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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로시마 원폭 코앞서도 1천명 안전, 核대피시설이 중요한 이유
[유용원의 군사세계] 核민방위 왜 필요하고 중요한가
유용원 군사전문기자 2023.08.10. 10:30
1945년8월6일 히로시마에 사상 처음으로 원자폭탄이 떨어졌을 때
히로시마 전체 인구의 약 30%, 7만여명이 즉사하고 7만여명이 부상했다.
일본 외무성 자료에 따르면 피폭 반경 500m 이내에서 사망자 1만9239명과 중상자 478명이 발생했다.
반경 500~1천m에서는 4만2271명이 숨지고 3046명이 중상을 당했다.
하지만 생존자도 있었다.
반경 500m 이내에서 924명은 안전했고 338명은 경상이었다.
반경 500~1천m에서는 4434명이 안전했고 1919명은 경상을 입어 살아남았다.
히로시마는 목조건물이 많아 원자폭탄의 강력한 폭풍과 열에 매우 취약했지만 생존자도 적지 않았던 것이다.
이는 핵무기 폭발 시 엄청난 인명피해가 생기지만,
적시(適時)에 지하시설 등으로 대피하면 안전하거나 피해를 줄일 수 있음을 보여준다.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이 급속히 고도화함에 따라 기존 한국형 3축체계와 확장억제로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핵방호 시설 등 핵민방위에 적극적인 관심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늘고 있다.
‘아생연후살타(我生然後殺他)’라는 말처럼
유사시 북한의 기습 핵공격 때 우리가 살아남아야 킬 체인이든 대량응징 보복이든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북한은 지난 3월 ‘화산-31형’이라 부르는 전술핵탄두를 처음으로 공개했는데
직경이 40~50cm에 불과, 남한과 주일미군기지 등을 겨냥한 운반수단 7~8종에 모두 탑재할 수 있는 수준이다.
특히 핵무기 폭발 순간 강력한 전자기장을 순간적으로 내뿜어
전자장비를 파괴하거나 마비시키는 핵EMP(Electromagnetic Pulse)는
김정은이 최우선적으로 고려하고 있는 ‘가성비 갑’ 무기로 꼽힌다.
국방부 산하 연구기관인 국방연구원은 20kt짜리 핵무기 한발의 핵EMP로
북한을 제외한 한반도 전역의 전자장비를 담은 무기가 무력화될 수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핵EMP는 각종 무기뿐 아니라 휴대폰, 컴퓨터 등 우리 사회 인프라도 무너뜨릴 수 있다.
지난 7월 국회에서 열린 핵민방위 세미나에서 박재완(북극성안보연구소 핵안보연구센터장) 국민대 교수는
“(발사 전에 무력화하는) ‘발사의 왼편 전략’을 완벽하게 구사해 성공한다면 문제가 없지만
북한의 핵미사일이 발사된 후 요격에 성공하지 못하면 엄청난 피해를 초래할 수 있다”며
“이제 ‘발사의 오른편 전략’을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발사의 오른편 전략’이란
발사 이후 요격과 응징·보복 등을 포함하는 작전개념이다.
그는 “발사의 오른편 전략에서 가장 중요한 분야는
방호와 피해최소화, 복구를 위한 민관군통합 사후관리가 될 것”이라며
“이것을 제대로 구현하기 위한 것이 핵민방위이고 가장 기본이 되는 것이 민방위 대피시설”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지난 2017년 국방연구원이 분석한 결과
핵방호가 없는 경우에 비해 지하시설 대피만으로 인명피해를 50~70% 줄일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국민을 북한의 핵공격 때 보호하는 핵민방위 체제를 제대로 갖추려면
신속정확한 경보체제와 적정 수준의 대피시설,
그리고 북한의 핵공격을 상정한 실전적 민방위훈련 등이 필수적이라고 지적한다.
그러나 우리의 핵민방위 체제 현실은 이런 요건과는 거리가 멀다는 평가다.
북한의 핵공격을 상정한 민방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북의 핵공격 징후를 일찌감치 파악해 경보를 전파하는 것이다.
경보를 제대로 전파해야 국민들이 대피소로 이동하는 등 필요한 조치를 강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북한과 근접해 북미사일이 불과 3~5분 안에 수도권에 낙하할 수 있기 때문에
신속하고 정확한 경보전달이 중요하다.
하지만 지난해 11월 북한 미사일이
처음으로 동해 NLL을 넘어와 울릉도 방향으로 비행함에 따라 울릉도 지역에 공습경보가 발령됐을 때나,
지난 5월 북 정찰위성이 서해상으로 발사됐을 때
서울 경계경보 발령과정에서 드러난 행정안전부와 서울시의 혼선은 우리 경보체제의 한계를 잘 보여주고 있다.
박휘락 군사문제연구원 객원연구위원은
“행안부 중앙민방위경보센터와 군중앙방공통제소를 자동연계하는 등
신속정확하게 전파할 수 있는 경보체제를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피시설도 문제다.
