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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관리자23-09-08 03:50 View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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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ader & Reader 시진핑 탐구

왜 한국을 중국 일부라 했나…이제야 드러났다, 시진핑 속내

중앙일보 중국연구소장 · 차이나랩 대표 유상철 2023.08.30


제3부: 시진핑의 중국 어디로 가나

제5장: 시진핑은 왜 한국을 중국의 일부라 말했을까?

“한국이 역사적으로 중국의 일부였다”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말이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에 의해 알려져 한국에 큰 충격을 줬다. 

사진은 시진핑 주석이 2017년4월 미 플로리다주 마라라고 리조트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회담하는 모습. /사진 신화망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중국과 한국의 역사에 대해 이야기했다. 

북한이 아니라 한국을 이야기했다. 

몇천년의 역사와 많은 전쟁을 말하는 것이다. 

한국은 역사적으로 중국의 일부였다고 했다. 

10분 정도 듣다 보니 이건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을 느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 대통령이 밝힌 2017년4월6~7일 미 플로리다 마라라고에서 있었던 

시진핑과의 대화 일부 내용이다.


시진핑의 발언이 너무 어이가 없어서였을까, 

아니면 당시 한국이 사상 초유의 대통령 탄핵이라는 혼란에 처해 있었던 탓일까, 

시진핑의 말에 한국에선 이렇다 할 반응이 나오지 않았다. 

한국 외교부가 

“한국이 중국의 일부가 아니라는 점은 국제사회가 인정한 역사적 사실”이라는 지극히 평범한 논평을 냈을 뿐이다. 

루캉(陸慷) 중국 외교부 대변인도 “한국 국민이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애매한 말로 넘어갔다.


시진핑 역사관은 중국 역사관을 지배한다

한데 시간이 지날수록 “한국이 역사적으로 중국의 일부였다”는 시진핑의 말이 상기되는 게 작금의 현실이다. 

아무 의심 없이 당연히 한국의 것으로 여겨지던 김치와 한복 등에 대해서도 

중국이 종주권을 주장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의 철없는 네티즌이 벌이는 행동이 아니다. 

UN주재 중국대사가 김치를 담근 뒤 엄지를 척 치켜세우는 포즈를 취한 게 바로 이태 전의 일이다.


“한국이 중국의 일부였다”는 시진핑의 말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나. 

중국에서 지도자 임기 제한을 없애고 ‘유일한 존엄’이 된 시진핑의 역사관은 중국의 역사관을 지배한다.

시진핑이 어떤 역사관을 갖느냐가 한·중 관계에 미치는 영향은 절대적일 것이다. 

한국이 역사적으로 중국의 일부였다는 시진핑의 발언이 비록 6년 전의 일이긴 해도 

이제 다시 곱씹어보지 않을 수 없는 이유다.


2021년1월 당시 장쥔 UN주재 중국대사는 

김치 담그는 모습을 중국 정부의 공식 계정이기도 한 자신의 트위터에 올려 

중국이 김치 종주권을 주장하는 게 아니냐는 의심을 받았다. /사진 트위터


시진핑은 기자조선이나 위만조선 또는 한사군(漢四郡) 설치 등을 염두에 두고 

한국을 중국의 일부라고 하지는 않았을 것 같다. 

북한이 아닌 한국의 이야기라고 트럼프가 분명히 밝히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중국과 조공책봉(朝貢冊封)의 관계를 가진 주변 국가들을 

중국의 일부라고 인식하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추론을 해볼 수 있겠다.


조공체제 대신 종번체제 부상

손성욱 선문대 역사영상콘텐츠학부 교수에 따르면 

전근대 동아시아의 국제질서를 설명하기 위해 

20세기 중반 미국의 존 페어뱅크는 ‘중국적 세계질서’로 ‘조공체제’를 제시했다. 

조공체제는 상하위계가 존재하는 비대칭적 관계다. 

이를 통해 주변국은 중국을 상국으로 인정하며 

군사적 안전보장과 경제적 이익 및 선진문물을 얻을 수 있는 기회를 가졌다.


반면 중국은 패권국가로서의 권위를 인정받으면서 변방의 안전을 평화적으로 도모할 수 있었다. 

