내하는 것이다
근데 모 야당 유명 인사의 단식은 공공의 이득이 아니고 자기의 이득을 위해
단식을 선택했다는 것이 희자되어 우리 사회의 문제로 부각되고 있다
그동안 여러 사건으로 검찰의 심문과 구속을 피해오다 최후의 선택이 단식이라는
세간의 비웃음이 만연하고 있다, 단식을 시작할 그리고 끝낼 명분이 없다는 것이다
단식을 할 땐, 죽 -> 미음 -> 단식(최대 9일) -> 회복식(단식 일 수의 2배)의 절차가 필요하고
단식 중에도 전해질의 혈액 순환유통을 위해 소금물과 종합비타민은 마시고 복용한다
단식을 하면 몸에서 필요 없는 염증/종기부터 태우고 나중에는 장기를 최후에는 근육을 태운다
대부분의 장기는 일단 손상되면 회복불가이므로 단식 중단의 시기 선택이 매우 중요하다
건강 단식을 할 경우에는 보통 4일 최대 5일이며 시작의 준비식과 마침의 회복식이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