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 - 대장동과 이재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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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이 고발한 게 시작... 3명 숨지고 21명 구속, 재판정 선 ‘대장동 그들’
최재훈 기자 2023.03.03 14:00
2021년8월말 경기도 한 지역신문에 ‘화천대유는 누구 것입니까’라는 칼럼이 실렸을 때,
이것이 훗날 ‘이재명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로 이어질 것이라 예상한 이는 많지 않았다.
시골 논밭의 화려한 변신, 대장동 미니신도시는 ‘이재명의 업적’이었고,
이걸 디딤돌로 이재명 시장은 이재명 도지사, 이재명 민주당 대선후보가 됐다.
그 시점에 의혹과 폭로가 연일 터져나온 것이다.
당시 문재인정부로선 당혹스러웠겠지만, 고소·고발이 이어지니 수사에 나서지 않을 수도 없었다.
✔ 민주당이 고발한 ‘국힘 김기현’이 수사의 시작
대장동 ‘첫 수사’는 2021년9년20일 전후 시작됐다.
아이러니하게도 수사는 이재명 후보 캠프 측의 ‘고발’이 출발점이었다.
이재명 후보 측은
“이 후보를 당선되지 못하게 할 목적으로 대장동사업과 관련한 허위사실을 반복적으로 공표했다”고 주장하며
김기현 당시 국민의힘 원내대표 등을 허위사실 유포혐의로 고발했다.
검찰은 이 사건을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2부에 사건을 배당하고 수사에 착수했다.
이어 4차장 산하 ‘전담수사팀’을 꾸렸고,
9월29일 화천대유사무실과 김만배 등 관련자들 자택을 압수수색했다.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 오피스텔에서 창밖으로 휴대폰을 던진 것도 이때다.
그즈음 곽상도 의원은 아들의 ‘50억원 퇴직금’ 논란이 불거져 국민의힘을 탈당했다.
✔ 대장동 사건 첫 구속자는 유동규
대장동 사건으로 처음 구속된 인물은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다.
이어 김만배와 남욱 등 대장동 일당이 줄줄이 구속됐다.
이들은 꼬박 1년을 구치소에 수감돼 있다가 작년10~11월 구속기한 만료로 풀려났고,
이때부터 유동규와 남욱의 입이 봉인해제됐다.
이재명 대표를 둘러싼 1년 전 의혹이 조금씩 구체화되어 갔다.
여전히 입을 열지 않는 김만배는 작년 12월 숨겨놓은 돈이 들통나자 자해극을 벌였다.
그는 지난달 17일 범죄수익금 340억원을 숨긴 혐의로 다시 구속됐고, 재판에 넘겨졌다.
이렇게 검찰과 경찰 수사는 1년7개월 넘게 진행됐다.
사건은 변호사비 대납사건, 대북송금사건, 성남FC후원금사건, 경기도지사 법인카드 유용사건 등으로
걷잡을 수 없이 확대됐다.
수사대상만 수십명, 이중 21명이 구속됐다.
재판에 넘겨진 사람도 30명에 육박한다.
✔의혹 두고 극단적 선택... 의문의 3인
대장동 사건 등 이재명 대표와 관련된 수사가 진행되는 동안 모두 3명이 목숨을 잃었다.
2021년12월 대장동사업책임자였던 유한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개발사업본부장과
김문기 개발사업 1처장이 잇따라 극단적 선택을 했다.
대장동 일당으로부터 2억원 뇌물을 받은 혐의를 받던 유한기 전 본부장은
구속영장 심사를 앞두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고,
김문기 전 처장도 대장동의혹 조사를 받던 중 숨졌다.
당시 이재명 대표는 숨진 김문기 전 처장에 대해 “하위직원이라 시장 재직 때는 알지 못했다”고 했다.
그러나 검찰은
김문기 휴대폰에 이재명 대표를 ‘이재명 변호사’로 저장한 점,
성남시장 시절인 2015년 호주·뉴질랜드 출장에 함께 하면서
두 사람이 공식일정에서 빠져 골프를 친 점 등을 확인하고
지난해 9월 그를 선거법상 허위사실공표 혐의로 기소했다.
이재명 대표는 3일 이 사건 첫 재판에 출석했다.
지난해 7월에는
이 대표 부인 김혜경씨의 경기도 법인카드 유용사건으로 조사를 받은 김모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당시 김씨는
이 사건으로 기소된 이재명 부부의 최측근 배모씨의 건물에서 배씨와 동거 중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구속됐다 풀려났다... 사건별 구속자는 누구?
이재명 대표의 기소가 코앞으로 다가오면서 ‘대장동사건’ 수사는 서서히 끝이 보인다.
이 사건에서만 구속된 사람은 9명, 이중 4명이 보석이나 기한만료로 풀려났다.
