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료 후 남아있는 불안, 조바심 내지 않아도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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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복지부와 중앙암등록본부가 발표한 2019년 국가 암 등록 통계 자료를 기반으로,
우리나라 국민이 기대수명(83세)까지 생존하면 암에 걸릴 확률은 37.9%입니다.
남자(80세)는 5명 중 2명, 여자(87세)는 3명 중 1명에서 암이 발생합니다.
다행스러운 것은 최근 5년간 암환자의 5년 상대 생존율은 70.7%로,
암환자 10명 중 7명은 5년 이상 생존합니다.
2019년 암 유병자(1999년 이후 확진을 받아 2020년 1월 1일 기준으로
치료 중이거나 완치된 사람)는 약 215만 명에 이릅니다.
진료실에서 ‘선생님, 왜 저한테만 이런 일이 생기죠?’
‘선생님, 저 살 수는 있죠?’ ‘얼마나 사나요?’라는 질문을 받을 때
이러한 통계를 빌어 위로의 답을 드리곤 합니다.
그렇지만 이런 수치들이 환자에게 마냥 안심과 희망이 되는 것 같지는 않아 보입니다.
일단 한 번 암 진단을 받으면 환자와 가족들 모두 긴장 상태에 들어갑니다.
암과의 전쟁에서 한 팀이 돼 싸워 이겨야 하니까요.
유방암을 기준으로 수술, 항암, 방사선 치료 등의 급성기 치료 기간은 대략 1년 정도입니다.
이후 70% 환자들은 항호르몬제를 복약하면서 정기검사를 받게 됩니다.
급성기 치료 기간에는 말 그대로 암환자와 가족 모두 급격한 변화를 경험합니다.
항암으로 인한 탈모 등이 암환자와 가족들이 직면하는 변화 중 하나입니다.
이런 힘든 과정을 잘 이겨낸 후에 암을 앓기 전의
컨디션으로 돌아갈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급성기 암 치료를 마치고 전이나 재발이 없는 상태의
암환자들을 ‘암 생존자’라고 합니다.
그 시기에 이르면 가족들과 주위 지인들은
이제 좀 걱정을 내려놓기도 하고,
때로는 암 치료를 받았다는 사실조차 잊기도 합니다.
하지만 암 생존자 본인은 암 치료를 마쳤음에도 불구하고
암 진단 이전의 상황으로 돌아가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수술 상처를 보기만 해도 그때의 악몽이 되살아나고
가끔씩 찾아오는 수술 부위 통증은 재발한 건 아닌지 불안을 불러일으킵니다.
기침이라도 나면 뼈나 폐로 전이가 된 건 아닌지 걱정이 됩니다.
그런 불안은 불면과 우울을 초래하고 결국 피곤해서 몸을 가누지도 못하는 상황이 됩니다.
항암 중에 초라해진 내 모습이 떠올라 거울을 보기도 싫고,
사진조차 찍고 싶지 않습니다.
괜히 면류나 고기를 먹으면 안 될 것 같아 그렇게 좋아했던 음식들을 끊기도 합니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안 된다는 생각에 직장으로 복귀하는 것은 꿈도 못 꾸고,
암환자라고 배려하고 걱정하는 시선이 싫어
친구들이나 직장 동료들을 만나기가 꺼려진다고들 하십니다.
마치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를 겪는 것처럼
암의 악몽 속에서 하루하루를 살아간다고도 하십니다.
이런 마음은 가족들에게 내색도 못 합니다.
치료도 끝났는데 예민하게 군다고 여길까봐 걱정돼서요.
어려움을 이해하고 함께 극복하기 위해 미국에서는
1988년부터 6월 첫째 일요일을 암생존자의 날로 지정해
암 생존자에 대한 이해와 인식 향상을 위한 캠페인을 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도 증가하는 암 생존자들의 어려움을 함께 해결하고
건강한 사회 복귀를 돕기 위해 국립암센터와 12개의 지역암센터가
함께 암 생존자 통합지지 시범사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암 생존자 통합지지 시범사업은 조기 진단율이나 암 생존율처럼
그 효과를 수치화하기에는 아직 어려운 부분이 있습니다.
다만 정보의 홍수 속에서 잘못된 정보들을 걸러주고,
근거 기반의 올바른 암 치료 후 관리법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암 진단을 받고 난 후 나를 위해 생활습관을 바꿔야 할 것 같은 책임감은
극단적인 정보들에 더 현혹되게 만드는 것 같습니다.
예를 들면 절대 고기를 먹으면 안 된다든지,
암은 단 것을 좋아하기 때문에 단 음식은 입에 대면 안 된다든지,
면역을 높이기 위해 효과가 입증되지 않은 값비싼 식품들을 복약하는 식으로 말입니다.
물론 암 생존자들이 암 치료 후 건강한 생활습관을 유지하는 것은
치료 후 합병증을 극복하고 암 재발을 예방하는데 중요한 요소입니다.
다만 정확한 근거를 가지고 접근할 필요가 있습니다.
암 생존자 통합지지 시범사업에 대한 내용은
이 사업에 참여하는 병원들 뿐 아니라 인터넷 사이트에서
다양한 주제의 내용으로 접할 수 있습니다.
다만 암 생존자들이 듣기에 다소 너무 뻔하고 따분하고
극히 일반적인 내용인 것처럼 느껴질 수 있습니다.
열심히 운동하고, 골고루 먹고, 암 예방 수칙을 지키고,
2차암과 감염병을 예방하기 위한 검진이나 예방접종 등을 권장하는 식이기 때문입니다.
별 도움이 안 된다고 생각될지라도 이것만큼 중요한 게 없다는 걸 기억하시길 바랍니다.
암 치료 중에는 매일 병원에 다니다가,
이제는 3~6개월에 한 번씩 병원에 오면 된다는 말에
덜컥 겁이 나서 ‘암 관리가 이렇게 느슨해도 되나?’라는 생각이 드실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동안 너무 잘 하셨습니다.
암 진단 후 느낀 분노나 우울의 감정도
암 치료 중에 겪은 신체적 변화도 잘 이겨내셨으니,
이제 스스로를 대견하다고 칭찬하고 격려해도 됩니다.
그리고 조금 편하게 마음을 가지세요.
암이 찾아온 것은 꼭 내가 뭔가를 잘못해서가 아닙니다.
스스로를 너무 다그치지 않아도 됩니다.
그동안 암 치료를 받으면서 놓쳤던 시간들을 보상하기 위해서라도
자신을 사랑하는 시간을 가지길 바랍니다.
때로 재발이나 전이됐다는 주위 지인들의 소식에 다시 겁나고
뭐라도 몸에 좋은 것을 찾아 해야 할 것 같은 조바심이 들 수 있습니다.
하지만 새로 주어진 시간은 조바심내지 말고 좀 더 여유 있고 행복하게 지내보세요.
고가의 건강식품, 안 드셔도 됩니다.
맛있고 몸에 좋은 음식 챙겨 먹고, 좋은 곳 놀러가고, 숨차게 운동하고,
가족과 행복한 시간을 보내는 데 쓰세요.
전국의 암 생존자 여러분, 그동안 고생 많으셨습니다.
뭘 해야 할지 너무 고민하지 마시고 기본적인 생활수칙만 잘 지키면 된다는 걸 잊지 마세요.
앞으로 펼쳐질 여러분의 앞날을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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