서양의 근대 조약체제와는 다른 독특한 국제질서가 형성된 것이다. 

그러나 최근 10년 중국학계에선 조공체제 대신 종번(宗藩)체제란 용어를 쓰자는 움직임이 점차 힘을 얻고 있다. 

대표적인 학자로 쑹녠선 칭화대학 교수와 왕위안충 미 델라웨어대학 교수를 들 수 있다.


청나라 때 조공국 사신들이 입조하는 모습을 그린 만국래조도(萬國來朝圖). /사진 베이징고궁박물관


쑹녠선에 따르면 

‘조공’은 로마제국의 부(富)의 교환을 뜻하는 용어에서 파생된 것이기 때문에 

조공을 통해 중국의 대외관계를 설명할 경우 오해를 일으킬 수 있다고 한다. 

그런가 하면 페어뱅크는 

‘조공체제’를 서구의 ‘조약체제’와 대비해 극복해야 할 전통적 시스템으로 봤기 때문에 

중국 중심의 국제질서가 갖는 다양한 모습을 단순화시켰다는 비판을 받는다.


왕위안충은 그래서 역사성을 지닌 종번체제로 조선과 청나라의 관계를 볼 것을 주장한다. 

서주(西周) 시대부터 시작된 종번관계는 

본래 종(宗)은 천자(天子)를, 번(藩)은 번봉(藩封)을 받은 혈연관계의 황실 구성원을 뜻했다. 

그리고 이를 아우르는 세계가 천하(天下)였다. 

이처럼 국내질서에서 발전한 종번은 이후 황제와 중원 왕조에 조공하는 국가간의 군신관계로 확대됐다는 것이다


시진핑 장기집권과 국정교과서 회귀 움직임

왕위안충의 설명대로라면 중화제국의 대외관계 근간은 종번이 된다. 

그리고 그 규범은 서주 시대 혈연관계에서 비롯된 것으로 가부장적 성격을 띤다. 

가부장성을 지닌 종번관계는 혈연에 기초하기에 

중국이 주변에 행한 강압적 혹은 무력적 행위에 대해 정당성을 부여해줄 가능성이 있다. 

이게 단순 기우만은 아니다. 

시진핑의 강력한 드라이브에 힘입어 개정된 역사교과서에 종번관계 용어가 등장하는 것이다.


시진핑의 역사관을 엿볼 수 있는 게 시진핑 시기 들어 벌어진 중국의 역사교과서 개편이다. 

김종학 국립외교원 외교사연구센터 교수에 따르면 

중국의 교과서 제도는 

1951년부터 87년까지는 인민교육출판사가 집필과 출판을 전담하는 통편제(統編制·국정제)를 시행했으나

이후 개혁개방과 함께 편찬과 심사가 분리된 심정제(審定制·검정제)로 바뀐다. 

21세기 들어 세계시민을 육성한다는 취지에서 이 같은 흐름은 더욱 강화됐다.


중국 고등학교 국정 역사교과서인 『중외역사강요』 상권21p에 수록된 서한(西漢) 시대 지도. 

한반도의 절반 가량이 중국의 영역으로 표시돼 있다. /중앙포토


한데 시진핑 체제의 개막과 함께 국정제로의 회귀 움직임이 벌어진다. 

시진핑 집권1기의 중공중앙위원회가 교재편찬을 국가의 권한으로 규정하고 국가교재위원회를 설치한 뒤 

초·중·고에서 ‘역사’와 ‘어문’, ‘도덕과 법치’(고등학교는 ‘사상정치’) 등 

3개 과목의 국정교재 사용을 결정한 것이다. 

이에 따라 초·중은 

2017년부터, 고교는 2019년부터 위의 세 과목에 대해선 국정교과서를 사용하기 시작하게 됐다.


말과 역사, 사상을 다잡는 교과서의 국정제로의 회귀는 시진핑의 장기집권 포석과 궤를 같이한다는 평가를 받는다. 

역사교과서인 『중외역사강요(中外歷史綱要)』는 

중국사를 다룬 상권(2019년8월 발간)과 세계사를 서술한 하권(2020년2월 발간) 등 두 개의 책으로 구성되는데 

주 편집자인 장하이펑은 새롭게 나온 국정 역사교과서의 성격에 대해 다음과 같이 밝히고 있다.