현재 수감중인 사람은
최근 다시 들어간 김만배와 그의 돈을 감춰준 최우향 전 쌍방울 부회장, 이한성 전 화천대유 공동대표,
이재명 대표의 측근인 정진상 전 더불어민주당대표실 정무조정실장과 김용 전 민주연구원부원장 등이다.
변호사비 대납의혹으로 시작된 쌍방울 수사는 대북송금 사건으로 번졌다.
김성태 전 회장과 방용철 부회장, 김 전 회장의 금고지기와 비서 등 쌍방울 임직원이 대거 구속됐다.
쌍방울로부터 법인카드 등으로 3억원 뇌물을 받은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
대북송금에 관여한 안부수 아태평화교류협회장,
수사정보를 흘려준 수원지검 수사관도 구속됐다.
이 수사 역시 이재명 당시 경기도지사의 방북대가를 쌍방울이 대신지원했는지가 의혹의 핵심이다.
성남FC후원금 사건으로 구속된 사람은 아직 없다.
대장동사건 등으로 구속된 정진상도 이재명 대표와 함께 제3자 뇌물(133억5천만원) 혐의를 받지만
아직 기소 전이다.
이 사건으로는 작년9월 두산건설 전 대표 이모씨와 성남시 공무원 등 2명이 기소된 게 전부다.
최근 뇌물을 준 기업책임자들과 성남시, 성남FC 고위직들이 줄줄이 입건됐다.
50억 클럽 의혹 수사는 속도가 가장 더디다.
제일 먼저 구속됐던 곽상도 전 의원의 1심 결과가 무죄로 나오면서 김이 빠진 분위기다.
권순일 전 대법관과 박영수 전 특별검사는 2~3차례 소환조사를 받았지만 별다른 결과는 알려지지 않았다.
김수남 전 검찰총장과 최재경 민정수석도 이른바 ‘정영학 녹취록’ 속에 이름만 등장할 뿐
구체적인 단서가 없는 분위기다.
홍선근 머니투데이 회장 역시 현재까지는 김만배에게 50억원을 빌렸다가 갚으면서
이자를 제대로 주지 않은 혐의(청탁금지법 위반) 정도다.
✔담장 위 이재명 대표... 그의 운명은 어디?
검찰이 이재명 대표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하며 국회에 보낸 체포동의안은
지난달 27일 찬성(139표)이 반대(138표)보다 많았지만 과반수를 넘지 못해 부결됐다.
검찰은 조만간 이 대표를 불구속 상태로 기소할 것으로 보인다.
또 대북송금 사건 등으로 추가 구속영장을 청구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재명 대표가 받는 범죄혐의는
제3자 뇌물제공, 배임, 부패방지법 위반(현 이해충돌방지법), 범죄수익은닉 규제법 위반 등이다.
검찰이 구속영장에 담은 이재명 대표의 범죄혐의를 요약하면 이렇다.
✅ 대장동 일당에게 초과이익 환수조항 삭제 등으로 총7886억원의 부당한 이익을 보도록 해준 뒤
성남도시개발공사는 1830억원만 배당받아 4895억여원의 손해를 끼친 혐의.
✅ 위례신도시 개발사업 때 업무상 비밀을 유출해 민간업자들에게 부당이익 211억원을 몰아준 혐의.
✅ 성남FC구단주를 맡아 두산과 네이버 등 관내기업들로부터 후원금 등 명목으로 133억5천만원을 받고,
그 대가로 이들 기업의 현안을 해결해 준 혐의.
✅ 성남FC 뇌물범죄를 감추기 위해 ‘희망살림’이라는 단체를 끼워 넣어 범죄수익을 가장한 혐의.
위례신도시 개발사업에서부터 시작된 대장동사건은
2010년 이재명 대표가 성남시장이 된 이후부터 10년 넘게 이어진 범죄로 검찰은 보고 있다.
시장 측근인 정진상과 김용, 유동규 등이 김만배와 남욱, 정영학 등 대장동 일당과 유착돼
위례신도시와 대장동개발사업을 하도록 밀어주고
그 대가로 수시로 금품과 향응접대를 받았다는 게 골자다.
이런 뒷거래를 이재명 당시 시장이 미리 알고 허락 혹은 묵인했는지가 의혹의 핵심이다.
법조계에서는
“입을 다물고 있는 김만배와 정진상, 김용 등 측근들의 진술이 어떻게 바뀌는지에 따라
이재명 대표의 운명이 갈릴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하고 있다.
이재명 대표는 줄곧 “증거도 없이 소설을 쓰고 있다”며 윤석열 정권의 정치적 탄압이라고 주장한다.
이에 대해 한동훈 법무장관은 지난달 27일 국회에 체포동의안을 제출하며
“성남시라는 지자체에서 일어난 이재명 시장과 특정업자들의 정경유착과 지역토착비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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