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과 감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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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전문가칼럼
[백영옥의 말과 글] [315] 사실로 사람을 설득하기 어려운 이유
백영옥 소설가 2023.08.05. 03:00
대화 중에 상대의 말이 사실인지 아닌지 검색해 자기 생각이 맞는다고 증명하는 사람이 있다.
재밌는 건 그 사람 말이 사실로 확인돼도 상대가 마음을 바꾸지 않는다는 점이다.
인간은 자기 생각이 틀린다는 사실에 저항하기 때문이다.
‘탈리 샤롯’ 같은 심리학자에 의하면
자기 신념과 다른 사실을 발견하면 사람은 원래 생각을 더 강화할 반론을 지어내기도 한다.
이른바 ‘탈진실의 탄생’이다.
팩트는 사람을 쉽게 설득하지 못한다.
종말론을 믿는 사람에게 교주는 우리를 구하기 위해 온 메시아다.
담배의 유해함에 대해 100가지 사실을 열거해도
골초로 100세까지 산 할아버지를 둔 누군가에게는 씨알도 안 먹힌다.
오히려 사람들이 끌리는 건 ‘감정’이다.
감정을 이해하지 못하면 유창한 팩트 폭격을 펼칠 수 있겠지만 상대를 변화시키기 어렵다.
누군가를 설득하려면 남의 생각을 바꾸는 게 왜 어려운지 알아야 한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만의 서사’ 안에 살고, 그 안경으로 세상을 본다.
그러므로 그를 설득할 수 있는 길은
그의 ‘개인적 서사’에 공감하고, 대리체험 할 수 있는 이야기를 통해 신념을 흔드는 것이다.
자밀 자키는 ‘공감은 지능이다’에서
“공감은 힘이 센 다른 영장류보다 빈약한 육체를 가진 인류가 장착한 진화의 산물”이라고 말한다.
인간은 다른 영장류에 비해 훨씬 큰 흰자위와 얼굴근육을 통해 서로의 눈빛과 표정을 보며 마음을 읽는다.
학교폭력에 관한 뉴스보다 ‘더 글로리’ 같은 드라마를 보는 게
‘다 싸우면서 크는 거지’라는 생각을 가진 사람들의 폭력에 대한 감수성을 더 높이는 이유가 뭘까.
사실에 기반한 뉴스가 사람 마음을 쉽게 바꾸지 못하는 건
‘나한테는 그런 일이 일어날 리 없다’는 뇌의 확증편향 때문이다.
그러나 ‘이야기’는 ‘간접체험’을 통해 주인공의 아픔에 가 닿고, 고통에 공감하게 한다.
‘아는 것’과 ‘느끼는 것’은 다르다.
공감하면 반응하고 반응하면 변화한다.
이야기가 사실보다 힘이 더 센 이유다.
댓글목록
최고관리자님의 댓글
최고관리자 아이피 115.♡.168.73 작성일
무엇을 간접경험으로 가르처줄려 해도 '설마'로 받아들이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여름철 물놀이'하다 사망하는 경우, '묻지마 칼부림으로' 사상자가 생기는 경우도
자동차 '교통사고'나, '질병'같은 건강문제에서도 '설마' 때문에 실감을 못 느낀다
짐승가축 조류어류 벌레는 생존요령을 머리 속에 DNA로 각인되어 태어나고,
인간은 지식이나 요령 등을 교육으로 머리 속에 채워 넣어야 하는 차이가 있다
자신의 뜻을 남에게 강요로 설득시키려는 것에서 감정 대립이 생길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