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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카페 2030
[카페 2030] 서울에 바다가 있었다면
조유미 기자 2024.11.08. 00:02
짙푸른 수면 위로 뛰어드는 순간은 짜릿하다.
취미로 스쿠버다이빙을 한다.
수트 안을 비집고 들어온 차가운 바닷물이 체온으로 덥혀질 때, 광활한 바다에 섞여드는 느낌이 든다.
꽃 대신 산호와 말미잘, 풀 대신 해초와 해조, 나비 대신 치어(稚魚) 떼가 유영하는 바닷속 곳곳은
자연이 가꾼 꽃동산 같다.
사시사철 알록달록하고 역동적이다.
그래서 산보다 바다를 좋아한다.
지난달 ‘해녀 체험’을 위해 제주 바다에 다녀왔다.
고백하건대 사심 가득한 취재였다.
하늘거리는 해조류와 틈새를 누비는 물고기를 기대했다.
그러나 해녀복 입고 잠수한 어촌계 바다는 온통 흙바닥. “수온이 지나치게 높기 때문”이라고 했다.
한 해녀는 “톳도 우뭇가사리도 녹아 없다”며 “봄 되면 뭘 뜯어 팔지 막막하다”고 했다.
기억에 남는 바다 취재는 또 있다.
지난해 바닷속 기후변화 현장을 보기 위해 서귀포 앞바다에 잠수했다.
필리핀에서나 보던 아열대 어종이 노니는 모습도 인상 깊었지만, 색색깔 화려한 연산호가 눈에 들어왔다.
서귀포 연산호 군락은 천연기념물로 지정돼 있다.
“예쁘죠? 세계적으로도 희귀해 해외 다이버들도 많이 와요.”
그 귀한 연산호가 고수온에 폐사하며 “녹아 문드러지고 있다”는 얘기를 최근 해녀로부터 들었다.
올해 제주 연안에는 71일간 고수온 특보가 내려졌다.
역대 최장 기간이다.
제주뿐 아니다.
우리나라 바다는 작년 여름 관측 이래 가장 높은 평균수온(26도)을 보인 데 이어 올해 역시 펄펄 끓었다.
언젠가부터 바닷속 얘기를 즐겨 한다.
다이빙을 배우기 시작할 즈음부터였을 것이다.
다이버들은 바다를 관찰한다.
바닷속 풍경의 많은 변화가 수온과 관련 있다.
그래서인지 기후변화를 빼놓고 말하기 어렵다.
“고수온으로 겨자색 말미잘이 하얗게 변했더라”
“몇년 전 갔던 지점의 산호가 올해 다 죽어 있더라” 같은 식이다.
바다 문제에 관심이 많다고 하면 많은 사람이 “일상과 맞닿은 더 큰 면을 보라”고 한다.
걷기 힘들 정도의 이례적 폭염, 서울 한복판에 쏟아지는 물폭탄, 늦더위로 뒤늦게 찾아온 가을 단풍과 달리
바닷속 변화는 대다수 사람의 눈에 보이지도, 피부로 느낄 수도 없기 때문이리라.
가끔 서울에 바다가 있었다면, 지금과 다른 대우를 받았을까 생각한다.
지구 표면의 약 7/10이 바다다.
예쁘장한 산호가 없어진다고 슬퍼하자는 게 아니다.
바다에서 산호가 차지하는 면적은 0.1%도 되지 않지만,
해양생물의 1/4이 산호 부근에서 어우러져 살아간다.
연산호 폐사는 해양생태계가 달라지고 있다는 신호다.
생태계 균형이 무너지면 복잡한 과정을 거쳐 결과적으로 우리 식탁에 변화가 생긴다.
올가을 전어가 실종되고, 꽃게와 낙지 어획량이 크게 줄어든 것처럼.
동해에서 흔히 잡혀 ‘강아지도 물고 다녔다’던 명태는 이제 우리 바다에서 자취를 감췄고,
지난해 동해 오징어 씨가 마르며 ‘금징어’라는 말이 나왔다.
언젠가 또 다른 어종이 보이지 않을 때 혼란을 겪지 않으려면 바다의 신호에 귀 기울여야 하지 않을까.
그 신호는 서울의 문제에 비해 때때로 보잘것없어 보이지만,
나비효과와 같은 파장을 불러 올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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