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각장치를 돌리는 전력공급 시스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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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만물상]
전쟁 인질 된 자포리자 원전
한삼희 선임논설위원 2022.08.24 03:18
미국 샌디아국립실험연구소가
1988년 제트전투기 동체를 시속 775㎞로 가속해 콘크리트에 충돌시키는 실험을 했다.
전투기가 원전 격납건물에 정면충돌하는 상황을 가정한 것이다.
결과는 콘크리트 겉면에 6.4㎝ 깊이 홈이 파였을 뿐이다.
미국은 9·11테러를 겪은 다음 해인 2002년에는
보잉767항공기가 최고 이륙중량으로 충돌하는 상황을 컴퓨터 시뮬레이션으로 도출했다.
역시 격납건물이 다소 깨졌을 뿐이다.
사용후핵연료를 저장하는 냉각수조 구조물도 충돌에 멀쩡했다.
▶지난 3월초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의 자포리자 원전단지를 점령했다.
그 뒤 수시로 원전단지 부근에서 포격전이 벌어지고 있다.
교전과정에서 폭탄파편이 원전격납 건물표면으로 튀는 일이 있었고, 단지 내 훈련센터에서 화재도 발생했다.
최근엔 위성촬영을 통해 원자로 6기 가운데 2기 인근에 포탄을 실은 러시아군 트럭들이
배치돼 있는 것이 확인됐다.
▶우크라이나는 1986년 체르노빌원전 폭발사고를 겪은 나라다.
당시 방사성물질이 바람을 타고 유럽 거의 전역으로 퍼졌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가 핵재앙을 일으킨 후 우리 탓으로 덮어씌우려고 포격을 가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체르노빌 사건을 겪은 우크라이나가 그런 자해행위를 할 것이라 믿기는 어렵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군이 단지 내에 미사일발사대 등을 설치해 놓고
원전을 방패 삼아 공격하는 더러운 전략을 쓰고 있다”고 비난했다.
러시아가 원전 생산전기를 자기네 쪽으로 끌어가려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자포리자원전은 유럽 최대 규모다.
원전 6기에서 우크라이나 전력의 5분의 1을 공급해왔다.
러시아의 VVER 원자로를 갖추고 있고,
격납건물조차 없던 체르노빌 원전과는 완전히 다른 3세대 가압수형 원전 설비다.
러시아군이 점령하고 있지만 우크라이나 직원 1만명이 원전을 가동하고 있다.
▶원전구조물은 항공기 충돌도 견딜 만큼 튼튼하더라도 문제는 냉각장치를 돌리는 전력공급 시스템이다.
비상시 원자로 가동을 중단해도 열은 계속 발생한다.
이 열을 식히는 것이 냉각 장치다.
후쿠시마원전 사고도 쓰나미로 냉각장치를 돌릴 전기가 공급되지 않아 발생했다.
자포리자원전의 전력공급선 4개 가운데 2개는 이미 파손됐다고 한다.
디젤 비상전원이 있지만 오래 버티지는 못한다.
원전이 전쟁의 인질이 된 초유 사태다.
무사히 수습될지 세계가 초조하게 바라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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