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지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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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특파원 칼럼
[특파원 리포트] "사람 살려!"를 일본어로 외치는 법
조선일보 김수혜 도쿄 특파원 2016.10.04. 03:08
[일본은 어떤 나라?]
지진 났을 때 사람과 물건이 얼마나 흔들렸는지 나타내는 척도가 '진도(震度)'다.
예민한 사람 아니면 못 느끼는 게 진도1,
여럿이 느끼면 진도2,
대다수가 느끼면 진도3이다.
진도4에 전등이 요동치고,
진도5에 가구 일부가 엎어지며 공포의 농도가 확 올라간다.
올해 4월 구마모토현에 출장 가서 체험한 게 이 5단계였다.
그때 구마모토에서는
첫 72시간 동안에만 진도7 지진이 두번, 진도6이 다섯번, 진도5가 일곱번, 그 이하 지진이 250번 났다.
진도 6~7 지진이 지나간 뒤 도착한 게 그나마 다행인데,
지진 모르고 자란 한국인에겐 진도5도 끔찍했다.
16분에 한번꼴로 땅이 미쳐 날뛴다고나 할까.
설핏 잠들어도 뇌(腦)에 줄곧 '공포심 스위치'가 켜져 있는 느낌이었다.
낮 동안 문자 그대로 박살 난 집을 수없이 본 탓이 컸다.
다리가 끊기고 산이 무너진 것도 영화 말고는 처음 봤다.
숙소 500m 앞에 자위대 차량이 서 있지만,
낮에 본 것 같은 일이 다시 한번 벌어지면 자위대 찾기 전에 내가 알아서 뛰어야 살 것 같았다.
나 자신이 '살아남는 요령'이라곤 아무것도 모른다는 걸 그때 알았다.
계단이 더 위험한지 승강기가 더 위험한지 아리송했다.
일본 방재정책이 바로 여기서 출발한다.
300쪽짜리 '2016년 방재백서' 제1장제1절이 '정부만 믿지 말라'는 내용이다.
일본정부는 "저희가 지켜 드리겠다"고 하지 않는다.
자기 목숨 자기가 구하는 자조(自助) 능력이 가장 중요하고, 이웃끼리 서로 돕는 공조(共助)가 그다음이다.
정부와 지자체는 그럴 수 있게 돕는 공조역할을 한다.
실제로 1995년 한신(오사카와 고베 사이의 지방) 대지진 때 남의 도움으로 목숨을 건진 사람 중
소방관·경찰·자위대가 구조한 사람은 23%뿐이고(3만5천명 중 8천명), 나머지는 이웃이 구해줬다.
건물·가구에 깔려 죽을 뻔한 사람도 절대다수(95%)가
자기 힘으로 기어 나오거나(35%), 가족(32%)과 이웃(28%) 덕에 살았다.
이런 철학이 응축된 게 지진 매뉴얼이다.
일본 정부와 지자체는 어느 지역에 어떤 재난이 닥칠지 과학적으로 '최악'의 시나리오를 짠다.
단층이 어딘지, 원전이 얼마나 먼지, 주택가 지반이 단단한지 무른지,
쓰나미(지진해일)가 어느 동네에 어떤 속도로 밀려올지 전부 고려해, 살아남는 요령을 쉬운 말로 일러준다.
1980년대부터 일본사회를 지켜본 양인집 진로 사장이
"이거 한번 보라"며 내민 외국인용 도쿄도 미나토구 매뉴얼도 그랬다.
손바닥만 하게 착착 접는 한장짜리 종이에 간단한 행동수칙과 '생존 일본어'가 실려 있었다.
급할 때 일본말 못해도 일본사람 바짓가랑이 붙들 수 있도록,
우리말 '사람 살려!' 옆에, 같은 뜻 '다스케테!'를 히라가나(たすけて)와 알파벳(tasukete)으로 적어놓는 식이었다.
이런 매뉴얼을 만드는 게 일본정부의 내공이라면,
그걸 숙지해 자신과 이웃을 다 같이 구하는 건 일본국민의 내공이다.
5년 전 동일본 대지진 때, 양 사장 옆집에 사는 일본인 주부가 헬멧을 쓴 채 뛰어와
"외국인이죠? 단수에 대비해 욕조에 물부터 받으시고요…" 하고 일러준 일이 있다.
그는 그때 일본이라는 나라의 힘을 생각했다.
댓글목록
최고관리자님의 댓글
최고관리자 아이피 115.♡.168.73 작성일
たいへんだ [大変だ - 다이헨다] 힘들다, 큰일났다, 굉장하다, 비상이다
助[たす]けて!, 助[たす]けてください, 타스켓데 - 살려줘, 사람 살려!
영어로는 "Help Me!"
하와이 마우이섬 화재 피해자들이 방송 인터뷰에서
"쉴 곳도 없다, 잘 곳도 없다, 먹을 것도 없다"고 뉴스에 나온다
직설적인 표현으로 "쉴 곳도 잘 곳도 먹을 것도 필요하다"고 표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