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징용재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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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백리 대법관의 강제징용재판 유감
김석규 전 목원대 교수.. 행정학 박사 2023.03.20
김능환 전 대법관 2013년3월7일 오전
서울 동작구 상도동에 위치한 아내가 운영하는 편의점에서 손님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뉴스1
청백리 김능환 대법관이 2013년5월 퇴임하면서
로펌으로 가지 않고 퇴임한 다음 날부터 생계를 위해 부인이 개업한 편의점에 근무를 시작했다.
이것이 신문에 뉴스거리가 되어 각계의 찬사가 쏟아졌다.
그는 2012년 공직자재산등록 시에도 9억5천만원으로
대법관 중 끝에서 두번째로 적어 청백리라는 존경을 받았고,
2006년 대법관 임용시 청문회에서 퇴임 후 로펌으로는 가지 않을 것이며,
책방을 열고 무료변론으로 사회에 봉사하겠다해 많은 관심을 끌었다.
그러다 퇴임 후 5개월 만에 맹자(孟子) 왈
“無恒産 無恒心(무항산 무항심, 재산이 없으면 심리적 안정을 얻을 수 없다) 6자성어를 읊조리며
대형로펌 고문변호사로 가고 말았다.
생계를 위해 부인과 같이 편의점 운영을 했지만,
평생 법관생활과 전업주부생활만 하던 부부에게 장사가 쉽지는 않았을 것이다.
막상 쉽지 않은 편의점 운영에 어려움을 느끼고 생활인으로서 경제적 여유를 찾기 위해
남들 다하는 로펌 변호사로 취업하는 것을 결코 탓하고 싶지는 않다.
오히려 가장으로서, 남편으로서, 그리고 어버이로서 가족들이 경제적으로 좀 여유있게 생활할 수 있도록
퇴임 후 변호사생활을 하는 것이 인간적으로 더 합리적이고 타당하다고 볼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대법관이라는 최고위직 공인으로서 청백리라는 남다른 사회적 존경을 받는 행동을 취한 후
불과 5개월 만에 소리소문 없이 그 태도를 바꿔버리면 문제는 다르다.
사회적 존경을 받은 댓가를 공짜로 받은 점에 있어 큰 사회적 빚을 진 것은 틀림없다고 생각한다,
김 대법관은 2018년10월 강제징용손해배상청구 소송에서 주심대법관으로서
일본기업이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들에게 1인당 1억원씩의 위자료를 배상해야 한다는 원고승소 판결을 했다.
그는 독립운동하는 심정으로 판결문을 썼다고 했다.
소신 있는 자세이기는 하다.
하지만 소신이 지나치면 독선이 될 수도 있으며
주관적 신념에만 의존하고 법리와 오랜 합리적 전통을 무시했을 때 자기 맹신에 빠져
오히려 상식과 공정에서 일탈하게 된다는 점을 간과하지는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금할 수가 없다.
이 측면에서 청백리 소신으로부터 탈피하여 합리적 판단으로 로펌 행을 택하듯
소신보다는 사법자제라는 오랜 법리적 전통과 국익을 위한 합리적인 선택을 왜 하지 못 했을까 하는
진한 아쉬움이 남는다.
그랬다면 풀리지 않는 강제징용 배상을 둘러싼 양국간의 갈등을 피할 수도 있었지 않았겠나 싶다.
사법자제의 원칙은 모든 국가 사법부에서 지키는 오랜 전통이다.
외교문제나 국제법과 관련된 재판을 하게 될 경우
관련 국가간 협상과 이행 전과정을 책임지는 정부의 해석에 큰 비중을 둔다는 것이다.
주권이 미치는 국가에서는 범죄처벌이라는 공법관계에서 국가형벌권이 작동된다.
마찬가지로 채무이행, 배상·보상관계 등 사법관계에서 사법부 판단에 따라
국가가 지원하는 강제집행, 공탁 등 공권력이 동원되어 법률효과가 완수되어진다.
하지만 국제관계는 국내관계와는 판이하다.
단적인 예로 안전보장이사회에는 기본적으로 투표의 등가성이 없고 힘의 논리가 지배하는 것이 현실이다.
국제법이 있지만 외국·외국인의 국외범죄에서 국가형벌권이 완벽하게 보장될 수도 없고
채권채무 관계에서도 강제집행과 같은 법원의 강제력이 보장될 수 없는 것이다.
위안부문제와 강제징용배상문제를 국제사법재판소에 회부하는 것 역시
현실적으로 승소가능성이 별무하다는 것이 국제법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견해이다.
