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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군의 약 15%는 여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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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관리자23-05-23 11:20 View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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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김윤덕 칼럼] “강해지는 것 말고 우리에게 다른 선택권은 없었다”


김윤덕 편집국 선임기자 2023.05.23. 10:29


외교전사 된 젤렌스카를 비롯해 전쟁의 최전선과 후방에서 치열하게 싸우는 우크라이나 여성들

한반도에 전쟁이 일어나면 우리도 그들처럼 싸울 수 있을까 폭력에 맞서 자신을 지킬 수 있을까


5월 21일우크라이나 루한스크 지역 최전방에서 한 우크라이나 여군이 장갑차를 타고 이동하고 있다. 

미국  타임지는 우크라이나군의 약 15%는 여군이며, 

3만여명의 여성이 전쟁터에서 러시아군에 맞서 싸우고 있다고 전했다./AP 연합뉴스


23년째 서울에 살고 있는 올레나 쉐겔은 

지난주 한국을 방문한 우크라이나 대통령 부인 올레나 젤렌스카를 그림자처럼 따르며 통역한 한국외대 교수다. 

젤렌스카의 조선일보 인터뷰(본지 5월17일자) 때 

아들을 전쟁터로 보낸 어머니들의 이야기를 통역하다 울음을 터뜨린 바로 그 여성이다. 

모든 일정이 끝난 뒤 쉐겔 교수는 인터뷰 때 눈물을 쏟은 진짜 이유를 들려줬다.


지난해 2월 전쟁이 발발하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규탄하며 한국에서 반전시위를 주도했던 쉐겔 교수는 

틈나는 대로 모국에 구호물품을 보냈다. 

작년 크리스마스에도 군인들이 입을 내복 100벌과 양말, 비타민을 보냈고, 

이를 전달받은 병사들이 따뜻하기로 유명한 한국 내복을 입고 기뻐하는 사진을 

그의 어머니들을 통해 받았다고 했다.


그로부터 얼마 후 러시아군의 공습으로 그 부대가 전멸했다. 

넋이 나간 그녀에게 한 병사의 어머니가 전화를 걸어왔다. 

내 아들은 비록 전사했지만 하늘나라에 갈 때 당신이 보내준 따뜻한 내복을 입고 갈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우리는 반드시 승리할 것이니 울지 말라고. 

젤렌스카 여사가 어머니들을 이야기할 때 

사진 속에서 환하게 웃던 병사들과 그 어머니의 목소리가 떠올라 울음을 참을 수 없었다고 했다.


노벨문학상을 받은 벨라루스의 소설가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는 ‘전쟁은 여자의 얼굴을 하지 않았다’고 했다. 

그러나 젤렌스카는 “현재 우리의 저항은 여성의 얼굴을 하고 있다”고 단언했다. 

최전선에서 싸우는 건 남성들이지만 

구호물품과 식료품배달, 피란민지원, 의료활동 등 

국경지역을 포함한 우크라이나 안팎에서 펼쳐지는 자원봉사는 대부분 여성들이 주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자발적으로 참전하는 여성들도 급증했다. 

전쟁 전 우크라이나 군대의 여성은 3만여명으로 전체의 15%였지만 

전쟁 발발 후 그 수가 4만명대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죽음의 숙녀’로 불리는 저격수 등 최전선에서 싸우는 여성도 5천명이 넘고, 그중에는 아이를 둔 엄마도 있다. 

우크라이나 지역방어군에서는 기관총을 멘 여성이 자신의 아이를 데리고 걸어가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다고 한다.


민간인 여성들도 저마다의 방식으로 싸운다. 

키이우의 한 여성이 절임 토마토가 담긴 유리병으로 러시아 드론을 격추시킨 얘기는 유명하다. 

탱크를 몰고 코노토프로 진격한 러시아 군인들은 

“코노토프에는 여자 두명 중 하나가 마녀야. 넌 내일 아침 죽어있을지도 몰라”라는 경고를 받았다. 

러시아 무장군인들에게 ‘주머니에 해바라기 씨를 넣어 두라’고 충고한 여성도 있다. 

그들이 죽은 자리에서 우크라이나 국화(國花)인 해바라기가 자랄 거란 저주였다. 

이 밖에도 여성들은 방탄복을 만들고, 위장그물을 짜고, 화염병을 만들며 후방을 지킨다.


우크라이나 오데사 항구가 배경인 영화 ‘전함 포템킨’에서 

차르의 군대를 두려워하지 않고 앞으로 나아가던 여인들처럼, 

쉐겔 교수는 “우리는 역사 속에서 강인해질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수백년 식민지 기간 동안 이뤄진 러시아의 민족탄압과 2차 세계대전으로 

수많은 남자들이 죽자 인구 불균형이 일어났고, 

‘남자는 머리지만 여자는 (머리의 방향을 정하는) 목’이란 속담이 생겼을 만큼 

남성의 역할까지 도맡아야 했던 할머니, 어머니를 보고 자랐기 때문이다.


21세기에 일어난 잔혹한 전쟁은 이들을 또다시 강하게 만들고 있다. 

대중 앞에 나서는 걸 끔찍이 싫어했지만 지금은 전쟁의 참상을 알리는 외교전사가 된 젤렌스카도 예외가 아니다. 

“우리에겐 강해지는 것 말고 다른 선택권이 없었다”는 그는 

“파괴된 나라의 재건에도 여성들이 중심에 있을 것”이라고 했다.


쉐겔 교수는 자신이 우크라이나에 있었다면 그들처럼 용감하게 싸울 수 있었을까, 자문했다. 

나는 한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나면 그들처럼 치열하게 싸울 수 있을까, 반문했다. 

혼란스럽기도 했다. 

여성은 생명과 평화의 상징인데, 총을 들어도 되는 걸까.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지원하는 것은 반(反)평화적인가. 

언제 전쟁이 터져도 이상하지 않은 나라에서 한국 여성들은 스스로를 지킬 수 있는가?


우크라이나 여성들은 2016년까지 여성의 전투 참여가 허용되지 않던 법을 개정했다. 

러시아의 크림 반도 침공 후 일어난 변화다. 

‘피렌체의 식탁’이라는 온라인 매체와 인터뷰한 40대 초반의 우크라이나 여성 저격수는 말했다. 

“당신의 도시에 폭탄이 떨어지고, 건물이 불에 타고, 민간인이 죽고 있다고 생각해 보라. 

당신도 무기를 들고 나올 것이고, 당신 나라 여성도 그럴 것이라 생각한다. 

그렇게 하지 않는 것이 오히려 이상하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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