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웅비4해22-04-13 06:10 View2,6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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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물상] 이제야 없애는 한국식 나이

조선일보 김태훈 논설위원  2022.04.12 03:18


프랑스대혁명이 舊체제 혁파를 기치로 내걸자 

여성들이 반색하며 “여자에게도 바지를 허용하자”는 운동을 벌였다. 

혁명 정부는 반대했다. 

“여자는 치마 입는 전통을 따라야 한다”며 바지를 입을 경우 경찰 허가를 받으라는 법을 만들었다. 

1800년11월 만들어진 이 법은 사문화된 후에도 끈질기게 남아 있다가 2013년에야 공식 폐지됐다. 

인습을 고치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보여주는 사례다.


▶알바니아 소설가 이스마일 카다레는 

전통이 시대 변화에 따라 바뀌지 않고 인습으로 굳어지면 인간 영혼마저 갉아먹는다고 경고했다. 

그런 생각을 소설 ‘부서진 사월’에 담았다. 


알바니아엔 가족이 흘린 피를 피로 갚는 복수 관습이 있다. 

이 인습에 빠진 소설 속 마을은 보복의 악순환 속에서 해체 위기를 겪는다. 

이 지역에서 이런 인습은 아직도 고쳐지지 않고 있다.


▶중남미 아즈텍인들은 16세기까지 인신 공양을 지속했다. 

‘꽃의 전쟁’이란 이름으로 주변 부족에게 쳐들어가 포로를 잡아 태양신에게 제물로 바친 뒤 잡아먹었다. 

스페인 정복자 코르테스가 신대륙에 없던 식용 돼지를 유럽에서 들여온 후에야 이 악습이 사라졌다고 한다. 


아프가니스탄 탈레반은 전통을 고수한다는 미명 아래 지금 세상에서도 문명의 시계를 거꾸로 돌리고 있다. 

여성 학습권을 빼앗고, 산부인과 여의사가 아이를 받을 때조차 부르카를 뒤집어쓰게 한다.


▶다른 나라 사람들 눈에는 한국이 세계에 없는 희한한 나이 셈법을 고집하는 것도 

이런 인습 중 하나로 보이는 모양이다. 

새해 첫날 소셜미디어엔 “한국인 여러분, 생일 축하합니다”란 조롱성 인사가 뜬다. 

5200만명이 한날한시에 한살을 더 먹는 놀라운 일이 벌어진다. 

12월31일에 태어난 아이는 하루 만에 두살이 된다. 

그래도 이 비합리를 고치지 않고 고집해왔다. 

한국민이 일상생활에선 언제나 양력만 쓰면서 ‘1월1일’만은 굳이 음력으로 따지는 것도 이상하다고 한다.


▶대통령 직인수위가 나이 계산법을 만 나이로 통일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어제 밝혔다. 

임금 피크제 기준이 56세인 기업에서 

기준 나이가 만 나이인지 한국식 세는 나이인지를 두고 최근 노사간 법적 다툼이 벌어졌다. 

이런 일이 많아 혼란을 줄이고 비효율을 걷어내자는 취지라고 한다. 


나이는 사람이 태어난 뒤 흐른 시간을 뜻하는 것이다. 

태어난 지 몇년몇달 됐다고 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하루 만에 두살 되는 비합리 하나를 고치는 일에 대통령직 인수위까지 나서야 하는 것을 보면 

한국인의 인습 고집도 대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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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웅비4해님의 댓글

웅비4해 아이피 115.♡.168.73 작성일

전통을 벗어날 필요도 있다
생일, 제사, 설도 양력으로 바꾸고
정월대보름날(음1/15일)과 추석 정도만 음력이 좋겠다

나이든 사람(노인)의 장점은 쌓인 경륜이다
그래서 삼강오륜 (三綱五倫)에
長幼有序(장유유서): 어른과 아이 사이에는 차례와 질서가 있어야 한다.

우리 한국인은 유달리 나이를 많이 따진다
직책보다 나이로 상하를 기준 삼는다
그래서 다툼에 말문이 막히면 "너 몇살고?"
이젠 그런 촌티에서 벗어날 때도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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