전국에 1만7천곳 이상이 갖춰져 있다고 하지만
어디에 있는지조차 모르는 사람이 많고 기능을 제대로 할 수 없는 게 부지기수다.
박계호 단국대 초빙교수는
“핵폭발 시 ‘7-10법칙’에 따라 7시간마다 10분의 1씩 방사선이 감소하면서 2주 뒤에는 무시할 정도가 된다”며
“따라서 대피시설에 2주간 생존에 필요한 식품류 등을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실전적 민방위훈련도 아직 미흡한 점이 많은 요소로 거론된다.
지난 5월 6년 만에 전국민대상 민방공훈련을 했다고 하지만
관공서와 학교 위주로 실시해 실질적 효과는 미지수였다.
반면 미국 하와이에서는
북한의 화성-15형 ICBM 발사 직후인 2017년12월에 주민대피 훈련을 한 적이 있다.
일본은 2018년1월 도쿄에서 2차세계대전 이후 처음으로 민방위훈련을 실시했으며,
지난해 10월 북 탄도미사일이 본토 상공을 통과했을 때엔 경보를 발령하고
철도와 지하철 운행을 중단하는 등 실제 핵민방위 대피조치를 실시했다.
정부는 오는 21~24일 실시할 을지연습에서 처음으로 북핵공격 상황을 상정한 훈련을 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이는 윤석열 대통령이 여러차례 지시한 데 따른 것이지만 얼마나 실효성 있는 훈련이 될지는 미지수다.
일각에선 2016년 대통령실과 합참 주도로 마련했지만
실행이 지지부진한 ‘북한 핵위협 대비 정부종합대책’을 조속히 구체화하고
후속조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핀란드·스위스 등 핵민방위 선진국들은?
핀란드, 스위스, 스웨덴, 이스라엘 등 방호 선진국들은 강력한 범국가적 방호체계를 구축하고 있으며
방호분야를 산업화하는 데 성공한 경우도 있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핀란드 공공도서관 지하의 핵방호시설 입구. 핵폭발을 견딜 수 있는 두꺼운 철제방호문이 있으며
평상시엔 주차장으로 활용되고 있다. /박영준 전육사교수 제공
러시아의 핵무기 위협으로부터 방호의 필요성을 절박하게 인식해온 핀란드는
방호시설 법제화 등을 통해 5만4천여개의 대피시설을 보유하고 있다.
이는 핀란드 전체 인구의 약 80%를 수용할 수 있는 규모다.
핀란드는 다양한 외부공격에 대응할 수 있는 방공호 개발과 함께
평시엔 지하방공호를 주차장이나 수영장 등 스포츠 시설로도 활용하고 있다.
특히 뛰어난 선박건조 후판기술을 활용해 방호산업도 발전시켰다고 한다.
영세 중립국인 스위스는
냉전시절 핵전쟁에 대비해 전 국민이 지하로 대피할 수 있는 대피시설을 구축해 놓았다.
지금도 870만여명의 국민 모두가 대피할 수 있도록 전국에 36만여개소의 주민대피소가 있다.
이 같은 방호 선진국들 사례를 벤치마킹해
우리도 산업화 전략을 통해 방호체계 구축을 추진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방호시설의 평시 활용성을 높이기 위해 2중용도 시설을 구축하고,
방호기술 고도화를 통해 다른 산업분야에서 활용하자는 것이다.
2중용도 시설은
방호시설을 전시 혹은 유사시에는 대피시설로 운영하되,
평시에는 수영장, 체육관, 주차장 등으로 활용하는 방식이다.
박영준 전 육사교수(현대건설 상무)는
“한국도 방호관련 법체계를 현재 핵·미사일 위협에 맞게 재정비하고
민자사업 확대를 통해 방공호를 다각도로 활용할 수 있는 ‘K방호’ 산업화 전략이 절실하다”며
“이를 통해 유럽 업체가 장악하고 있는 해외방위산업 시장의 방호영역도 개척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유용원 군사전문기자
1993년 이후 줄곧 30년간 국방부를 출입, 우리나라 최초이자 현직 최장수 군사전문기자로 꼽힙니다.
누적 방문자 4억2천만명을 돌파한 대한민국 최대의 군사안보 커뮤니티인 ‘유용원의 군사세계’를 비롯,
유튜브(구독자 25만명), 페이스북(팔로워 6만8천여명), 네이버TV, 인스타그램 등
7개의 개인 채널을 운영하며 많은 분들과 활발하게 소통하고 있습니다.
댓글목록
최고관리자님의 댓글
최고관리자 아이피 115.♡.168.73 작성일
학교 운동장, 지자체 건축물, 공장, 공원과 야산의 지하에 핵민방위 시설로
수영장/사워실, 화장실, 식당, 주차장, 특수환기구, 의료실 등을 갖추워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