그렇다면 일본의 국민여론은 차갑고 일본정부는 끄떡도 하지 않는데 계속 징징거리기만 할 것인가?
박근혜 대통령 당시 1년6개월간의 긴 일본과의 협상 끝에
2015년12월28일 위안부문제 합의를 보았다.
피해당사자와 우리 국민여론은 재협상을 해야 한다는 것이 63%인데 비해
일본 국민여론은 재협상에 응할 필요가 없다는 여론이 62%였다.
어렵사리 합의를 보았지만
양국의 여론은 서로가 반대 입장으로 싸늘했고,
반일감정을 정치에 이용하고 싶었던 문재인정부는 이 합의를 뒤엎고 말았으며
한일관계는 최악으로 치닫기 시작했다.
거기에다 2018년10월30일 대법원의 강제징용 손해배상 인정판결 이후
역시 국민여론은 당연히 긍정적이었지만
일본국민 여론은 납득이 불가능하다는 쪽이 69%에 이르렀고
그 후속으로 수출규제와 지소미아협정파기 등 양국은 갈 데 까지 가게 되었다.
한일 양국 정부 모두 여론이 정반대인 입장에서 해법 찾기가 거의 불가능한 상황인데
국제정세는 현재의 한일관계를 계속 끌어가기에는 또 다른 파국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북한의 핵위협은 날로 더해 가고 중국의 팽창정책과 미국과의 주도권 다툼으로 긴장이 높아져 가고 있다.
끝없이 이어지는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중국은 러시아로 기울고 미국과 유럽 등 자유민주국가 대부분은 우크라이나 편으로 이분되어
신냉전구도로 재편되어가는 것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으며
우리 입장에서는 미국, 호주, 인도, 일본 등 인도태평양국가들과 보조를 맞추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여기에서 한‧미‧일 3국 공조와 한‧미동맹의 굳건한 토대 없이는
국가번영은 물론 안보를 확실하게 담보할 수 없는 현실이다.
이런 현실에서 윤대통령이
절대 풀려고 해도 풀 수 없는 고르디아스 매듭을 단칼에 베어버리는 결단으로 이번 한일정상회담을 이끌어 냈고
강제징용 피해자 제3자 변제, 무역규제 해소, 지소미아회복 등 해법을 찾아가고 있는 중이다.
문재인 정부는
박근혜정부의 위안부합의를 뒤엎어서 집권 내내 일본과의 불화로 아무 외교적 해법도 찾지 못하고
막판에 “우리 정부는 위안부 합의를 부정한 적이 없다”는 식의 이중플레이를 했지만
일본은 기울어져 가는 문정권의 하소연을 들어줄 리가 만무하여 창피만 당했다.
더 이상 부질없는 싸움은 그만 두고 미래를 향해 나아가야 한다.
국내의 채권채무 다툼이나 형사처벌은 사법부, 입법부, 행정부를 포함하는 공권력으로 강제집행이 가능하지만
국가 간 문제에 있어서 양측 국민들의 정반대 팽팽한 여론이 형성되어있고
그 여론에 따라 움직이는 정권이 대치하면 해법을 내놓을 수가 없다.
국가 간의 강제집행은 전쟁으로 패전국에 강제집행하는 방법 외에 뚜렷한 방법이 없다.
그래서 문재인 정부 내내 반일감정을 에너지 삼아 정치하기 쉬운 방법으로 한일간의 문제들을 내질러 놓고는
대책 없이 현재까지 끌어온 것이다.
북한의 핵위협을 받으며 분단국으로서 4강에 둘러싸인 우리나라는
다른 어떤 나라보다 사정이 다르고 시급한 판단과 실행이 필요한 시점이다.
임진왜란에 준비 없이 당하고,
명청 교체기에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명분론으로 인조는 3궤 9고두의 치욕을 맞았고
급기야 일본으로 부터 한일합방이라는 국치를 당하고 말았다,
다시는 이런 쓰라린 역사적 오류를 되풀이해서는 안 된다.
우리가 주도적으로 해법을 제시하고 일본까지도 설득해가며 난관을 헤쳐 나가자.
아무런 대안이 되지 않는 반대만을 외쳐서는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가치를 존중하는 대다수 국가들과의 연대형성에도 장애를 받을 것이다.
이번의 한일관계에 있어서 우리의 담대한 발걸음을 지지하는 대다수 자유민주 우방국들과 함께
새로운 국제질서 형성의 과정에서 진정한 주도자가 되어나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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