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행정

[단독] “외국인 고용하려면 노조비 내라” 선주에 1500억 뜯은 선원 노조

김경필 기자 2023.08.02. 06:13

고용동의서 빌미로 1년치 받아

외국인 그만둬도 환불 안 해줘

국내 선원노조들이 외국인선원 고용에 동의해 주는 대가로 

선주들로부터 외국인선원의 1년치 노조비와 ‘복지기금’을 받아 온 것으로 

1일 국민권익위원회 조사에서 드러났다.

선원노조가 받은 돈은 2007년부터 지난해까지 16년간 15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노조는 선주가 외국인선원을 고용하기 위해서는 

노조의견서를 받아야 한다는 해양수산부의 ‘외국인근로자 관리지침’을 활용해 선주로부터 돈을 걷었다. 

하지만 권익위 조사결과, 이 지침은 해수부가 법적 근거 없이 임의로 만든 것이었다. 

권익위는 선원노조와 일부 선주단체, 해수부 간에 외국인선원 고용을 둘러싼 담합이 있다고 보고 

이달 중 해수부에 제도개선을 권고할 계획이다.

현재 외국인근로자를 어디에 얼마나 고용할지는 정부가 결정하고 있다. 

국무조정실장을 위원장으로 하고 법무부·고용노동부 등 관련 부처들이 참여하는 

‘외국인력정책위원회’가 매년 각 산업에 외국인근로자를 몇명 고용할지를 정한다. 

개별기업이 외국인 근로자를 고용할 때에도 ‘고용허가제’에 따라 정부허가를 받아야 한다.

그런데 20t 이상 선박에 타는 외국인선원 고용은 

한국원양어선협회·한국해운조합·한국해운협회·수협중앙회 등 선주대표 단체들이 

선원노조들과 ‘합의’를 통해 결정해왔다. 

해수부 지침에 따르면 

선주가 외국인선원 고용을 신청하기 위해서는 먼저 선원노조로부터 ‘의견서’를 받아야 한다. 

2021년 선원 5만9843명 중 2만7333명(46%)이 외국인으로, 

선주들은 외국인선원이 없으면 배를 띄울 수 없는 처지다. 

결국 한국노총 산하 전국해상선원노동조합연맹(선원노련)과 전국원양산업노동조합(원양노조)이 

사실상 외국인선원 고용을 좌지우지하며 선주들로부터 돈을 받았다는 게 권익위 조사결과다.

선원노조는 2007년부터 선주들과의 단체협약을 통해, 

외국인선원 1인당 일정 금액의 ‘노조비’와 ‘복지기금’을 선주들로부터 받기 시작했다. 

외국인선원의 1년치 노조비와 미리 받는 방식으로, 

외국인선원이 중간에 일을 그만둬도 선주는 노조에 선납한 돈은 환급받을 수 없다고 한다. 

선납 금액은 외국인 선원 1인당 

원양어선의 경우 21만6천원, 여객선·내항선은 60만원, 연·근해어선은 96만원, 

외항선은 120만원이다.

선원노조가 받은 ‘의견서 도장값’은 2007년 이후 16년간 15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됐다. 

이 돈은 외국인선원들을 위해 쓰이지도 않았다. 

권익위가 일부 복지기금 지출내역을 분석해 보니, 

선원노련이 2021년 지출한 14억원 가운데 외국인선원을 위한 지출은 

‘다국어 회화책자 제작비’ 900만원뿐이었다. 

나머지 돈은 한국인 선원자녀를 위한 장학금과 노조운영비 등으로 지출됐다. 

또 상당수 복지기금은 회계가 비공개라고 한다. 

이에 대해 선원노조는 “외국인선원 고용으로 내국인선원의 일자리가 사라지게 되기 때문에 

내국인선원 복지향상을 위해 돈을 걷는 것”이라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권익위는 해수부에 법령을 개정해 

정부가 외국인선원 도입규모를 직접 결정하도록 하고, 

노조로부터 동의서를 받아야만 외국인선원을 고용할 수 있게 한 절차도 고치라고 권고할 계획이다. 

또 복지기금은 노조가 아닌 선원복지 전담공공기관에서 관리하도록 하고, 

지출내역도 공개하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