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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관리자24-09-20 10:30 View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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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전문가칼럼

[유현준의 도시 이야기] 멈춰 선 재건축을 살리는 방법

유현준 홍익대 교수·건축가 2024.09.20. 00:14


최근 공사현장을 가 보면 

우리말과 중국어 두 가지로 쓴 안전 문구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주로 현장소장은 한국인이고 건설노동자 대부분은 외국인이다. 

이런 인력구조가 건설품질 저하를 부른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최근 LH 부실시공을 비롯한 문제도 저숙련 외국인 노동자가 많아진 것과 무관하지 않다는 지적이 있다. 

건설현장에 용변을 숨기고 마감 공사를 하는 일도 있을 정도다. 


과거 70년대에는 우리나라 건설노동자들이 뜨거운 중동에 가서 건설 일을 했다. 

잘살게 된 지금은 건설노동은 꺼리는 직업이 되었고 그 빈자리를 외국인이 채우고 있다. 

하지만 몇년만 일하고 이 나라를 떠나면 되는 사람들에게 책임감 있는 시공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현재는 국내노동자 일자리를 보호하기 위해서 외국인 노동자에게도 같은 수준의 임금을 주게 되어 있다. 

국내 외국인 노동자들은 자국에 비해서 고임금을 받는데, 그 돈 대부분을 본국에 송금한다. 

그러다 보니 지급된 임금이 국내경제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 

송금한 돈은 그 나라에서 큰돈이기 때문에 몇년만 일해도 자국에 큰 자산을 구축할 정도가 된다. 

외국인 노동자들은 몇년 일하고 귀국하게 되니 국내 건축시장에는 노동기술 축적이 이루어지지 못한다.


이런 악순환이 이어져 지금은 높은 건축비를 내고서도 예전만 못한 저숙련 결과물이 나오는 실정이다.

공사비가 오르니 재건축시장도 사업성이 나오지 않아 멈추고 있다. 

이렇게 도시는 점점 슬럼화하고 있다. 

인구소멸 상황에서 이러한 기조는 계속 악화될 전망이다.


건축과 도시는 우리 자산 대부분을 차지하고 행복을 결정하는 데 결정적인 부분이다. 

그런 건축과 도시의 질이 낮아진다는 것은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건설과정에서 공장제작 비율을 높여가면 된다. 


국내노동자들은 건설현장은 꺼리지만 울산의 현대자동차 공장은 선호한다. 

둘의 차이는 무엇일까? 

건축가의 눈에 가장 큰 차이는 노동현장이 실외냐 실내냐 하는 것이다. 

보통 실외공간은 덥고 춥고 위험하다. 

그러기에 잘살게 될수록 실외노동을 꺼린다. 

처음에는 농사였고, 지금은 건설현장이다.


그중에서도 골조공사를 가장 기피한다. 

일단 유리창이 끼워지고 나서 실내가 되고 나면 인테리어공사 공정으로 넘어가는데, 

인테리어공사는 내국인 노동자가 대부분 맡는다. 

적어도 인테리어 공정은 추위와 비바람을 어느 정도 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건설품질을 높이고 일자리 창출에 도움이 되려면 국내노동자 비율을 높여야 한다. 

국내노동자 비율을 높이려면 건설과정에서 야외 노동부분을 줄이고 실내에서 하는 비율을 늘려야 한다. 

그렇게 하려면 공장에서 제작한 자재와 유닛을 현장에서 조립하는 방식을 택하면 된다. 


화장실이나 부엌은 건설난도가 높다. 

이런 부분을 공장에서 제작한다면 훨씬 빠르고 저렴하게 생산할 수 있다. 

공장에서 제작하기 때문에 품질관리도 더 효과적이다.


작년에 오사카에서 호텔에 묵는 경험을 하였다. 

평범한 숙박비의 호텔이라 큰 기대를 하지 않고 투숙했는데 환경이 너무 좋아서 놀랐다. 

거실과 침실이 나누어진 스위트룸 같은 구성에 널찍한 욕조까지 있고 세련된 인테리어 마감이었다. 

어떻게 적당한 숙박비만 받고 이렇게 좋은 품질을 제공할 수 있는지 궁금했다.

가장 큰 이유는 공사비 절감에 있었던 것으로 보였다. 

화장실과 각종 실내벽체 대부분은 공장에서 만든 유닛을 가지고 와서 현장에서 조립만 했다. 

덕분에 고품질환경을 저가에 제공할 수 있었던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오래전부터 포스코를 비롯한 기업에서 공장제작 유닛으로 건축방식을 바꾸는 것을 시도해 왔다.

하지만 결과는 실패였다. 

실패의 가장 큰 원인은 골조시공의 낮은 정밀성이라고 한다. 

공장에서 만든 화장실 유닛을 현장에서 끼워 넣으려면 딱 맞아야 하는데, 

철근 콘크리트 골조가 정확하게 도면 치수대로 시공되지 못하면 설치가 불가능하다.


결국 얼마나 정밀하게 시공하느냐에 유닛건설의 성패가 달려있다. 

이 문제는 건식공법 비율을 높여나간다면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건축 일을 하다 보면 지방에서 공공건축을 하는 경우가 있다. 

오지는 시공의 정밀성을 기대하기 어렵다. 

이 문제를 해결하는 가장 쉬운 방법은 

골조를 철근 콘크리트가 아니라 철골구조나 목구조 같은 건식공법으로 시공하는 것이다. 

철골과 목재는 공장에서 제작해서 현장에서 조립만 하기 때문에 시공의 정밀도가 높아진다.


앞으로 인구가 줄어들고 노동자도 줄어들면 건설현장노동자가 더 부족해질 것이다. 

이 문제를 외국인 노동자로 해결하려고 한다면 국부유출과 건축의 질이 낮아지는 문제가 생긴다. 

차라리 로봇 비율을 늘리고 공장제작 비율을 높여서 

건축 일자리를 사람들이 선호하는 일자리로 만드는 전환이 필요하다. 

건식공법을 늘려서 시공의 정밀성을 높이는 것도 또 다른 방식이다.


원래 우리나라 한옥은 대부분이 건식공법이었다. 

서양인들이 한옥에 감탄하는 것은 

못을 사용하지 않고 나무를 깎아서 조립해서 만든 그 정밀함과 장인정신 때문이다.

그러다가 1970년대 시멘트 공장이 생기고 고층 건물이 만들어지면서 

우리나라의 건설방식은 대부분 습식공법인 콘크리트로 바뀌었다. 

콘크리트로 건물을 짓다 보면 현장에서 작업해야 하는 부분이 늘어난다. 

정밀성은 떨어지고, 잘살게 되자 건설현장을 국내노동자가 기피하게 된 것이다.


이를 해결하는 방법은 세 가지다. 

로봇, 공장제작, 건식공법 비율을 높여나가는 것이다. 

이런 전환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질 때 좋은 일자리는 늘어나고, 공사비는 낮아지고, 

지금 멈춰 선 재건축시장도 되살아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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