쏘련의 핵 폐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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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상에 투기된 소련 잠수함과 원자로의 운명은?
[밀리터리 과학상식] 러시아 정부 인양 결정...예산과 시간이 관건
사이언스타임즈 이동훈 과학 칼럼니스트 2021.01.27 07:22
지난 1981년 카라해에 자침처분된 소련 원자력 잠수함 K-27(사진은 동급함). ⓒ Public Domain
지난 1993년
구소련이 1960년대부터 30여년간 동해에 핵폐기물을 무단 투기했다는 사실이 밝혀져 충격을 준 적이 있다.
이러한 행태는 다른 곳에서도 이루어졌다.
북극해의 일부인 카라해에도 구소련은 대량의 핵폐기물을 투기했다.
여기에는 원자로 14대, 심지어 원자력 잠수함까지 통째로 버려져 있다.
버려진 원자로와 잠수함의 위험성이 최근 다시 부각되고 있다.
바로 방사능 유출 문제이다.
이들이 해수에 의해 부식되어 내장된 핵연료가 누출될 경우,
방사능 오염으로 인해 카라해의 어장이 황폐화되는 것은 물론
해당 해역의 석유시추사업과 해운사업까지도 지장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이를 ‘잃어버린 핵 시한폭탄’에 비교하기도 한다.
경제난에 시달리던 소련, 해상에 핵폐기물 무단 투기
20세기 후반, 미국과 냉전을 벌이던 소련은 모자라는 해군력을 잠수함 전력증강으로 만회하려 했다.
잠수함은 항공모함에 비해서는 그래도 건조가 수월한 데다가,
명실공히 핵탄도미사일을 탑재한 수중의 전략기지였기 때문이다.
소련의 첫 원자력 잠수함은 1958년 항해한 노벰버급 공격원자력잠수함인 K-3이었다.
이후 소련 붕괴 이후인 1990년대 중반 러시아가 보유한 원자력 잠수함의 숫자는 무려 245척,
그중 180척이 원자로를 2대씩 보유하고 있었다.
이들 중 대부분이 카라해 근처의 북방함대, 동해인근의 태평양 함대에 배치되어 있었다.
그러나 원자력잠수함의 실질적 운용수명은 대개 20~30년 정도다.
건조된 지 그 정도 시간이 지나면 선체 자체도 노후화되지만,
대잠수함 탐지기술의 발전으로 인해 실전에서의 성능을 보장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소련제 원자력잠수함도 이러한 운명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소련 붕괴 직전인 1980년대 후반이 되면,
제1세대 소련제 원자력잠수함들이 수명한계에 봉착, 퇴역이 진행되기 시작했다.
원자력잠수함을 안전하게 해체하는 절차는 상상 외로 까다롭다.
우선 원자로의 노심에서 연료봉을 제거해야 한다.
그다음 제거한 연료봉을 강철제 특제 안전용기에 담고,
역시 안전설비가 갖추어진 전용 수송수단에 실어서 고준위 방사능폐기물 처리장까지 가져가야 한다.
연료봉이 제거된 원자로는 만일의 경우를 대비해 자체 부력을 갖출 수 있게끔 원자로 구획 째로 밀봉된 다음,
바지선에 실려 역시 고준위 방사능폐기물 처리장으로 운반된다.
선체의 해체 및 유용한 구성품의 회수는 연료봉이 제거된 다음에야 할 수 있다.
핵 병기체계의 해체 역시 핵탄두부터 제대로 제거해야 진행될 수 있음은 물론이다.
하지만 앞서도 비쳤듯이
경제난에 시달리던 말기의 소련과 그 뒤를 이은 러시아는
이들 퇴역 원자력잠수함들을 안전하게 해체할 여력이 없었다.
때문에 소련/러시아 해군 북방함대는
퇴역 잠수함에서 나온 원자로 최소 14대를 카라해에 그냥 투기해 버렸다.
이 중에는 연료봉이 제거되지 않은 것도 있었다.
북방함대는 그 외에도 핵폐기물이 든 용기 1만7천개, 핵폐기물을 채워 넣은 폐선 19척,
방사능에 오염된 기계류 735대, 액체상태의 저준위 방사능폐기물을 카라해에 투기했다고 한다.
이곳에 투기된 핵폐기물의 방사능 총량은 히로시마 원폭의 6.5배에 달할 정도다.
러시아 정부, 잠수함과 원자로 인양 계획 밝혀
심지어 앞서도 말했듯이 원자력잠수함을 통째로 버린 사례도 있다.
노벰버급 원자력 잠수함 K-27이 그 주인공이다.
이 배는 1968년 항해 중 방사능 누출과 부분 노심용융 사고를 일으켰다.
이 사고로 9명이 사망하고 83명이 부상을 입었다.
소련 당국은 다년간의 조사 끝에 K-27의 재생이 불가능하다고 판정,
1981년 카라해로 끌고 나가 자침 처분시켰다.
역시 연료봉과 원자로는 제거되지 않은 상태였다.
전문가들은 최소 3천m 이하의 수심에 가라앉혀야 안전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 배가 가라앉은 곳의 수심은 고작 50m였다.
그리고 2012년 노르웨이와 러시아의 합동조사단은 잔해를 조사한 후 약간의 부식이 일어났다고 밝혔다.
해군전문가들에 따르면
잔해가 멀쩡한 상태를 유지하는 것은 고작해야 2032년까지이며,
그 이후에는 방사능누출을 막기 어렵다고 한다.
또한 바렌츠해에도 노벰버급 공격원잠 K-159가 가라앉아 있다.
K-159는 1989년 퇴역 후 방치되다가 2003년 다른 장소로 예인 중 폭풍을 만나 침몰했다.
역시 연료봉과 원자로가 들어 있는 채였다.
K-159가 가라앉은 곳의 수심 역시 250m에 불과하다.
러시아 정부는 K-27과 K-159, 그리고 원자로 4대를 인양할 계획임을 밝혔다.
가장 먼저 인양할 대상은 가장 방사능 누출 위험성이 높은 K-159다.
이들의 인양작업에는 약 3억3천만$의 예산과 특수 인양선이 필요하다.
그러나 이 인양선은 아직 설계되지도 않았다.
인양선의 설계는 올해 시작될 예정이며 2026년에나 완공될 예정이다.
카라해가 제2의 체르노빌이 되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관련 당사자들의 비상한 관심과 노력이 필요하다.
댓글목록
최고관리자님의 댓글
최고관리자 아이피 115.♡.168.73 작성일
2019년7월1일에 발표한 World Nuclear Industry Status Report 2019에 따르면
현재 미국은 97대, 프랑스 58대, 중국 47대, 러시아 36대, 한국 23대, 인도 21대,
캐나다 18대, 영국 15대, 우크라이나 15대, 일본 9대의 원자로 339대를 운영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