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軍 졸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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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천명 정예부대 전멸” 부흘레다르 러軍 졸전…春대공세 제동? [이슈픽]
서울신문 권윤희 기자 2023.2.14.19:55
오는 24일 우크라이나 침공 1주년을 전후하여
러시아가 동부 돈바스 완전점령을 목표로 대공세에 돌입할 가능성이 커졌지만,
러시아 동원병력의 한계가 노출되면서 대공세 결과를 예측하기가 어려워졌다.
특히 바흐무트와 함께 동부전선의 또 다른 핵심거점으로 떠오른 도네츠크 소도시 부흘레다르에서
러시아군이 졸전을 거듭하면서,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돈바스 완전점령 목표달성에 제동이 걸리는 것 아니냔 관측도 조심스레 제기된다.
이를 틈타 우크라이나는
러시아군의 ‘부흘레다르의 굴욕’을 선전전에 적극 활용하며 심리전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고자 하는 한편,
서방에 속도감 있는 군사지원을 요구하고 있다.
반면 러시아는 “성공적으로 작전수행 중”이라는 설명 외에 다른 언급 없이 ‘숨고르기’ 중이다.
전문가들은 그간 미사일과 드론 ‘섞어쏘기’로 탄약을 상당량 비축한 러시아군이
부흘레다르에서의 졸전과 관계 없이 일정시점을 기준으로 총공세를 퍼부을 거라고 전망한다.
● “5천명 규모 러시아 제155 해군보병여단 사실상 전멸”
12일 미국 일간 폴리티코는
러시아군이 부흘레다르 급습작전에서
5천명 규모 정예부대인 제155해군보병여단(해병대) 전체를 잃었을 수도 있다고 보도했다.
올렉시이 드미트라슈키우스키 우크라이나군 타브리스키 연합언론담당관은 폴리티코와의 인터뷰에서
“부흘레다르와 마리얀카 등 도네츠크의 최전선에서 지휘관을 포함한 다수의 러시아군 병력을 괴멸했다.
최근 한 주간 탱크 36대를 포함해 130여대의 러시아군 장비를 무력화 또는 파괴했다”고 밝혔다.
그는 “부흘레다르 전투에서 러시아 115해병여단은 하루 150~300명의 병력손실을 보고 있다.
5천명 규모의 부대원 대부분이 죽거나 다치거나 포로로 잡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러시아 155해병여단은 이르핀과 부차에서의 패배 이후 벌써 세번이나 병력을 보충했지만
이번엔 부흘레다르 전투에서 파괴됐다”며 러시아 115해병여단이 사실상 전멸했다고 주장했다.
앞서 우크라이나군은
지난 10일 2주간 부흘레다르에서 군용드론으로 촬영한 약 20개의 영상을 통해
러시아군의 굴욕적 패퇴를 선전했다.
군용드론에는 사방이 트인 개활지 도로에서
러시아군 탱크가 우크라이나군 드론 공격을 받아 속수무책으로 파괴되는 등 모습이 고스란히 포착됐다.
갈팡질팡하던 러시아군 전차는 지뢰밭으로 곧장 돌진해 폭발하는가 하면,
혼비백산해 사방으로 뿔뿔이 도망치던 병사들 일부는 불길에 휩싸이기도 했다.
우크라이나군 드론은 쉴 새 없이 폭격을 가하며 러시아군의 진격을 막아섰다.
이에 대해 미국 CNN방송은
“러시아군이 봄철 대공세를 앞두고 부흘레다르에서 완패하면서
지휘와 전술 측면에서의 고질적인 실패를 보여준 것”이라고 분석했다.
● ‘요새’ 부흘레다르 방어적 이점…러시아군 고전
러시아군이 최근 3개월에 걸쳐 장악을 시도하고 있는 부흘레다르는
인근 철도가 2014년 러시아에 병합된 ‘푸틴의 성지’ 크림반도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우크라이나 동부전선의 또 다른 핵심으로 평가된다.
러시아군 입장으로서는
이곳을 장악해야만 봄철 예상되는 대공세를 통해 북부로 진격할 발판을 마련할 수 있다.
하지만 인근 탄광개발을 위해 세워진 부흘레다르 마을은 고지에 자리 잡고 있는 데다,
견고한 지하 엄폐물도 다수여서
이곳을 사수하고 있는 우크라이나군 72기계화여단이 큰 방어적 이점을 누리고 있다.
군사역사학자 톰 쿠퍼는 이곳을 “평원사막 한가운데에 크고 높이 올라서 있는 요새”라고 묘사했다.
쿠퍼에 따르면
러시아군은 부흘레다르 주변에 2만명의 병력, 주력전차 약 90대와 그 2배에 달하는 보병전투차,
포대 약 100문 정도를 배치하며 공격을 준비해왔다.
그러나 1월 마지막 주 공세작전에서 치명적 결함을 드러냈다.
쿠퍼는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군에 훤히 노출된 좁은 경로로 진격하는 등
치명적인 전술적 실수를 저질렀다고 지적했다.
“우크라이나 포병이 진격해오는 러시아 부대에 큰 타격을 입힌 것은 물론
후방 보급로와 철수로까지 차단했다”고 설명했다.
