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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장병들을 인력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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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관리자23-08-29 16:15 View5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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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인은 국가의 소유물이 아니다

한국일보 김진욱 기자 • 11시간


지난 4일 전북 부안군 세계스카우트잼버리 델타구역에서 군장병들이 천막을 설치하고 있다. /부안=뉴스1


36.5℃는 한국일보 중견 기자들이 너무 뜨겁지도 너무 차갑지도 않게, 

사람의 온기로 써 내려가는 세상 이야기입니다.


전북 새만금에서 열린 제25회 세계스카우트 잼버리가 파행으로 치닫던 8월 초순, 

재미있는 링크 하나가 던져졌다. 

직장인들이 서로 자신의 회사를 밝히고 의견을 표출하는 한 커뮤니티에서 

“(잼버리) 주무부처를 국방부로 했어야지”라는 주제의 글이 올라온 것이다.


본문에는 “4만5천명이면 군단급인데 

군단참모들 ‘고인물 경력자’ 집단 놔두고 경험 없던 여성가족부, 전북 공무원으로 되겠느냐. 

진급 앞둔 소령, 중령, 대령 시키면 영혼 갈아서 무조건 성공시켰다”는 내용이 담겼다. 

댓글에는 이른바 ‘현직’들이 나타났다. 

한 ‘직업군인’은 “인건비 10억이면 가능. 초과근무수당 좀 챙겨주면 목숨 걸고 한다”고, 

한 ‘국방부’ 근무자는 “배우신 분”이라고, 

다른 ‘국방부’ 근무자는 “잼버리 핑계로 구형물자 싹 털고 신형물자 4만5천개? 가슴이 웅장해진다”고 썼다.


출입처가 국방부인지라 웃으면서 글을 읽다가 금세 서글퍼졌다. 

직장을 ‘직업군인’ ‘국방부’라고 밝힌 사람들마저 저렇게 생각하는구나 해서다. 

국가가, 지방자치단체가, 혹은 다른 집단이 해야 하지만 

제대로 하지 못한 일을 처리하는 곳이 군인이라고 저들조차 생각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생각의 원인은 현실에 있다. 

군은 지난 2021년 연인원 111만1,888명의 장병을 대민지원에 투입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영향이 있었겠지만 

장병 한사람이 두차례 정도 대민지원에 동원된 셈이다. 

집중호우·태풍·폭설 등 자연재해는 물론 농번기 일손돕기까지 분야도 다양하다. 


결과는 가슴 아프다. 

지난 7월 경북 예천에서는 호우 실종자 수색 작전에 투입됐던 해병대 상병이 순직했다.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 39조는  

재난발생 시 동원가능한 장비와 인력 등이 부족한 경우 

정부나 지자체장이 국방부장관에게 군부대 지원요청을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국방부 내부규정인 국방 재난관리 훈령이 대민지원사업 선정기준을 두고 있지만 

‘기타 공익증진에 기여할 수 있는 사업’ 등 추상적이어서 

사실상 다양한 작업에 병사들을 동원할 수 있다. 

‘해야만 한다’가 아닌 ‘할 수 있다’는 임의규정이, 명확한 목적 없는 내부규정이 

군장병을 국가의 소유물처럼 사용하게 하는 것이다.


관행적 대민지원이 계속되면 호의를 권리로 보기도 한다. 

지난 2009년 서울 잠실에 초고층 건물이 허가될 당시 

경기 성남시 서울공항 활주로 각도 변경이 대표적이다. 

당시 건축주 측은 새 활주로 건설비용을 공군에 떠넘기려 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현역병을 쓰면 사실상 공짜이니 인건비가 절약되지 않겠느냐”는 이유다.


군은 타국에 대한 물리적 폭력수단을 합법적으로 독점하고 있는 최상위 권한을 가진다. 

외국의 침략행위로부터 국가의 독립을 유지하고 영토를 보전하기 위한 국방의 의무가 

군인을 노동력으로 용도변경해 사용하는 ‘강제징용’이 되어서는 안 된다.


국방부와 합동참모본부가 함께 사용하고 있는 서울 용산 청사 앞 연병장에는 

‘Fight Tonight! 완벽한 군사대비태세 유지’라는 입간판이 서 있다. 

군의 본분을 함축하는 표어다. 

이 앞을 지나 매일 출퇴근하는 군수뇌부는 이 의미를 얼마나 인식하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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