북한이 중국 영역으로 표시되는 중국사 강역도

“국가의 의지와 사회주의 핵심 가치를 기초교육 단계에서 체현한 것으로…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과 중국몽의 실현 등 시진핑의 역사이념을 직접적으로 반영”해 

역사교과서를 만들었다는 것이다. 

이는 지식 중심의 역사교육 대신 역사해석의 다양성과 학생 주도의 탐구학습, 

그리고 글로벌 지식사회에 적합한 세계시민 육성을 지향했던 과거 교육과정과 크게 대비된다는 게 

김종학 교수의 분석이다.


교과서 내용은 어떨까. 

다른 건 차치하고 우리와 관련된 걸 보면 우려되는 부분이 하나둘이 아니다. 

중국사를 서술한 상권의 경우 

서한(西漢) 시대부터 원(元)나라 말기까지 수록된 강역도(疆域圖) 12장 가운데 9장에서 

북한 지역의 일부 또는 전부를 중국의 영역으로 표시했다. 

발해의 경우엔 말갈족이 세운 국가로, 중국사의 일부로 서술하고 있다. 

한·중 역사 갈등을 초래할 소지가 다분한 것이다.


청나라 시기 중국에 조공한 동아시아 국가를 표시한 지도. /사진 바이두 


조선과의 관계는 종번(宗藩)관계라는 말로 설명한다. 

“경제문화 발전 정도의 차이로 인해 

명·청(明·淸) 시기 중국과 주변의 일부 국가들 간에 종번관계라는 일종의 국가관계 체계가 형성됐다. 

일부 주변 국가는 명·청의 조정에 공물을 바치며 신하를 칭했고(納貢稱臣), 

명·청의 황제로부터 책봉을 받으며 명·청 황제의 연호(年號)를 사용했다. 

종주국(宗主國)은 번속국(藩屬國)의 내정에 간섭하지 않았다”고 말한다.


이어 “이러한 관계는 무력을 통해 형성된 게 아니다. 

조선과 유구(琉球, 오키나와), 베트남, 미얀마 등의 나라는 모두 중국과 이러한 관계를 맺었다. 

1879년 일본이 유구를 합병한 것을 시작으로 이러한 종번관계는 점차 해체됐다”고 기술하고 있다. 

손성욱 교수는 

중국이 주변국과의 전통관계를 가부장적인 대국과 소국의 위계성으로 이해해 

현실문제에 투영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한다.


7세기 이전 한국고대사는 중화제국에 묻혀 사라져

세계사를 다룬 하권에선 한국이 어떻게 언급되고 있나. 

이정일 동북아역사재단 연구위원에 따르면 

고구려를 포함해 고대 한국의 수많은 국가와 세력의 흥망성쇠를 담고 있는 7세기 이전 한국고대사는 

중화제국 속에 묻혀 보이지 않는다. 

7세기말 신라와 10세기초 고려가 중국의 중앙집권제를 모방해 통일국가를 수립했고, 

14세기말 조선이 건국된 뒤 16세기 임진왜란이 발발해 명이 구원했다는 게 주요 내용이다.


마치 한국의 역사가 신라통일 이후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처럼 서술되고 있다. 

한국 고대사 패싱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는 지난해 중국국가박물관이 

한국국립중앙박물관이 제공한 ‘한국사 연표’ 중 일부 내용을 왜 마음대로 삭제했는지를 알려준다. 

중국국가박물관은 지난해 7월 한·중수교 30주년과 중·일관계 정상화 50주년을 기념해 

베이징에서 ‘동방길금(東方吉金), 한·중·일 고대청동기유물전’ 행사를 열었다.


2022년9월 중국국가박물관에 전시된 한국 고대역사 연표. 발해와 고구려 부분이 빠져 있다./신경진 기자


당시 한국국립중앙박물관은 유물과 함께 

‘기원전 2333년 고조선 건국, 기원전 37년 고구려 건국, 698년 발해 건국’으로 표기한 한국사 연표를 제공했다. 

한데 중국국가박물관은 고조선 존속 기간을 ‘?~108 B.C.’로 고치고 고구려와 발해는 연표에서 아예 뺐다. 

중국은 단군신화를 인정하지 않는다. 