● 러군 굴욕적 패배, 비판 및 지도부 교체요구 쇄도
이를 두고 러시아 군사전문가들 사이에선
“수치스러운 패배”라는 신랄한 평가와 전쟁지도부 교체요구가 계속 나오고 있다.
2014년 러시아의 크림반도 강제병합 당시
친러 무장반군을 이끌고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州 슬로비얀스크로 진입해 전쟁의 서막을 올린 인물인
전 반군지휘관 겸 극우즈의 평로나 이고리 기르킨(일명 스트렐코프)는
“군인들이 사격장의 칠면조처럼 총에 맞았다”며
“수많은 T-72B3, T-80BVM 탱크와 공수부대원, 해병들이 산화했다”고 지적했다.
또 “견고하게 방어돼 공격하기 어려운 같은 장소에
수개월째 줄기차게 정면돌격하는 것은 바보들 뿐”이라고 힐난했다.
군사블로거 ‘모스크바 콜링’은
부흘레다르에서 러시아군 지휘관들이 첩보수집 활동을 의사결정으로 통합하는 데에 실패하면서
보병과 전차들이 좁은 대형으로 이동하는 문제가 발생했다고 분석했다.
특히 러시아군의 T-72전차는 운전자 시야를 넓히는 개량이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그는 “눈멀고 귀먹은 탱크와 장갑차, 보병들이 대형도 제대로 갖추지 못하고 어떻게 싸우겠나”라며
“퇴각하려고 해도 앞에 누가 있는지 몰라 서로 총질을 하게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일각에서는
부흘레다르 전투책임자로 알려진 무라도프 동부군관구사령관을 해임하라는 요구가 나오는 등
무능한 지휘관에 대한 비난 목소리도 끓어오르는 모습이다.
한 블로거는 무라도프에 대해
“이 사람은 작년11월 상당한 규모의 인원과 장비를 잃었다”며
“처벌이 이뤄지지 않으면 관대함만 싹틀 뿐”이라고 경고했다.
● “지난해9월 동원병력 제한적 훈련…전투기량·응집력 한계 노출”
미국의 싱크탱크 전쟁연구소(ISW)는
러시아군이 부흘레다르에서 동원병력의 한계를 노출한 거라고 평가했다.
ISW는 13일 보고서에서 소식통을 인용해
“러시아 군지휘부가 군사력 손실을 동원병력으로 계속 보충하고 있다.
부흘레다르에 투입된 115해병여단의 80~90%도 동원병력으로 구성돼 있다”고 분석했다.
ISW는 “동원병력 훈련은 제한적이었을 가능성이 크다. 필요한 전투경험도, 응집력도 부족할 것”이라면서,
러시아군이 부흘레다르에 추가병력을 배치하더라도
동원병력이 전쟁을 성공적이고 효과적으로 수행할 가능성은 작다고 내다봤다.
다만 폴리티코는
우크라이나군이 시가전을 준비 중인 부흘레다르, 아우디이우카, 바흐무트 등 도네츠크 전선에서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군 기지에 대한 공격을 계속하고 있기 때문에
우크라이나군이 축배를 들긴 이르다고 했다.
러시아도 부흘레다르에 투입된 자국군 155해병여단이 계획대로 공격을 진행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지난 12일 TV연설을 통해
“현재 해병대 보병이 제대로 작전을 수행하고 있다”며 “영웅적으로 싸우는 중”이라고 말했다.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도 “부흘레다르 전투작전은 성공적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 러시아 ‘숨고르기’ 가능성…비축무기 일제공격 우려도
러시아는 그간 미사일과 드론을 동원한 ‘섞어쏘기’로 탄약을 상당량 비축하는 ‘숨고르기’ 양상을 보였다.
전문가들이 부흘레다르에서의 고전과 관계 없이
러시아군이 24일 전쟁 1주년을 전후로 일제공격을 감행할 걸로 관측하는 이유다.
우크라이나도 이를 우려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국방부 중앙정보국의 체르냐크는 최근 키이우 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군에 3월까지 도네츠크주와 루한스크주 전체를 장악하라는 명령을 내렸다는 정보를 입수했다고 말했다.
현지관리들과 서방전문가들은 최근 러시아군의 움직임을 고려할 때
돈바스 지역에서도 루한스크주가 대공세의 주요 타깃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하이다이 루한스크 주지사는 루한스크에서 최근 포격이 진정된 것이
“러시아군이 대규모 공격을 위해 탄약을 비축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최근 수개월간 러시아가 루한스크에서 전차와 병력을 보강하고 있다는 보도 이후에도
“점점 더 많은” 러시아 예비병력이 도착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신임 국방장관으로 내정된 우크라이나 국방부 군사정보국장 부다노우도
러시아의 공세가 루한스크 서부에 집중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부다노우 국장은
러시아군이 전쟁초기에 제대로 훈련이 안 된 예비병력이나 바그너그룹 용병을 앞세웠던 것과 달리,
이번 대공세에서는 제대로 훈련된 정예 기계화여단을 선봉에 세울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이와 관련해 우크라이나군 타브리스키 연합언론담당관은
“파트너들(서방)의 무기가 더 빨리 오기를 바란다”며
“(서방의 군사지원은) 우크라이나를 보호하고 러시아군의 공격을 억제할 뿐만 아니라,
마침내 적군을 우리 영토 밖으로 밀어낼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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