그래서 고조선의 시작을 물음표(?)로 처리한 뒤 

고조선이 한무제(漢武帝)에 의해 멸망한 해인 기원전 108년을 적은 것이다.


김현숙 동북아역사재단 수석연구위원에 따르면 중국이 말하는 고조선은 기자조선과 위만조선이다. 

고구려나 발해는 중국이 자국의 지방정권으로 보기에 한국사 연표에서 삭제한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사실이 그해 9월 신경진 중앙일보 베이징 특파원의 보도로 알려져 

한국 측에서 강력히 항의하자 중국은 연표를 아예 철거하는 것으로 사태를 마무리 지었다. 

시진핑 집권 이후 나온 역사교과서에서 한국의 고대역사는 사라진 것이다.


한국역사는 “중국 모방의 역사”로 설명

중국학생들은 한국의 역사를 통일신라 이후부터 배우게 되는 것이다. 

그것도 신라와 고려가 중국의 제도와 문물을 전면적으로 수용했다고 기술해 

한국의 역사를 중국 모방의 역사로 설명하는 방식이다. 

어디 그뿐인가. 

근현대 한·중 관계에서 가장 가깝고 실제로 깊은 영향을 미친 조선에 대해서도 

임진왜란 때 명이 조선을 도와 나라를 구했다는 내용을 제외하곤 극히 소략적인 기술밖에 없다.


이정일 연구위원은 이에 대해 

중국 모방이 한국에서 장구한 시간에 걸쳐 이뤄졌고 

이러한 모방의 유구성을 빌미로 조선의 역사는 달리 기술할 게 없을 정도로 

중국 모방의 역사라는 걸 강조하려는 의도가 중국 역사교과서에 숨겨져 있다고 본다. 

고대 동북아 문명을 중국만이 꽃 피운 것으로 전제하고 있기 때문에 

한국이나 일본·몽골 등 같은 지역 속 다른 역사 주체들의 기여에 대해선 아무런 언급이 없다.


중국 고등학교 국정역사교과서 『중외역사강요』 하권 27p에 소개된 한국역사 부분. 

“4세기 중국의 동북 민족정권인 고구려가 평양으로 천도해 백제와 신라를 이웃나라로 삼았다” 

“신라는 중국을 모방해 중앙집권국가를 세웠다” 등 

한국 고대사를 왜곡하거나 중국 모방을 강조하는 기술이 보인다. /중앙포토


장하이펑에 따르면 

새 역사교과서의 집필 방침은 2013년12월 마오쩌둥(毛澤東) 탄생 120주년 좌담회에서 시진핑이 한 발언에 있다. 

“중화민족의 5천여년 문명사, 중국인민의 근대 이래 170여년의 투쟁사, 

중공의 최근 1000년의 분투사, 중화인민공화국의 70년 발전사는 모두 인민이 쓴 역사다. 

역사는 언제나 미래를 향해 발전한다.” 

그리고 필진은 개인의 학문적 관점이 아닌 ‘학문적 권위’에 근거해 구성했다.


시각이 다르면 서술은 달라진다

여기에서 ‘학문적 권위’란 

‘마오쩌둥 사상과 덩샤오핑(鄧小平) 이론, 장쩌민(江澤民)의 3개 대표 중요사상, 

후진타오(胡錦濤)의 과학발전관, 시진핑 신시대중국특색사회주의 사상’에 얼마나 투철한가를 따지는 것으로 

새 역사교과서가 결국엔 중공, 특히 현재 지도자인 시진핑의 입장과 필요에 따라 쓰였다는 걸 알 수 있다. 

시각이 다르면 서술이 달라진다고 한다.


중국의 국력이 급격히 신장하며 중국의 눈높이와 시각이 달라지고 있다. 

그 결과 “한국은 역사적으로 중국의 일부였다”와 같은 지극히 非역사적인 발언이 나오기에 이르렀다. 

이에 국내 일각에선 

현재 중화인민공화국의 일부가 

오히려 한국의 일부였던 기간이 만주와 주변부가 중국의 일부였던 역사적 시기보다 길다는 반론을 제기하기도 한다. 

한·중 역사전쟁은 그리 쉬이 끝날 것 같지 않은 모양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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